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스페이스=이승원 기자] 애플이 15년 만의 최고경영자 교체를 실행하면서 존 터너스 신임 CEO에게 2027회계연도 기준 약 5800만달러(한화 790억원)의 목표 보상 패키지를 제시했다. 팀 쿡 전 CEO는 9월 1일부터 이사회 집행의장으로 전환해 약 4700만달러의 목표 보수를 받는다.
애플 SEC 공시를 인용한 Bloomberg Law·The Wrap·9to5Mac 보도에 따르면, 이번 보상안은 단순한 급여 조정이라기보다, 차기 CEO의 성과책임을 강화하는 동시에 쿡을 정책·대외관계와 전략적 연속성을 담당하는 고위 경영자로 잔류시키는 ‘이중 안전장치형’ 승계 구조로 해석된다.
주가 성과에 묶인 5800만달러
애플이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보상 관련 공시에 따르면, 터너스 CEO의 2027회계연도 목표 보상은 기본급 300만달러와 목표가치 5500만달러의 연간 주식보상으로 구성된다. 산술상 현금성 기본급의 비중은 전체 목표 보상의 약 5.2%에 불과하고, 약 94.8%가 주식보상이다. 즉 터너스의 실질 보수는 애플의 장기 주가 및 경영 성과와 사실상 결박되는 구조다.
5500만달러 규모의 주식보상 가운데 75%인 4125만달러는 성과조건부 RSU(양도제한조건부주식)다. 이 물량은 애플의 총주주수익률(TSR)을 S&P 500 구성 종목들과 비교해 산정하는 방식으로 지급 여부와 수준이 좌우된다. 나머지 25%인 1375만달러는 시간조건부 RSU로, 4년에 걸쳐 매 반기 12.5%씩 분할 베스팅된다.
애플은 터너스가 2026회계연도 중 CEO로 재직하는 기간에 대해서도 약 250만달러 목표가치의 일할 계산 RSU를 별도로 부여하기로 했다. 이는 9월 1일 취임과 애플 회계연도 종료 시점 사이의 짧은 재직 기간을 반영한 과도기 보상이다.
터너스의 보수에서 특히 주목할 대목은 성과연동 주식의 비중이다. 주식보상 75%를 상대 TSR에 연동한 것은 단순히 애플 주가가 올랐는지를 보는 방식이 아니라, 광범위한 시장 상승이나 대형 기술주 랠리의 영향까지 어느 정도 걸러낸 뒤 S&P 500 내 상대 경쟁력을 평가하겠다는 뜻이다. 시장 전체가 상승해도 애플의 주가 성과가 지수 구성 기업 대비 부진하다면 최고경영자의 보상은 기대 수준에 못 미칠 수 있다.
쿡 보수 37% 감소…그러나 ‘퇴장’은 아니다
집행의장으로 이동한 쿡의 2027회계연도 목표 보상은 기본급 200만달러와 목표가치 4500만달러의 주식보상으로 구성된다. CEO 시절 기본급 300만달러에서 100만달러, 즉 33.3% 줄었고, 목표 보상 총액도 5800만달러인 터너스보다 1100만달러 적다.
쿡의 4500만달러 주식보상은 성과조건부 RSU와 시간조건부 RSU가 각각 50%씩, 즉 2250만달러 규모로 나뉜다. 터너스의 성과연동 주식 비중이 75%인 것과 비교하면 쿡은 상대적으로 장기 재직 및 전환 안정성에 더 무게를 둔 설계다. 시간조건부 RSU 역시 4년 동안 반기별로 12.5%씩 지급된다.
다만 ‘쿡의 보수가 2025년 대비 37% 감소했다’는 표현은 비교 기준을 분명히 해야 한다. 쿡의 2025회계연도 총보수는 7429만4811달러였으며, 기본급 300만달러, 주식보상 5753만5293달러, 비주식 성과보상 1200만달러, 기타 보상 175만9518달러로 구성됐다.
