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스페이스=이승원 기자] 메타가 직원 성과평가에서 인공지능(AI) 도구의 사용 빈도와 토큰 소비량을 사실상 배제하기로 했다. 올해 초 전사적으로 내건 ‘AI 기반 임팩트’ 기조가 단순 사용량 경쟁, 이른바 ‘토큰맥싱(tokenmaxxing)’으로 변질됐다는 내부 반작용을 인정한 조치로 읽힌다.
다만 메타는 AI 도입 자체의 고삐를 푼 것은 아니다. 오히려 직원들에게 자율형 개인 AI 에이전트 ‘해치(Hatch)’를 테스트하도록 권장하면서, AI 전략의 평가 기준을 ‘얼마나 많이 썼는가’에서 ‘얼마나 실제 일을 해냈는가’로 옮기고 있다.
미국 정보기술(IT) 전문매체 와이어드(WIRED)는 9월 3일(현지시간) 메타가 이번 주 직원들에게 보낸 내부 공지에서 AI 도구 사용량을 성과평가의 기준으로 삼지 않겠다고 통보했다고 보도했다. 공지를 받은 직원 3명에 따르면, 새 평가 지침은 기존의 ‘AI 사용(usage of AI)’과 ‘AI 네이티브(AI Native)’ 같은 표현을 삭제했다. 대신 업무 성과는 “AI 또는 다른 수단에 의해 지원될 수 있다”고 규정했다. 도구의 채택 여부보다 최종 결과와 조직 기여도를 보겠다는 문구다.
메타 엔지니어들에게는 더 직접적인 설명도 전달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매체 디인포메이션(The Information)은 메타가 ‘AI 도입 대시보드’나 ‘토큰 수’를 직원의 임팩트 평가에 사용하지 않겠다고 밝혔다는 내용을 보도했다. 메타 대변인 트레이시 클레이턴은 와이어드에 “회사는 항상 직원의 기여도를 기준으로 평가해왔다”며 이번 개정이 이 원칙을 강조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도입률’ KPI가 만든 역설
이번 수정은 AI 활용을 생산성 혁신의 수단이 아니라 독립된 인사평가 지표로 설정했을 때 벌어질 수 있는 부작용을 보여준다. 메타는 2025년 말부터 2026년 전 직원에게 ‘AI 기반 임팩트’를 핵심 기대치로 부여했고, 이 과정에서 내부 AI 도구를 얼마나 자주 이용했는지, 얼마나 많은 토큰을 소진했는지가 주목받기 시작한 것으로 전해진다.
문제는 토큰 소비량이 곧바로 업무 품질이나 사업 성과를 뜻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길고 복잡한 프롬프트를 반복 입력하거나 자동화 도구를 과도하게 실행하면 사용량 수치는 커질 수 있지만, 이를 통해 의사결정 속도·코드 품질·매출·고객 경험이 개선됐는지는 별개다. 내부에서는 이를 ‘토큰맥싱’이라 부르며, AI를 통한 실질 가치 창출보다 측정 가능한 활동량을 부풀리는 문화가 생겼다는 지적이 나왔다.
와이어드와 이를 인용한 복수의 해외 매체 보도에 따르면, 한 직원은 사내 AI 소비량을 추적하는 리더보드까지 만들고 ‘토큰 레전드(Token Legend)’ 같은 칭호를 부여했다. 해당 리더보드는 외부 유출 뒤인 지난 4월 삭제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일화는 AI 전환의 핵심 난제가 기술 도입 자체가 아니라, 조직이 무엇을 보상하느냐에 있다는 점을 상징적으로 드러낸다.
메타의 수정된 메시지는 AI 사용을 금지하거나 축소한다는 뜻은 아니다. AI로 뒷받침될 수 있다는 문구를 남겨 도입 장려 기조는 유지하되, 특정 모델·도구의 호출 횟수는 성과 자체가 아니라 업무를 지원하는 수단으로 재정의한 것이다. 다시 말해 ‘AI를 썼는가’가 아니라 ‘AI를 써서 무엇을 바꿨는가’가 평가의 중심으로 복귀한 셈이다.
‘챗봇’ 넘어 행동하는 해치
메타가 AI 사용량 평가를 완화하는 동시에 사내 테스트를 확대하는 대상은 ‘프로젝트 해치(Project Hatch)’로 알려진 개인용 AI 에이전트다. 해치는 질문에 답하는 일반 챗봇과 달리 사용자의 목표를 받아 웹사이트와 애플리케이션을 넘나들며 다단계 작업을 수행하도록 설계된 것으로 보도됐다.
비즈니스 인사이더가 입수한 내부 메모를 인용한 보도에 따르면, 해치는 “항상 사용자를 대신해 일하는 개인 에이전트”로 소개됐다. 자체적인 컴퓨팅 환경을 바탕으로 양식 작성, 상품 구매, 심층 조사 등을 수행하며, 이메일·캘린더·스포티파이·인스타그램·오픈테이블 등과 연동하는 구상이 거론된다. 주문, 식당 예약, 온라인 구매처럼 결제나 개인정보가 얽힐 수 있는 업무가 예시로 제시된 만큼, 실제 상용화 단계에서는 오류 책임·사용자 승인·계정 권한 관리·개인정보 보호가 제품 신뢰도를 좌우할 변수다.
