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10.06 (화)

  • 맑음동두천 20.1℃
  • 맑음강릉 19.3℃
  • 맑음서울 21.1℃
  • 맑음대전 19.8℃
  • 맑음대구 22.1℃
  • 맑음울산 22.0℃
  • 맑음광주 19.9℃
  • 맑음부산 22.0℃
  • 맑음고창 19.4℃
  • 맑음제주 21.7℃
  • 맑음강화 19.7℃
  • 맑음보은 19.6℃
  • 맑음금산 20.0℃
  • 맑음강진군 20.3℃
  • 맑음경주시 21.9℃
  • 맑음거제 18.4℃
기상청 제공

빅테크

[빅테크칼럼] 앤트로픽의 2조 달러 IPO, 독특한 수탁자 지배구조 모델 '시험대'…장기이익신탁이 던진 ‘AI 공익 거버넌스’

 

[뉴스스페이스=김정영 기자] 앤트로픽(Anthropic)의 상장 추진을 둘러싼 핵심 쟁점은 2조달러라는 초대형 기업가치 그 자체가 아니라, 상장 이후에도 일반 주주보다 강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외부 수탁자 조직, 장기이익신탁(Long-Term Benefit Trust·LTBT)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회사의 AI 안전·공익 미션을 분기 실적과 주가 압력으로부터 분리하겠다는 장치지만, 공개시장 투자자 입장에서는 의결권과 이사회 통제권의 상당 부분을 포기해야 하는 실험이기도 하다.

 

앤트로픽의 기업공개(IPO) 추진은 인공지능 산업의 자본조달 기록을 새로 쓸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받지만, 더 근본적인 질문은 따로 있다. 회사의 돈을 대는 상장 주주와 회사를 통제하는 주체가 반드시 같아야 하는가라는 문제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9월 4일(현지시간) 앤트로픽의 LTBT가 회사 이사회의 과반을 임명하거나 해임할 수 있는 핵심 지배장치라고 보도했다. 앤트로픽은 델라웨어주 공익법인(Public Benefit Corporation·PBC) 구조를 기반으로 장기이익신탁(LTBT)을 운영한다. 이 신탁은 회사 지분을 보유하지 않고 배당이나 매각차익을 직접 취하지 않으면서도, 앤트로픽 이사회의 다수를 임명·해임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진다.

 

FT에 따르면 LTBT는 이미 7명 이사 중 4명을 선임했으며, 이는 신탁이 사실상 이사회 지배력을 확보한 상태임을 뜻한다. 넷플릭스 공동창업자 리드 헤이스팅스와 노바티스 최고경영자(CEO) 바스 나라심한도 이 범주에 포함된다. 상장 회사에서 통상 주주총회를 통해 구성되는 이사회 권한의 중심축이 외부 신탁으로 이동한 구조다.

 

이는 창업자에게 차등의결권을 부여하는 알파벳·메타식 지배구조와도 결이 다르다. 차등의결권은 창업자 또는 특정 주주에게 경제적 지분율보다 큰 의결권을 제공하는 방식인 반면, 앤트로픽 LTBT는 경제적 이해관계가 없는 외부 수탁자에게 이사회 구성권을 부여한다. 다시 말해 창업자 방어 장치나 대주주 지배 장치가 아니라, 회사가 내세운 장기 공익 목적과 AI 안전 원칙을 감시하는 ‘비경제적 지배 장치’를 제도화한 사례다.

 

현재 LTBT는 최대 5명까지 둘 수 있으나 실제 구성원은 3명이다. 의장은 국제보건 비영리단체 클린턴 헬스 액세스 이니셔티브(CHAI)의 닐 버디 샤 CEO가 맡고 있다. 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 벤 버냉키와 신미국안보센터(CNAS)의 리처드 폰테인 CEO도 수탁자로 참여한다. 캘리포니아주 대법관 출신인 마리아노-플로렌티노 ‘티노’ 쿠에야르는 수탁자로 활동하다 앤트로픽의 최고글로벌업무책임자 역할을 맡기 위해 신탁에서 물러난 것으로 FT는 전했다. 

