[뉴스스페이스=이종화 기자] 소변이 덜 튀는 소변기가 2026년 이그 노벨 물리학상을 받았다. 웃음거리로 보이지만, 이 연구는 유체역학·미분방정식·공공위생·시설관리 비용을 하나의 설계 문제로 묶어낸 사례다. 핵심은 단순하다. 소변 줄기가 소변기 벽에 부딪히는 각도를 약 30도 이하로 관리하면 역방향 비산을 극적으로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괴짜 노벨상’으로 불리는 이그 노벨상은 기발한 소재를 다루지만, 수상 연구의 상당수는 생활 속 비효율과 과학의 빈틈을 정면으로 건드린다. 올해 물리학상을 받은 ‘소변이 거의 튀지 않는 소변기’ 연구도 그렇다. 캐나다 워털루대 자오 판 교수 연구진은 소변 줄기가 소변기 표면에 충돌하는 각도를 제어하는 방식으로 비산량을 일반 상용 소변기의 1.4% 수준까지 낮췄다. 역산하면 기존 대비 약 98.6%의 비산 저감 효과다.
미국국립보건원 PubMed, Chemical & Engineering News, PNAS Nexus에 따르면, 이 연구는 지난 9월 3일(현지시간) 스위스 취리히에서 열린 제36회 이그 노벨상 시상식에서 물리학상을 받았다. 시상 주최 측인 과학 유머 잡지 Annals of Improbable Research는 이 상을 “먼저 사람을 웃게 하고, 이어 생각하게 만드는 연구”에 수여한다고 설명한다. 2026년 행사는 1991년 이그 노벨상 출범 후 처음으로 미국 밖에서 열렸다. 수상자에게는 10조 짐바브웨 달러 지폐(인플레이션으로 화폐가치가 폭락해 원화로는 약 50원 수준)와 사람 발에 버섯이 돋은 모양의 트로피가 주어졌다.
핵심 논문은 2025년 4월 PNAS Nexus에 실린 「Splash-free urinals for global sustainability and accessibility: Design through physics and differential equations」(DOI 10.1093/pnasnexus/pgaf087)이다.
이번 물리학상은 ‘화장실에서 왜 신발과 바닥에 액체가 튀는가’라는 일상적 불쾌감을 유체 충돌 문제로 바꿔 풀었다. 연구진은 사람의 요도 내부 형상을 재현한 3D 프린팅 노즐에서 물을 분사하고, 유량·분사 높이·표면 각도를 달리해 비산 질량을 측정했다. 실험 조건에는 분당 0.4L, 0.7L, 1.9L의 세 가지 유량과 184㎜, 154㎜, 933㎜의 세 가지 분사 높이가 포함됐다. 인간 배뇨 환경에서 나타나는 액체 흐름의 범위를 정량적으로 재현한 셈이다.
연구진이 찾은 임계값은 약 30도였다. 액체 제트나 물방울이 표면과 이루는 충돌각이 이 수준 이하일 때, 액체는 표면을 따라 흘러가고 미세한 물방울로 되튀는 현상이 급격히 줄었다. 연구팀의 이론 모델은 30도에서 최대 비산 대비 약 95%의 비산 감소를 예측했고, 모형 소변기를 활용한 실험도 이를 뒷받침했다.
‘노틸러스’ 곡선, 소변기 안으로 들어오다
연구진은 임계각 30도를 소변기 디자인으로 구현하기 위해 등각곡선 문제에서 출발한 미분방정식을 풀었다. 사용자가 어느 방향으로 소변을 보더라도 액체 흐름이 표면과 30도 이하의 얕은 각도로 만나도록 소변기 내부 곡면을 설계한 것이다.
그 결과가 앵무조개 껍데기와 닮은 ‘노틸러스(Nautilus)’ 설계다. 위에서 내려다본 소변 흐름은 사용자의 조준 방향에 따라 방사형으로 달라지는데, 연구진은 이 흐름과 일정한 충돌각을 이루는 곡선을 구했다. 그 해가 바로 로그나선, 즉 앵무조개 껍데기에서 흔히 관찰되는 곡선이었다. 소변기 내부를 이 로그나선 계열의 표면으로 구성하면, 사용자 키나 조준 편차가 달라져도 비산을 억제하는 각도를 유지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연구진은 기존 상용 소변기, 마르셀 뒤샹의 1917년 작품 ‘샘(La Fontaine)’에 쓰인 구형 소변기 형태, 새로 고안한 ‘코르누코피아(Cornucopia)’, ‘노틸러스’ 등 네 가지 디자인을 비교했다. 특히 노틸러스형은 사용자의 신장이나 조준 방향에 덜 민감하면서 가장 안정적으로 비산을 낮췄다. 워털루대는 이를 ‘Nauti-Loo’라고도 부르며, 실측 비산량이 현행 상용 소변기보다 98% 낮았다고 발표했다.