메타는 해치를 최근 몇 주간 직원용 기기에서 시험해온 것으로 알려졌으며, 초기에는 슈퍼인텔리전스 랩스(Superintelligence Labs) 중심이던 테스트를 더 넓은 직원층으로 확대한 것으로 전해진다. CNBC는 비즈니스 인사이더가 확인한 내부 메모를 인용해, 해치가 이르면 9월 초 왓츠앱과 인스타그램 안에서 출시될 가능성이 있으며 온라인 구매와 식당 예약 같은 자율 작업을 수행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다만 메타는 해치의 정식 출시일, 탑재 서비스 범위, 외부 파트너 연동 목록을 공식 발표하지 않았다.
수익화 모델도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다만 디인포메이션 보도를 인용한 여러 외신은 메타가 사용량 한도를 차등 적용하는 요금제를 검토하며 최고 월 199.99달러 수준의 프리미엄 상품을 논의했다고 전했다. 월 200달러는 연간 약 2400달러에 해당하는 고가 구독 모델이다. 생성형 AI가 무료 챗봇 경쟁을 넘어, 실제 업무를 대신 수행하는 고비용·고책임 에이전트 서비스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가격대다.
숫자로 보는 메타의 압박
메타가 해치의 효용을 내부에서 집요하게 검증할 이유는 투자 규모에서 확인된다. 메타는 2026년 2분기 실적 발표에서 올해 설비투자(CapEx) 전망치를 1300억~1450억달러로 제시했다. 이는 기존 전망치인 1250억~1450억달러에서 하단을 50억달러 높인 수치다. 2025년 연간 설비투자 722억2000만달러와 비교하면, 올해 중간값 1375억달러는 약 90% 높은 수준이다.
메타의 2026년 2분기 설비투자는 분기 기준 310억8000만달러로 전년 동기 170억1000만달러보다 약 82.7% 급증했다. 같은 기간 매출은 608억100만달러로 28% 늘었지만, 비용·지출은 420억2600만달러로 55%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187억7500만달러로 8% 감소했다. 영업이익률도 43%에서 31%로 12%포인트 낮아졌다. AI 인프라와 연구개발 투자 확대가 단기 수익성에 얼마나 큰 압력을 가하는지를 보여주는 수치다.
메타의 이용자 기반은 해치의 잠재적 배포력이라는 점에서 경쟁사와 구별된다. 메타는 2026년 6월 기준 페이스북·인스타그램·메신저·왓츠앱을 합친 ‘패밀리 일일활성이용자(DAP)’가 평균 36억명이라고 밝혔다. 전년 동기보다 3% 늘어난 수치다. 만약 해치가 왓츠앱과 인스타그램에 실제로 탑재된다면, 별도 앱 설치 없이 수십억 명의 기존 접점 안에서 발견·시험·전환을 유도할 수 있다. 다만 메타는 DAP가 내부 데이터에 기반한 추정치이며, 전 세계 기준 오차 범위가 일반적으로 약 3% 수준일 수 있다고 SEC 공시에서 명시하고 있다.
관건은 토큰 아닌 ‘완결률’
메타가 이번에 배운 교훈은 분명하다. AI 전환기의 성과지표는 ‘프롬프트 수’, ‘모델 호출 수’, ‘토큰 소비량’이 아니라 결과물의 품질과 업무의 종결성에 맞춰져야 한다는 것이다. 해치 역시 기술 시연의 화려함보다 사용자가 실제로 맡긴 일을 얼마나 정확하고 안전하게 끝내는지가 승부처가 될 전망이다.
향후 메타가 공개해야 할 핵심 지표도 단순 가입자 수나 호출량이 아니다. 과업 완료율, 사용자의 중간 개입·수정률, 오류·취소율, 민감한 행동에 대한 승인 체계, 거래 후 고객 만족도, 작업당 추론·컴퓨팅 비용, 유료 전환율 등이 에이전트 사업의 실력을 가르는 지표가 될 가능성이 크다. 토큰을 많이 소모하는 에이전트가 아니라, 적은 개입과 합리적 비용으로 신뢰할 만한 결과를 내는 에이전트가 상용화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는 의미다.
마크 저커버그 메타 최고경영자(CEO)는 2026년 2분기 실적 발표에서 “AI가 현재의 핵심 사업을 가속하고, 차세대 제품을 구동하며, 새로운 기업 기회를 열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메타의 같은 분기 잉여현금흐름은 7억8400만달러로, 전년 동기 85억4900만달러에서 크게 감소했다. 천문학적인 AI 인프라 투자가 계속되는 상황에서 해치는 단순한 신제품을 넘어, 메타가 AI 지출을 실제 소비자 서비스와 반복 매출로 연결할 수 있는지 가늠하는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결국 메타의 정책 전환은 AI 도입을 후퇴시킨 것이 아니라 관리 방식을 바꾼 것이다. 직원에게는 토큰을 태우는 경쟁 대신 사업적 임팩트를 요구하고, 회사에는 해치가 ‘항상 일하는 개인 에이전트’라는 약속을 실사용 성과로 증명해야 하는 더 엄격한 과제가 남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