 

LTBT의 운영 방식도 일반적인 사외이사 제도보다 훨씬 적극적이다. FT 보도에 따르면 수탁자들은 신형 AI 모델 출시를 포함한 주요 경영 행위에 대해 사전 통지를 받아야 하며, 수탁자끼리는 매주 회의를 연다. 앤트로픽 경영진과도 많게는 격주 단위로 만난다. 단순한 자문위원회가 아니라, 모델 출시와 안전정책, 장기 전략에 실질적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도록 설계된 기구에 가깝다.

 

공익 미션과 주주권의 충돌


LTBT 모델의 핵심 논리는 분명하다. 초고도 AI 개발 기업은 단기 매출 성장, 모델 출시 경쟁, 경쟁사 추격 압력에만 맡겨둘 수 없으며, 안전성·오남용·사회적 영향·장기 위험을 경영 판단의 중심에 둬야 한다는 것이다. 외부 수탁자가 이사회 인사권을 행사하면, 경영진이나 대형 주주가 단기 실적을 이유로 안전 기준을 완화하려 할 때 제동을 걸 가능성이 생긴다.

 

앤트로픽 측에 가까운 인사들은 LTBT를 장차 AI 산업의 거버넌스 표준으로 만들 수 있는 모형으로 보고 있다. FT는 회사가 이 모델을 민간이 자율적으로 만들고 정착시킨 회계기준(GAAP)에 비견할 수 있는 AI 거버넌스 청사진으로 구상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버냉키 전 Fed 의장의 수탁자 합류도 이 신탁을 보다 제도적이고 신뢰 가능한 기구로 격상하려는 신호로 해석된다.

 

그러나 상장 투자자 관점에서는 정반대의 논점도 선명하다. 주주가 자본을 공급하되 이사회를 통해 경영진을 견제할 힘은 제한받는 구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적 악화, 대규모 AI 인프라 투자, 모델 출시 지연, 규제 리스크, 전략적 인수합병 등 핵심 경영 사안에서 일반 주주가 원하는 방향과 LTBT가 판단하는 장기 공익이 충돌할 경우, 누가 최종 판단권을 갖는지가 관건이다.

 

특히 신탁 수탁자에게 경제적 이해관계가 없다는 점은 양면성을 갖는다. 단기 주가와 이익에 흔들리지 않는 독립성의 근거가 될 수 있지만, 반대로 주주가 감수하는 경제적 손실에 대해 수탁자가 동일한 재산상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비판도 가능하다. 결국 공개시장은 ‘AI 안전’을 위한 독립성에 프리미엄을 줄지, 아니면 ‘주주권 제약’으로 할인할지를 결정해야 한다.

 

AI 투자자 쏠림도 변수


앤트로픽 IPO는 AI 자본시장의 소유 구조가 얼마나 중첩돼 있는지도 드러낸다. 뉴욕타임스는 피치북 집계를 인용해 앤트로픽과 오픈AI 양쪽에 투자한 투자자가 최소 95명이라고 보도했다. 세쿼이아캐피털, 파운더스펀드, 코튜 매니지먼트, 알티미터 캐피털 등이 양사에 모두 투자한 사례로 거론됐다.

 

과거 벤처캐피털 업계에서는 같은 시장의 직접 경쟁 기업에 동시 투자하는 행위를 이해상충으로 보는 관행이 강했다. 그러나 생성형 AI 시장에서는 어느 한 기업을 놓치면 다음 ‘2조달러급 승자’를 통째로 놓칠 수 있다는 불안이 이 관행을 약화시키고 있다는 것이 뉴욕타임스의 분석이다.

