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스페이스=이승원 기자] 허블우주망원경이 우리은하의 위성은하인 대마젤란은하(LMC)에서 가로 약 210광년, 세로 약 140광년에 이르는 거대 ‘슈퍼버블’을 포착했다. 이번 이미지는 단순한 천체 사진이 아니라, 질량 큰 별의 항성풍과 초신성 폭발이 주변 가스를 쓸어내고 압축해 다시 별 탄생을 촉발하는 ‘별의 피드백’ 과정을 한 화면에 압축한 관측 사례다.
Space.com, Phys.org에 따르면 NASA와 유럽우주국(ESA)은 3일 허블우주망원경이 촬영한 대마젤란은하의 성운 LHA 120-N44(N44) 이미지를 공개했다. N44는 지구에서 약 16만 광년 떨어진 황새치자리 방향에 있으며, 대마젤란은하는 우리은하 주위를 공전하는 작은 은하들 가운데 가장 큰 은하로 분류된다. NASA와 ESA는 이 지역을 별이 매우 활발하게 태어나는 ‘항성 탄생지’로 소개했다.
이번 이미지의 중심에는 가로 약 210광년, 세로 약 140광년 규모의 텅 빈 공동이 있다. 천문학계에서는 이처럼 여러 별의 강한 항성풍과 초신성 폭발이 주변 성간물질을 밀어내며 만든 대형 공동을 ‘슈퍼버블(superbubble)’이라 부른다. 210광년은 약 1조 9860억 km로, 태양과 지구 사이 평균거리의 약 1330만 배에 이른다. 태양에서 명왕성까지의 평균거리와 비교하면 수천 배 규모다. 따라서 일부 해외 보도에서 ‘수십 배’라고 표현한 비교는 실제 척도를 전달하기에는 지나치게 작다.
별의 폭발이 만든 빈 공간
N44의 슈퍼버블은 단일 천체가 아니라 중심 성단의 별들이 집단적으로 남긴 흔적이다. NASA와 ESA에 따르면 공동 중심에 모인 밝은 별들은 강력한 항성풍을 지속적으로 방출하고, 이후 일부 별이 초신성으로 폭발하면서 주변의 가스를 바깥으로 몰아냈다. 이 과정에서 비워진 내부가 어두운 공동으로 남았고, 밀려난 물질은 경계부에 쌓여 고밀도·고먼지 가스 껍질을 형성했다.
핵심은 이 과정이 단순한 ‘파괴’로 끝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중심부의 별들이 내보낸 에너지와 충격파는 원래의 가스 구름을 흩뜨리는 동시에, 외곽으로 밀려난 가스를 압축한다. 밀도가 높아진 가스층은 자체 중력으로 다시 붕괴할 조건을 갖추게 되고, 그 결과 새로운 별이 태어날 수 있다. N44는 기존 별이 주변 환경을 바꾸고, 바뀐 환경이 다음 세대의 별 형성에 영향을 주는 순환 구조를 보여주는 현장이다.
50만개 별 중 3만개는 ‘아직 불이 붙지 않은 별’
이미지는 허블 관측 프로그램 #14689의 데이터에서 나왔다. 이 프로그램은 독일 하이델베르크대의 디미트리오스 굴리에르미스(Dimitrios Gouliermis)가 연구책임자(PI)를 맡아 N44의 젊은 별들을 공간·시간적으로 지도화하는 것을 목표로 수행됐다. 우주망원경과학연구소(STScI)의 허블 관측 프로그램 목록에도 해당 과제는 ‘MYSST: Mapping Young Stars in Space and Time – The HII Complex N44 in the LMC’로 등록돼 있다.
연구진은 N44 성단과 그 전경에 우연히 겹쳐 보이는 별들을 포함해 거의 50만개의 별을 목록화했다. 이 가운데 약 3만개는 ‘전주계열성(pre-main-sequence star)’으로 분류됐다. 전주계열성은 중심핵에서 수소를 헬륨으로 바꾸는 안정적인 핵융합, 즉 주계열 단계에 아직 진입하지 않은 젊은 천체다. 쉽게 말해 별이 막 태어나는 과정에서 중력수축으로 빛나고 있으나, 태양처럼 본격적인 핵융합 엔진을 켜기 전의 단계에 있는 별들이다.
50만개 중 전주계열성 약 3만개라는 발표 수치를 단순 비율로 환산하면 최소 약 6% 수준이다. 다만 이는 전체 관측 목록에 전경 별이 포함된 데다, ‘거의 50만개’와 ‘약 3만개’가 반올림된 값이므로, 이를 N44 내부의 정확한 젊은 별 비율로 해석해서는 안 된다. 관측 대상 선정, 검출 한계, 별의 질량별 밝기 차이까지 반영한 후속 분석이 필요하다.
‘낮은 금속함량’이 만드는 초기 우주 실험실
N44가 특히 중요한 이유는 대마젤란은하의 화학적 환경에 있다. NASA와 ESA는 LMC를 헬륨보다 무거운 원소, 천문학에서 말하는 ‘금속’이 상대적으로 적은 환경으로 설명한다. 이러한 저금속 환경은 초기 우주 은하들의 별 형성 조건을 이해하는 데 유용한 근접 관측 표본으로 평가된다. 허블은 N44에서 낮은 질량의 어두운 별들까지 분해해 관측함으로써, 초기 우주와 유사한 화학 환경에서 별이 어떤 질량 분포로, 어느 시간척도에 걸쳐 형성되는지를 추적할 단서를 제공한다.
이번 관측의 과학적 질문은 명확하다. 차가운 가스 구름이 중력으로 붕괴해 밀도 높은 응집체를 만들고, 원시별을 거쳐 핵융합이 점화되는 별이 되기까지 실제로 얼마의 시간이 걸리는지를 재구성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전주계열성의 수, 밝기, 색, 분포와 주변 가스 구조를 함께 비교해야 한다. N44는 별의 탄생 단계별 개체군이 한 지역에 대규모로 모여 있어 이 같은 ‘별 형성의 시간표’를 만들기에 적합한 표적이다.
성운 껍질이 화려하게 빛나는 이유도 질량 큰 별 때문이다. 이 별들이 내뿜는 자외선이 주변 가스를 이온화하고, 이온화된 가스가 에너지를 방출하면서 가시광선 영역에서 빛난다. 즉 사진 속 푸른빛·회색빛·붉은빛의 복잡한 구조는 단순한 색채 효과가 아니라, 뜨거운 별의 복사와 가스·먼지의 분포가 빚어낸 성간물질의 물리적 지도에 가깝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