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스페이스=김정영 기자] 애플이 앱 추적 투명성(App Tracking Transparency·ATT) 정책을 경쟁사 앱 개발자에게만 불리하게 운용했다는 이유로 영국에서 20억파운드(약 27억 달러, 한화 3조7000억원) 규모의 집단소송을 당했다. 쟁점은 프라이버시 보호의 정당성 자체가 아니라, 애플이 iOS 생태계의 관문사업자 지위를 활용해 제3자 앱에는 더 엄격한 추적 동의 절차를 부과하고 자사 광고·데이터 사업에는 상대적으로 완화된 기준을 적용했는지 여부다.
20억파운드 ‘ATT 손해배상’ 청구
investing, thenextweb, thenews, mobilegamer에 따르면, 영국 앱 개발자들을 대리하는 ATT Collective Action Limited는 2026년 9월 3일 런던 경쟁항소심판소(Competition Appeal Tribunal·CAT)에 애플을 상대로 20억파운드, 약 27억달러의 집단소송을 제기했다. 이번 청구는 수천 명의 영국 iOS 앱 개발자를 포괄하며, 대표자는 영국 경쟁시장청(CMA)에서 2014~2024년 반독점 담당 선임국장을 지낸 경쟁법 전문가 앤 포프다.
소송은 ATT가 도입된 2021년 4월 26일을 출발점으로 삼는다. ATT는 앱이 다른 기업의 앱·웹사이트에 걸친 이용자 활동을 추적하려 할 때 이용자의 명시적 허가를 받도록 설계된 iOS 기능이다. 그러나 원고 측은 제3자 개발자가 개인정보보호법상 동의뿐 아니라 애플이 정한 추가 팝업 동의까지 받아야 했던 반면, 애플은 자사 맞춤형 광고에 별도 방식의 동의창을 사용하면서 동일한 부담을 지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이번 소송의 대상은 앱 개발사 가운데 제3자 iOS 앱 안에서 광고수익을 얻었거나, 제3자 iOS 앱의 이용자 유치를 위해 광고비를 지출한 영국 사업자다. 영국의 옵트아웃 집단소송 구조상 대상 개발자는 개별 참여 의사를 밝히지 않아도 원칙적으로 자동 편입되며, 소송에서 제외되려면 탈퇴 의사를 표시해야 한다. 다만 CAT가 집단소송으로서의 적격성과 대표성 등을 먼저 허가해야 본안 심리가 가능하다.
‘반프라이버시’ 아닌 경쟁중립성 공방
원고 측은 ATT 철폐를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애플의 프라이버시 규칙이 자사와 외부 개발사에 동일하게 적용돼야 한다는 점을 전면에 내세웠다. 포프는 “프라이버시는 소비자를 위한 중요한 보호장치지만, 모든 규모의 기업이 공정한 경쟁 환경에서 경쟁할 수 있도록 공정하게 적용돼야 한다”며 “디지털 플랫폼이 자신에게는 한 가지 규칙을 적용하고 앱 개발자에게는 다른 규칙을 강요하는 이유가 돼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손해 논리는 광고시장 구조에 맞춰져 있다. 무료 앱, 특히 게임·콘텐츠·유틸리티 앱은 타깃 광고의 성과 측정과 신규 이용자 획득(user acquisition)에 상당 부분 의존한다. 외부 앱의 이용자 추적 동의율이 낮아지면 광고주가 광고를 본 이용자가 설치·결제까지 이어졌는지를 파악하기 어려워지고, 광고 단가와 캠페인 최적화 효율이 떨어진다. 이 경우 개발사는 같은 이용자 1명을 확보하기 위해 더 많은 마케팅비를 써야 하고, 광고수익 감소분을 구독료나 인앱 결제로 메워야 할 가능성이 커진다. 이것이 소송이 말하는 ‘이중 동의’의 경제적 비용이다.
특히 영국 정부의 과학·혁신·기술부(DSIT) 통계를 인용한 원고 측 자료에 따르면 영국 앱 개발사의 70%는 직원 10명 미만이며, 가장 흔한 조직 규모는 단 2명이다. 대형 플랫폼의 정책 변경에 대응할 법무·데이터·광고기술 역량이 제한적인 영세 개발사가 ATT의 비용 충격을 더 크게 받았다는 것이 청구인 측의 문제 제기다.
다만 애플의 법적 방어도 분명하다. 애플은 독일 경쟁당국 조사 과정에서 현행 ATT 프롬프트가 이용자가 자신의 데이터를 통제하도록 돕는 “명확하고, 이해하기 쉽고, 효과적인 방식”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즉, 애플은 ATT가 경쟁배제 장치가 아니라 이용자 프라이버시 강화 조치이며, 개인정보 보호 목적상 제3자 간 추적과 자사 서비스의 데이터 처리를 동일선상에 둘 수 없다고 다툴 가능성이 높다.