기존 소변기의 문제는 벽면을 향한 흐름이 수직에 가깝게 충돌하는 영역이 존재한다는 데 있다. 높은 충돌각에서는 액체막이 충격을 받은 뒤 반동하며 작은 물방울을 사방으로 방출한다. 실제 실험에서 기존 제품과 뒤샹식 모델은 비산 물방울이 각각 약 0.5m, 최대 1m까지 양옆으로 퍼지는 양상을 보였다. 반면 새 디자인은 바닥 주변에서 관찰되는 비산 흔적이 크게 줄었다.
화장실 바닥의 ‘보이지 않는 비용’
이그 노벨상은 소변기 디자인을 우스꽝스러운 주제로 포장했지만, 연구의 문제의식은 공공시설 관리비와 물 사용량, 청소 노동의 문제로 이어진다. 논문은 미국 비주거 시설에 설치된 소변기를 약 5600만대로 추산하고, 현행 소변기에서 하루 약 100만L 규모의 소변이 바닥으로 튈 수 있다고 계산했다.
연구진은 바닥에 튄 액체를 청소하는 데 그 액체량의 약 10배 물이 필요하다고 가정했다. 이 가정 아래 노틸러스형 소변기가 미국 비주거 시설의 기존 소변기를 대체할 경우, 청소용 담수 사용을 하루 최대 1000만L 줄일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비용 절감 가설도 제시됐다. 연구진은 토론토 지하철 화장실의 2020~2024년 청소비 추정치인 화장실당 연평균 12만2418 캐나다달러를 참고해, 비산 저감형 소변기 도입 시 화장실 한 곳당 연간 약 1만 캐나다달러의 청소비 절감 가능성을 언급했다.
위생 관점에서도 문제의식은 분명하다. 논문은 소변기와 인접 바닥의 비산이 악취와 세균 증식 환경을 키울 수 있다고 지적한다. 연구진이 인용한 선행연구에 따르면 소변기 주변 바닥의 암모니아 수준은 일반 변기 주변보다 약 100배 높게 측정된 사례가 있다.
‘더 깨끗한 화장실’은 디자인 문제다
이 연구의 또 다른 의미는 접근성이다. 노틸러스형 디자인은 바닥에서 소변기 전면 림까지의 높이를 약 140~430㎜ 범위로 제시했다. 논문은 미국 장애인법(ADA) 접근성 기준상 림 높이가 바닥에서 430㎜를 넘지 않아야 한다는 점을 들어, 휠체어 이용자와 어린이, 키가 작은 이용자도 접근하기 쉬운 설계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실제 상용화 때는 국가별 건축법, 배관 규격, 세척 방식, 사용자의 성별·연령·신체 조건, 공중화장실의 프라이버시 설계 등을 통합 검토해야 한다.
비교 대상도 있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스키폴공항은 과거 소변기에 파리 그림을 부착해 이용자가 목표물을 겨냥하도록 유도했고, 이에 따라 비산이 50~80% 줄고 청소비가 8% 감소했다는 보고가 소개된 바 있다. 다만 이는 이용자의 ‘조준 행동’을 바꾼 넛지형 해법이다. 워털루대 연구의 차별점은 사용자의 주의력이나 습관에 의존하지 않고, 제품의 기하학적 형상 자체로 비산을 줄이려 했다는 데 있다.
결국 이번 이그 노벨상은 ‘소변기’라는 사소한 물건이 도시 위생 인프라의 축소판일 수 있음을 보여준다. 화장실 바닥에 남는 몇 방울의 비산은 청소 인력의 노동, 물·세제 사용, 악취 민원, 시설 만족도와 연결된다. 유체 충돌각 30도와 로그나선이라는 수학적 해법이 일상의 불편을 줄일 수 있다는 점에서, 이 연구는 괴짜 과학이 아니라 ‘생활 인프라 공학’에 가깝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