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스페이스=김희선 기자]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롯데쇼핑 지분율을 10% 아래로 낮췄다. ‘오너 지분 축소’ 자체보다, 주가 하락 속에서도 개인과 그룹 차원에서 동시에 현금 유동성을 확보하고 비핵심 자산을 정리하는 롯데의 재무 리셋에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신 회장은 지난 8월 28일과 31일, 9월 1일 사흘 동안 롯데쇼핑 보통주 11만8180주를 장내에서 매도했다. 처분 대금은 약 122억4000만원이다. 이에 따라 신 회장의 보유 주식 수는 289만3049주에서 277만4869주로 줄었고, 개인 지분율은 10.23%에서 9.81%로 0.42%포인트 하락했다.
이번 매각은 지난 7월 22일 예고한 처분 계획의 첫 집행이다. 당시 신 회장은 8월 21일부터 9월 18일까지 롯데쇼핑 주식 32만4100주, 발행주식총수의 1.15%를 장내에서 매도하겠다고 공시했다. 공시상 처분 목적은 ‘현금 유동성 확보’였다. 당시 기준가격은 7월 21일 종가인 주당 13만400원이었고, 예상 처분 금액은 422억6264만원으로 산정됐다.
다만 실제 시장은 공시 당시의 기대 가격을 따라가지 못했다. 신 회장이 팔아낸 물량은 전체 매각 예정분의 36.5%이지만, 실제 처분 대금은 사전 공시상 예상 거래금액의 약 29.0% 수준에 그쳤다. 단순 계산으로 이번 매각의 평균 처분단가는 약 10만3566원으로, 7월 21일 종가 13만400원보다 약 20.6% 낮다. 계획 물량의 3분의 1 이상을 팔았지만 현금화 속도는 가격 하락 탓에 그만큼 따라오지 못한 셈이다.
‘10% 붕괴’보다 중요한 것은 40% 최대주주 지분
지분율 10% 아래 하락은 상징성이 있다. 신 회장이 롯데쇼핑 개인 최대주주로서 갖는 직접 지분이 한 자릿수로 내려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를 곧바로 지배력 약화로 해석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롯데쇼핑의 최대주주는 롯데지주다. 롯데지주는 롯데쇼핑 지분 40.00%, 1131만5503주를 보유하고 있다. 신 회장은 매각 전에도 롯데지주에 이은 2대주주였고, 이번 처분 이후에도 그 지위에는 변화가 없다. 계획대로 32만4100주 전량을 처분하더라도 신 회장의 지분율은 9.08%, 보유 주식 수는 256만8949주가 된다. 즉, 직접 지분은 줄어들지만 롯데지주를 중심으로 한 지배구조의 틀 자체가 흔들리는 거래는 아니라는 의미다.
특수관계인을 포함한 최대주주 측 지분율도 60.13%에서 59.71%로 0.42%포인트 낮아졌지만, 여전히 60%에 근접한다. 시장에서 봐야 할 핵심 변수는 오너 개인 지분의 ‘10%’라는 경계선보다, 남은 20만5920주의 처분 방식과 시점, 그리고 매각 이후 롯데쇼핑 주가·수급에 미칠 단기 영향이다.
롯데쇼핑은 7월 거래계획 공시에서 처분 수량과 단가는 예상치이며 실제 거래 가격과 수량은 달라질 수 있다고 밝혔다. 시장 수급 상황에 따라 시간외대량매매를 병행할 가능성도 열어뒀다. 남은 물량을 오는 18일까지 장내에서 모두 소화할지, 블록딜 등 다른 방식을 활용할지가 향후 주가 부담을 가늠할 변수다.
122억원 개인 매각, 1조3105억원 그룹 매각의 한 조각
이번 지분 처분은 롯데그룹의 더 큰 자산 재편 흐름 속에서 읽을 필요가 있다. 롯데는 9월 1일 호텔롯데와 부산롯데호텔이 보유한 롯데렌탈 경영권 지분 61.2%의 매각에 대해 공정거래위원회 기업결합 승인을 받았다. 인수자는 미국계 글로벌 투자회사 TPG이며, 거래 금액은 주당 5만9000원, 총 1조3105억원이다. 매각 대상은 호텔롯데 지분 38.1%와 부산롯데호텔 지분 23.0%다. 롯데는 주주총회 등 후속 절차를 거쳐 10월 안에 거래를 종결한다는 계획이다.