 

이 같은 교차투자는 양사의 성공이 넓은 투자자 집단에 분산돼 있음을 보여주지만, 동시에 AI 경쟁의 승패가 소수 대형 자본의 포트폴리오 안에서 관리될 가능성도 시사한다. 앤트로픽과 오픈AI가 경쟁할수록 일부 투자자는 한쪽의 실패보다 전체 AI 시장의 가치 상승에 더 큰 경제적 이익을 얻게 될 수 있다. 시장 경쟁, 데이터센터 투자, 반도체 조달, 인재 확보, AI 안전 규범을 둘러싼 논의에서 이해관계의 중첩 여부를 면밀히 들여다봐야 하는 이유다.

 

앤트로픽의 LTBT는 AI 안전을 기업의 선언문이 아니라 지배구조에 심으려는 드문 시도다. 동시에 이 구조는 공개회사의 고전적 원칙, 즉 자본 제공자가 이사회 선출을 통해 경영을 통제한다는 원칙을 재정의하려는 실험이기도 하다. 공모 흥행 여부와 별개로, 앤트로픽의 증권신고서는 향후 AI 기업들이 ‘공익’과 ‘주주권’을 어떤 계약으로 조정할지 보여주는 첫 번째 본격 시험지가 될 가능성이 크다.

배너
배너
배너

관련기사

93건의 관련기사 더보기


[이슈&논란] '한국 미출시로 우회접속'까지 할 정도로 난리난 AI비서?…주가 30% 폭등에 앱스토어 1위까지

[뉴스스페이스=김정영 기자] 한국 시장의 문은 아직 열리지 않았지만, 이용자들은 먼저 진입로를 찾고 있다. 해외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메타의 인공지능(AI) 에이전트 앱 ‘뮤즈’가 국내 정식 출시 전부터 관심을 모으면서 우회 가입법까지 확산하고 있다. 메타의 ‘뮤즈’가 던진 질문은 단순하다. 이용자가 검색하고 비교하고 결제하던 일을 AI에 맡기면, 인터넷 시장의 주도권은 누구에게 넘어가는가. 관심을 끄는 것은 새 AI 서비스지만, 경쟁의 핵심은 이용자가 쇼핑과 예약을 시작하는 첫 화면이다. 국내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중심으로 가상사설망(VPN)과 원격 브라우저를 활용한 뮤즈 가입법이 확산하고 있다. 뮤즈는 질문에 답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이메일 발송, 여행 예약, 상품 구매 등 여러 단계의 업무를 대신 처리하는 개인용 AI 에이전트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메타는 9월 8일 미국과 캐나다에서 뮤즈를 출시했다. 기본 서비스는 무료이며, 사용량이 많은 이용자를 위한 유료 요금제는 월 20달러와 100달러다. 초기 반응은 빠르다. 다운로드수가 폭발적으로 급증하는 추세이며, CNBC는 9월 29일 뮤즈가 출시 이후 애플 앱스토어에서 챗GPT를 제치고 1위에 올랐다

[내궁내정] 스토리텔링이 만든 8번의 대혁명? 모닥불·이미지·문자·인쇄·전기·디지털 비트·SNS·스마트폰…문명을 움직인 것은 결국 이야기였다

[뉴스스페이스=이종화 기자] <편집자주> 유튜브, 인스타 등에서 활동하는 인플루언서들이 '협찬을 받지 않았다', '광고가 아니다'라는 사실을 보이기 위해 "내 돈 주고 내가 샀다"라는 뜻의 '내돈내산'이라는 말이 생겼다. 비슷한 말로 "내가 궁금해서 결국 내가 정리했다"는 의미의 '내궁내정'이라고 이 기획코너를 명명한다. 우리 일상속에서 자주 접하는 소소한 얘기거리, 궁금증, 호기심, 용어 등에 대해 정리해보는 코너를 기획했다. 큰 삼각형과 작은 삼각형, 원 하나가 화면을 오갈 뿐인데 사람들은 사랑과 질투, 추격과 탈출의 드라마를 읽어냈다. 1944년 심리학자 프리츠 하이더와 마리안 지멜의 실험은 인간이 세계를 단순한 사건의 나열이 아니라 ‘누가 왜 무엇을 했는가’라는 이야기의 틀로 해석하는 존재임을 보여준다. 생성형 인공지능(AI)이 사실 같은 허구를 대량 생산하는 시대, 이야기를 만드는 기술만큼이나 그 이야기를 의심하고 출처를 추적하는 능력이 중요해지고 있다. 이야기가 만든 8번의 대혁명 케빈 애슈턴의 『이야기에 관한 이야기』(김하현 옮김, 생각의힘)는 인간 문명의 진보를 ‘이야기를 더 멀리, 더 많이, 더 오래 전달하게 한 도구의 역사’로 읽

