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스페이스=김희선 기자] 중국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CXMT)가 2026년 2분기 글로벌 D램 시장 매출의 10%를 차지하며 처음으로 두 자릿수 점유율에 진입한 가운데, 한국에서 진행 중인 재판을 통해 '프로젝트 허페이'라 부르는 산업 스파이 계획의 전모가 드러나고 있다.
techtimes, techpowerup, blockonomi, tradingview, stocktwits에 따르면, 이 급성장 뒤에는 범용 D램 공급 공백과 중국의 대규모 자본 지원뿐 아니라, 삼성전자 핵심 공정기술 유출 혐의를 다투는 한국 법정의 증언이라는 중대한 법적·산업적 변수가 겹쳐 있다.
3강 체제 균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의 2026년 2분기 메모리 트래커에 따르면 글로벌 D램·HBM 시장 매출 기준 점유율은 삼성전자 38%, SK하이닉스 25%, 마이크론 24%, CXMT 10%로 집계됐다. 삼성·SK하이닉스·마이크론의 합계는 87%로, 전년 동기 94%에서 7%포인트 하락했다. CXMT는 같은 기간 4%에서 10%로 6%포인트 상승했고, 직전 분기 8%에서도 2%포인트를 더 끌어올렸다.
이 수치가 의미하는 바는 단순하다. 시장점유율 기준으로는 중국 D램 업체가 처음으로 사실상 ‘글로벌 4강’의 한 축에 들어왔다는 뜻이다. 2023년만 해도 CXMT의 매출 점유율은 1% 미만이었지만, 2025년 2분기 4%, 2026년 1분기 8%, 2분기 10%로 빠르게 상승했다. 특히 1년 만에 시장점유율이 2.5배가 됐다는 것은 단순한 시장 성장의 수혜만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공급능력 확장과 고객 기반 확대가 동반됐음을 시사한다.
‘범용 D램 빈자리’ 공략
CXMT의 10% 점유율은 고대역폭메모리(HBM) 주도권을 확보했다는 의미라기보다, 중국 내수와 범용 D램 공급망에서 존재감을 확대했다는 뜻에 가깝다. 같은 기간 HBM 매출 점유율은 SK하이닉스 50%, 삼성전자 33%, 마이크론 18%로 집계됐으며, CXMT는 이 표에 포함되지 않았다. AI 메모리의 실질적인 기술·수익성 경쟁은 여전히 한국과 미국의 3개 선도업체가 주도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그럼에도 위험은 분명하다. HBM에 생산능력을 집중하는 글로벌 선도업체의 전략은 수익성 측면에서 합리적이지만, 스마트폰·PC·가전·산업용 기기에 쓰이는 범용 D램의 물량 기반을 중국 업체에 넘겨줄 수 있다. 범용 D램에서 생산수율, 장비운영, 고객 인증, 원가구조를 축적한 뒤 한 세대 높은 공정과 제품으로 이동하는 것이 반도체 산업의 일반적 추격 경로이기 때문이다.
CXMT는 7월 상하이 STAR 마켓 상장으로 579억2000만위안, 달러 기준 약 86억달러를 조달했다. 이는 2026년 아시아 최대 IPO로 평가됐으며, 조달금은 메모리 웨이퍼 양산과 연구개발 역량 확충에 투입될 계획이다. IPO 공시자료상 CXMT의 2025년 글로벌 D램 점유율은 7.67%였고, 회사는 2016년 설립 이후 불과 10년 만에 세계 4위권 메모리 기업으로 부상했다.
중국 자본시장이 CXMT의 공급능력 확대에 제공한 자금력도 무시하기 어렵다. 상장 첫날 주가가 약 466% 급등하면서 시가총액은 약 3조3000억위안으로 형성됐고, 당시 중국 본토 상장사 가운데 최대 수준의 기업가치를 기록했다. 다만 시장 기대가 실적의 지속성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메모리 산업은 전형적인 경기순환 업종이며, 공급 증설이 누적될 경우 가격 하락과 수익성 악화로 곧바로 전환될 가능성도 있다.
법정이 공개한 청사진
CXMT의 성장 스토리에 가장 큰 그림자를 드리우는 변수는 삼성전자 18나노 D램 공정기술 유출 사건이다. CBS 노컷뉴스가 보도한 법정 증언에 따르면, 삼성전자 출신 전직 엔지니어는 2016년 CXMT 설립 당시 CEO와 CTO 등이 삼성전자의 PRP(Process Recipe Plan)를 확보해 D램을 개발하려 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PRP는 약 600단계의 D램 공정 순서, 개별 단계의 장비, 공정 조건 등을 담은 핵심 제조 문서다.
검찰은 삼성전자가 약 5년간 1조6000억원을 투입해 개발한 18나노 D램 공정기술이 CXMT로 유출됐다고 보고 있다. 검찰 수사에 따르면 관련 피고인과 CXMT 개발 인력 10명은 국가핵심기술 국외 유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으며, 검찰은 이들이 확보한 공정 정보를 중국 현지 장비 조건에 맞게 수정·검증하는 방식으로 D램 개발에 활용했다고 판단하고 있다.
서울중앙지법은 4월 전직 삼성전자 직원 전모 씨에게 산업기술 유출방지법 위반 등 혐의로 징역 7년을 선고했고, 유출된 PRP 등 공정 정보가 국가핵심기술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CXMT가 조직적으로 기술 탈취를 지시·취득·사용했는지, 회사 차원의 민형사상 책임이 어디까지 인정될지는 진행 중인 관련 재판과 증거조사의 결과를 지켜봐야 한다.
숫자와 혐의, 별개의 검증
이번 사안은 두 개의 서로 다른 질문을 동시에 제기한다. 첫째는 CXMT가 10%의 글로벌 매출 점유율을 지속할 산업적 경쟁력을 확보했는가다. 둘째는 그 경쟁력 형성 과정에서 타사의 영업비밀·국가핵심기술이 불법적으로 활용됐는가다. 전자는 시장 데이터와 고객 인증·수율·원가·제품 포트폴리오로 검증될 사안이고, 후자는 형사재판과 증거법에 따라 판단될 사안이다.
시장 데이터만 보면 CXMT의 성장에는 실체가 있다. 점유율은 1년 전 4%에서 10%로 상승했고, 매출 기반의 3강 합산 점유율은 94%에서 87%로 낮아졌다. 중국 D램의 공급 기반이 글로벌 가격·물량 협상력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수준으로 커졌다는 뜻이다.
이제 한국 메모리 업계의 핵심 과제는 범용 D램 물량 경쟁에 단순 대응하는 것이 아니라, HBM4와 차세대 고대역폭 제품, 서버용 고용량 D램, 첨단 패키징, 설계-공정-장비 데이터의 보안체계를 한 묶음으로 강화하는 데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