반면 이번에 공개된 4700만달러는 기본급과 목표 주식보상만 합친 수치로, 비주식 성과보상과 보안·전용기 이용 등 기타 보수 항목은 포함되지 않았다. 따라서 7429만달러와 4700만달러를 기계적으로 비교해 “실제 보수가 정확히 36.7% 줄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현 시점에서 확인 가능한 표현은 ‘공시된 목표 기본급·주식보상 기준으로 약 37% 낮다’는 것이다.
‘은퇴 후에도 베스팅’이 뜻하는 것
쿡의 보상안에는 퇴직 이후 처리 규정도 포함됐다. 주식 부여일로부터 1년이 지난 뒤 쿡이 은퇴를 이유로 퇴직하면, 성과조건부 RSU는 해당 성과 조건을 충족하는 범위에서 계속 베스팅될 수 있고, 시간조건부 물량도 기존 일정에 따라 처리된다. 다만 실제 주식의 교부 시점은 애초 정해진 베스팅 일정에 따른다.
이 조항은 쿡이 집행의장으로 장기간 남을지 여부와 무관하게, 승계 직후 최소 1년간은 리더십 이양과 대외관계 관리에 안정적으로 관여하도록 유인하는 장치로 읽힌다. 반대로 말하면, 애플 이사회가 쿡을 전면적인 ‘퇴장 인사’가 아니라 글로벌 정책 대응, 주요 이해관계자 관리, 차기 경영진 안착을 뒷받침할 전환기 자산으로 보고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애플은 쿡이 집행의장으로서 세계 각국 정책입안자들과의 관계를 포함한 회사의 특정 업무를 지원할 것이라고 공식 발표했다. 아서 레빈슨 전 비상근 이사회 의장은 같은 날 수석 사외이사로 역할을 바꾸고, 터너스는 CEO 취임과 함께 이사회에 합류했다. 경영집행은 터너스에게 넘기되, 이사회 독립성 및 쿡의 외부 네트워크를 병행 활용하는 구조다.
하드웨어 CEO의 첫 시험대는 AI
터너스는 2001년 애플 제품디자인 조직에 합류했고, 2013년 하드웨어 엔지니어링 부사장, 2021년 하드웨어 엔지니어링 담당 수석부사장을 거쳐 CEO가 됐다. 애플은 그가 아이패드·에어팟을 비롯해 아이폰, 맥, 애플워치 등의 하드웨어 개발을 이끌었다고 설명한다.
이번 승계는 스티브 잡스 이후 애플의 ‘운영·공급망 중심 CEO’였던 쿡 체제에서, 제품과 하드웨어 엔지니어링을 오래 지휘한 CEO 체제로 중심축이 이동한다는 의미를 갖는다. 로이터는 터너스가 맥 사업 부활과 아이패드·에어팟 등 핵심 제품 설계에 깊게 관여했지만, 차기 CEO로서 가장 큰 과제는 인공지능을 애플 제품 경험에 통합하는 일이라고 짚었다. 애플은 AI 분야에서 경쟁사 대비 뒤처졌다는 투자자 우려를 받아왔고, 터너스는 아이폰·맥·웨어러블 기기의 경쟁력을 AI 시대에 어떻게 재정의할지 증명해야 한다.
쿡 재임 15년 동안 애플의 시가총액은 약 3500억달러에서 4조달러로 늘었고, 연간 매출은 2011회계연도 1080억달러에서 2025회계연도 4160억달러 이상으로 거의 4배 확대됐다. 서비스 사업도 연간 1000억달러 이상 규모로 성장했고, 설치 기반 기기는 25억대를 넘어섰다.
따라서 터너스의 5800만달러 보상은 전임자의 성과를 재현하는 데 대한 보상이 아니라, 이미 초대형화한 애플을 AI·차세대 디바이스·하드웨어 생태계의 새 성장 국면으로 이끌 수 있는지에 대한 선불형 기대치에 가깝다. 특히 성과연동 주식 비중을 75%까지 높인 설계는 이사회가 ‘제품 혁신’이라는 정성적 평가보다 S&P 500 대비 주주수익률이라는 정량적 결과로 새 CEO의 성과를 판단하겠다는 신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