[빅테크칼럼] “AI가 위키백과를 읽고, 독자는 떠났다”…조회수 8% 급감에 흔들리는 ‘무료 지식’

[뉴스스페이스=이종화 기자] 생성형 인공지능(AI)이 위키백과의 정보를 대규모로 흡수해 이용자에게 곧바로 답을 내놓는 사이, 정작 원천 지식의 생산·검증·유지 비용을 떠받치는 위키백과의 방문자 기반은 약화하고 있다. AI가 ‘무료 지식’을 더 넓게 유통시키는 동시에, 그 지식을 만든 자원봉사 편집자와 소액 기부자의 선순환 구조를 흔들고 있다는 진단이다. 버나뎃 미한 위키미디어재단 CEO는 2일(현지시간) 액시오스와의 인터뷰에서 “지난해 위키백과 페이지 조회 수가 8% 줄었다”고 밝혔다. 그는 "감소를 예상하지 못한 일은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낙관적으로만 보거나 우려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액시오스는 위키백과가 대형언어모델(LLM)의 핵심 정보원인 반면, AI 챗봇과 AI 검색이 위키백과 기반 정보를 직접 요약·응답하면서 이용자가 원문 사이트를 방문할 필요가 줄고 있다고 짚었다. 재단은 이 변화의 원인으로 생성형 AI와 소셜미디어를 함께 지목했다. 검색엔진이 외부 링크 대신 검색 결과 화면에서 AI 요약 답변을 제공하고, 젊은 이용자층이 오픈웹보다 숏폼 영상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정보를 소비하는 흐름이 겹쳤다는 설명이다. 특히 위키미디어는

[빅테크칼럼] “보정 없는 뇌 해독” 자신한 뉴럴링크…5만 시간 신경데이터가 바꾼 BCI의 다음 단계

[뉴스스페이스=이승원 기자] 일론 머스크가 공동 창업한 뇌-컴퓨터 인터페이스(BCI) 기업 뉴럴링크가 임상시험 참가자로부터 5만 시간 이상의 뇌 신호 데이터를 확보해 인공지능(AI) 모델 사전학습에 활용했다고 밝혔다. 참가자별 맞춤형 모델을 통해 커서 제어 성능과 디코더의 유지 기간을 높이고, 반복 보정에 들어가는 시간을 줄였다는 것이 회사 측 설명이다. 다만 공동창업자인 동진(DJ) 서 사장이 “보정 없는 해독(calibration-free decoding)” 가능성을 언급한 것은 아직 공개 논문이나 객관적 벤치마크로 검증된 성과가 아니라는 지적이 나온다. 뉴럴링크는 1일 자사 엔지니어링 업데이트 ‘레이블 없는 뇌 데이터 5만 시간 사전학습’에서 임상시험 개시 후 약 2년 동안 참가자들이 5만 시간 이상의 비정형·비라벨 신경 데이터를 전송했다고 밝혔다. 회사에 따르면 첫 번째 참가자 1명만 해도 누적 기록 시간이 9000시간을 넘었고, 이 과정에서 수집된 뉴런 스파이크는 약 224억개다. 뉴럴링크는 기존에는 이들 데이터의 대부분이 활용되지 않았으나, 이제 데이터셋 규모가 커지면서 대규모 사전학습이 가능해졌다고 설명했다. 이번 접근법의 핵심은 정답 라벨이 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