유럽 규제기관, “설계·표현”을 문제 삼다
유럽 경쟁당국은 ATT라는 프라이버시 정책의 존재 자체보다, 실제 동의창의 설계와 적용 방식이 비례적·객관적·비차별적이었는지를 문제 삼아 왔다. 프랑스 경쟁당국은 2025년 3월 애플이 iOS·iPadOS 앱 유통시장에서 지배적 지위를 남용했다고 판단해 1억5000만유로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프랑스 당국은 ATT 프롬프트의 설계·운영이 애플이 주장한 개인정보 보호 목표 달성에 필요하거나 비례적이지 않았고, 객관성·투명성·비차별성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다고 판시했다. 위반 기간은 2021년 4월 26일부터 2023년 7월 25일까지로 특정됐다.
이탈리아 경쟁당국(AGCM)도 2025년 12월 애플이 iOS 이용자 대상 앱 온라인 유통 플랫폼 시장에서 지배적 지위를 남용했다고 판단하고 9863만5416.67유로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AGCM은 애플이 앱스토어를 통해 해당 시장에서 ‘초지배적(super-dominant)’ 지위를 보유한다고 명시하면서 ATT 정책이 경쟁을 제한했다고 결론 냈다.
독일 연방카르텔청은 2026년 8월 애플의 ATT가 자사 앱에는 제3자 개발사보다 유리한 동의 프롬프트를 제공해 경쟁법 위반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애플은 그 결과 제3자용 동의 팝업에서 이용자의 거부를 유도할 수 있는 문구와 기호를 제거하고, 시각적·언어적으로 중립적인 형태로 재설계하기로 했다. 결정 통지를 받은 뒤 4개월 이내에 이행해야 하며, 약속은 7년간 유효하고 독립 수탁자의 감독을 받는다. 애플은 이 변경을 EU 대부분 국가에 적용할 방침이다.
애플 광고사업의 성장, 인과관계는 별도 검증 대상
원고 측은 ATT 시행 이후 애플 광고사업의 규모가 2020년 15억달러에서 2025년 약 74억달러로 커졌다고 주장한다. 이는 약 59억달러 증가, 약 4.9배 확대에 해당하는 수치다.
법원이 볼 핵심은 애플 광고사업의 성장 자체가 아니라 ATT가 외부 개발사에 불균형한 제약을 가했는지, 그 제약이 실제 광고수익 하락·이용자 획득비용 상승과 어느 정도의 인과관계를 갖는지, 그리고 20억파운드라는 손해액 산정이 집단 전체에 대해 공통적으로 입증될 수 있는지다. 앱 시장의 광고 침체, 경기변동, 이용자 행태 변화, 앱 장르별 수익모델, 다른 광고 플랫폼의 정책 변화 등도 손해액 산정에서 애플 측이 제기할 반론 변수다.
관전 포인트… ‘프라이버시’도 경쟁법 심사 대상
이번 사건은 빅테크의 개인정보보호 기능이 경쟁법상 면책 논리가 될 수 있는지 묻는 시험대다. 프라이버시 강화는 소비자 후생을 높일 수 있지만, 플랫폼이 규칙의 설계자이자 집행자, 그리고 해당 데이터·광고시장의 경쟁자일 때는 규칙 적용의 대칭성이 별도의 경쟁 이슈가 된다.
영국 CAT의 초기 관문은 소송 허가 단계다. 법원은 대표당사자의 적합성, 청구대상 집단의 정의, 공통 쟁점의 존재, 손해액 추정 방법의 신뢰성 등을 심사하게 된다. 원고 측이 이를 통과하면 2021년부터 이어진 ATT의 정책 충격이 영국 개발사별 광고성과 데이터와 함께 본격적으로 검증받게 된다. 반대로 허가가 불발되면 ATT의 경쟁중립성 논쟁은 유럽 각국 규제기관의 시정명령과 별개로, 영국 내 민사 배상책임까지 연결되기는 어려워진다.
애플에는 단순히 20억파운드 손해배상 위험 이상의 사건이다. 프랑스의 과징금, 이탈리아의 제재, 독일의 프롬프트 재설계 약속이 누적된 상황에서 영국 소송까지 본안으로 진입할 경우, ATT는 ‘이용자 선택권을 강화한 프라이버시 표준’이라는 애플의 서사와 ‘자사우대적 게이트키퍼 규칙’이라는 경쟁당국·개발사 측 비판이 정면으로 충돌하는 대표 사례가 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