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스페이스=이현주 기자] 삼성물산이 스웨덴 신규 원전 개발사업에 공동 EPC(설계·조달·시공) 파트너로 참여하며 유럽 SMR 시장 공략을 본격화했다. 프로젝트의 설계 기준과 핵심 기자재 조달은 GE 버노바 히타치 뉴클리어 에너지(GVH)가 주도하고, 삼성물산은 건설 수행 역량을 결합하는 구조다. 한국 기업이 단순 시공 참여를 넘어 초기 개발·인허가·재원조달 검토 단계부터 유럽 원전 프로젝트에 들어갔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스웨덴 원자력기술기업 스투드스빅(Studsvik)은 3일 삼성물산, GVH, GE 버노바 파이낸셜서비스, DS투자파트너스와 함께 ‘리펌(ReFirm)’ 신규 원전 프로그램을 추진하기 위한 협약을 맺었다고 발표했다. 우선 개발 대상은 GVH의 300MWe급 비등경수로(BWR) 기반 SMR인 ‘BWRX-300’ 4기다. 총 설비용량은 약 1200MWe, 즉 1.2GW다. 이는 스웨덴 정부가 2035년까지 새로 확보하겠다고 제시한 원전 2.5GW 목표의 48%에 해당하는 규모다.
프로젝트는 스투드스빅이 보유·운영하는 기존 원자력 시설 부지가 있는 니셰핑(Nyköping) 또는 발데마르스비크(Valdemarsvik)의 말마(Målma) 부지 가운데 한 곳에서 추진된다. 니셰핑은 기존 원자력 시설 운영 허가를 보유한 곳이며, 발데마르스비크 부지는 2026년 3월 스웨덴의 새 원자력 관련 제도 아래 정부 승인을 받기 위한 신청서가 제출됐다. 최종 부지는 공동 개발 과정에서 결정된다. 즉 국내 보도에서 표현한 ‘운영 허가 부지’는 니셰핑에만 명확히 적용되며, 전체 프로젝트의 최종 건설지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스투드스빅은 인허가, 환경영향평가, 부지 권리, 지역사회 소통, 스웨덴 정부와의 협의를 맡는다. GVH는 원자로 설계, 인허가 기술지원, 원가 산정 및 설계 권한을 담당한다. 삼성물산과 GVH는 설계·조달·건설의 실행팀으로서 단일 책임체계(single-point responsibility)를 구성하기로 했다. DS투자파트너스는 독점협상 기간 투자 유치를 주도하고, GE 버노바 파이낸셜서비스는 금융구조 자문 역할을 수행한다. 향후 개발·금융·건설·소유·운영을 지원할 프로젝트 법인도 별도로 설립할 계획이다.
사업의 성패는 BWRX-300의 첫 상업 적용 사례가 될 캐나다 온타리오주 달링턴 프로젝트의 공정·원가 관리에 크게 좌우될 전망이다. 캐나다 원자력안전위원회(CNSC)는 2025년 4월 4일 온타리오파워제너레이션(OPG)에 대해 달링턴 부지의 BWRX-300 1기 건설을 허가했고, 온타리오 주정부는 같은 해 5월 첫 호기 착공을 승인했다. OPG는 첫 호기의 전력망 연결 목표 시점을 2030년 말로 제시했다.
달링턴은 4기 기준 총 1.2GW로, 이번 스웨덴 사업과 설비 규모 및 원전 노형이 같다. OPG는 4기 총예산을 209억 캐나다달러로 추정하고 있다. 이 가운데 첫 호기 비용은 61억 캐나다달러, 공통 시스템·서비스 비용은 16억 캐나다달러다. 단순 환산으로는 4기 전체 사업비 중 첫 호기와 공통 인프라에 약 37%가 먼저 투입되는 구조다. 후속 호기에서 표준화와 학습효과를 통해 비용을 낮출 수 있다는 ‘함대(fleet) 전략’이 이 사업의 핵심 논리이지만, 이는 캐나다의 실제 건설 성과로 검증돼야 할 가정이기도 하다.
스투드스빅 역시 4기 동시·단계 개발이 표준화와 초기 호기 경험의 후속 호기 적용을 통해 비용, 공기, 생산성을 개선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SMR은 이름과 달리 사업 위험이 작지 않다. 원전은 모듈 크기보다 인허가, 대규모 초기 자본, 원자로 공급망, 장기 전력구매계약, 사용후핵연료·폐기물 관리, 지역 수용성 등의 조건이 투자 결정을 좌우한다. 특히 스웨덴 정부의 원전 확대 목표가 곧 민간 사업자의 투자 확정이나 일정 보장을 뜻하지는 않는다.
스웨덴 정부는 2035년까지 신규 원전 2.5GW, 2045년까지 최대 10GW의 원전 확대 여건을 마련하겠다는 로드맵을 추진 중이다. 스웨덴 정부의 원전 신설 조정기구는 신규 원전 인허가 신청부터 계통 연결까지 약 10년이 걸릴 것으로 추정하면서도, 첫 프로젝트 하나만으로 2035년 목표를 달성하기는 어려울 수 있다고 평가했다. 2035년 2.5GW 달성을 위해서는 복수 부지에서 병행 건설이 신속히 시작돼야 하고, 규제기관의 심사 역량과 공급망·전문인력 확보가 뒤따라야 한다는 분석이다.
이런 맥락에서 스웨덴 프로젝트의 ‘2030년대 중반 첫 호기 상업운전’ 목표는 정부의 2035년 원전 확충 목표와 시간상 맞물리지만, 현실화에는 상당한 실행 리스크가 따른다. 스웨덴 정부도 원전 신설을 위해 금융·위험분담 제도를 마련하고 인허가 절차 개선을 추진해 왔으나, 해당 조정기구는 초기 사업의 허가 절차가 실제로 얼마나 효율적으로 작동할지는 불확실하다고 적시했다.
삼성물산 입장에서는 이번 협약이 단기 실적보다 중장기 레퍼런스 확보에 무게가 실린다. 삼성물산은 스투드스빅 발표자료에서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 5.6GW를 포함해 원전 10기, 총 12GW의 수행 경험을 보유했다고 소개됐다. 다만 바라카는 대형 APR1400 중심의 프로젝트였던 반면, 스웨덴 사업은 미국계 BWR 기술 기반의 SMR, 북유럽 인허가 체계, 유럽 현지 공급망, 민간·정책금융 혼합 구조라는 점에서 사업 조건이 다르다.
결국 이번 JDA의 본질은 삼성물산이 1.2GW짜리 확정 공사를 따냈다는 데 있기보다, 유럽의 SMR ‘첫 호기 후보군’에 개발·시공 파트너로 이름을 올렸다는 데 있다.
향후 관전 포인트는 네 가지다. 첫째, 니셰핑과 발데마르스비크 중 최종 부지 선정 여부다. 둘째, 스웨덴 정부 인허가와 환경영향평가의 진척 속도다. 셋째, DS투자파트너스와 GE 버노바 파이낸셜서비스가 주도할 자금조달 구조와 장기 전력판매 계약이다. 넷째, 달링턴 BWRX-300 첫 호기가 목표 일정과 예산 안에서 공정 성과를 내는지다. 이 네 관문을 넘어야 이번 협약은 ‘유럽 SMR 진출 선언’에서 삼성물산의 실질 EPC 매출로 전환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