수치상 대비는 뚜렷하다. 신 회장의 이번 롯데쇼핑 매각 대금 약 122억원은 롯데렌탈 매각 금액 1조3105억원의 약 0.93% 수준이다. 신 회장 개인의 지분 매각이 상징적 유동성 확보라면, 롯데렌탈 매각은 그룹 차원의 재무구조 개선과 사업 포트폴리오 조정에 직접 연결되는 대형 거래다.
롯데는 올해 롯데렌탈 매각을 포함해 비주력 사업 지분과 유휴자산을 처분하는 방식으로 약 1조7300억원 규모의 자산·지분 매각 거래를 추진했다. 구체적으로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는 자회사 롯데에코월 지분 90%를 1708억원에 매각하는 계약을 맺었고, 롯데쇼핑과 롯데웰푸드는 분당물류센터를 1311억원에 매각했다. 롯데마트 킨텍스점 매각 규모는 820억원, 롯데네슬레코리아 청주공장 및 부지 매각 규모는 347억원이다.
이런 흐름은 롯데가 ‘보유 자산 확대’보다 ‘자본 효율성 제고’에 방점을 찍고 있음을 보여준다. 대형 자산을 보유하는 것 자체보다 부채 부담, 투자 여력, 수익성, 핵심 사업 집중도에 유리한 방향으로 포트폴리오를 다시 짜는 국면이라는 것이다.
실적 회복에도 이어지는 현금 확보
주목할 대목은 주요 계열사의 실적이 개선되는 가운데서도 자산 매각이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롯데쇼핑은 올해 상반기 연결 기준 매출 7조666억원, 영업이익 3428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3.8%, 영업이익은 81.5% 증가한 수치다. 호텔롯데도 상반기 연결 기준 매출 2조6560억원, 영업이익 1356억원을 냈으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약 3배 수준으로 늘었다.
기업재무분석 전문가는 "실적 회복과 자산 매각은 서로 상반된 신호가 아니다. 영업에서 벌어들이는 돈은 개선하되, 비핵심 자산과 저효율 자산을 줄여 차입 부담을 낮추고 핵심 사업에 투자할 재원을 만드는 방식은 구조조정기 대기업이 택하는 전형적인 재무전략이다"고 설명했다.
롯데 측은 롯데렌탈 매각으로 확보하는 재원을 호텔롯데와 부산롯데호텔의 재무건전성 개선 및 사업 경쟁력 강화에 활용하겠다고 밝혔다. 호텔 부문의 실적 회복세가 확인되는 시점에 렌터카 사업 지분을 처분한 것은, 관광·호텔 사업에 더 많은 자본을 배분하려는 선택으로도 해석된다.
관전 포인트는 ‘남은 20만주’와 매각 자금의 용처
신 회장의 롯데쇼핑 지분 매각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당초 예고 물량 가운데 남은 주식은 20만5920주다. 9월 18일까지 전량이 매각되면 신 회장의 지분율은 9.08%까지 낮아진다. 다만 주가가 공시 시점보다 낮은 수준에 머문다면, 총 조달액은 7월 공시에 제시된 422억6264만원을 밑돌 가능성이 있다.
기업 자본시장 관계자는 "이번 거래의 핵심은 신동빈 회장이 ‘10%’라는 숫자를 내려놓았다는 데 있지 않다. 개인 지분은 줄었지만 롯데쇼핑에 대한 그룹 지배력은 여전히 롯데지주 중심으로 유지되고 있다"면서 "더 큰 변화는 1조3105억원 규모의 롯데렌탈 매각, 올해 약 1조7300억원의 자산·지분 정리와 맞물려 롯데가 ‘덩치’보다 ‘현금흐름과 자본 효율’ 전략을 구사하는 과정이다"고 분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