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스페이스=이승원 기자] 스페인 안달루시아 천체물리학연구소(IAA-CSIC)가 주도한 국제 연구진이 지구에서 약 337광년 떨어진 적색왜성 TOI-1752 주위에서 서로 극단적으로 다른 두 외계행성을 확인했다.
mundoamerica, surinenglish, tippinsights, libertaddigital에 따르면, 별 가까이서 1일도 안 되는 주기로 도는 내행성은 암석이 녹을 수준의 고온 환경을 지닌 ‘용암 세계’ 후보이고, 바깥 행성은 액체 물이 존재할 조건을 이론상 허용하는 ‘낙관적 생명가능지대(optimistic habitable zone)’를 공전하는 서브넵튠으로 분류됐다.
연구 결과는 영국왕립천문학회 월보(MNRAS)에 게재됐다. 논문 제목은 ‘A gem system with a lava world and a habitable zone sub-Neptune orbiting TOI–1752’이며 DOI는 10.1093/mnras/stag713이다.
다만 이번 성과의 핵심은 “생명체가 있는 행성”의 발견이 아니라, TESS(NASA의 외계행성 탐색 우주망원경, 정식 명칭은 Transiting Exoplanet Survey Satellite)가 포착한 후보 신호가 실제 행성 두 개에서 비롯됐음을 다중 관측으로 검증하고 향후 대기 분석의 우선 표적을 확보한 데 있다. 생명가능지대라는 위치 정보만으로 물, 대기, 생물학적 활동의 존재를 결론 내릴 수는 없다는 것이 연구진과 관련 기관의 명확한 설명이다.
TESS 후보를 ‘행성’으로 검증
TOI-1752의 모항성은 태양보다 작고 온도가 낮은 적색왜성이다. 적색왜성은 별의 크기가 작아 행성이 별 앞을 지날 때 발생하는 밝기 감소, 즉 트랜싯(transit) 신호의 상대적 크기가 커진다. 이 때문에 지구·슈퍼지구급 외계행성을 찾는 데 유리한 표적군으로 평가된다.
NASA의 TESS(Transiting Exoplanet Survey Satellite)는 별빛이 주기적으로 미세하게 어두워지는 신호를 포착해 두 천체를 행성 후보로 분류했다. 후속 검증에서는 스페인 테네리페섬 테이데 천문대의 카를로스 산체스 망원경에 설치된 MuSCAT2가 핵심 역할을 했다. MuSCAT2는 여러 색 대역에서 동시에 트랜싯을 관측해 신호의 색 의존성을 비교할 수 있다. 이는 식쌍성이나 배경 천체 혼입 등 행성처럼 보이는 위양성 신호를 가려내는 데 중요하다.
연구팀은 TESS 우주관측과 지상 다색측광 자료를 결합해 식쌍성 및 갈색왜성 시나리오를 배제했다. 하와이 할레아칼라 천문대의 포크스 노스 망원경에 설치된 MuSCAT3는 내행성의 완전한 트랜싯을 다색 관측해 지상 기반 검증 근거를 보탰고, 테이데 천문대의 SPECULOOS-North와 TTT(Two-meter Twin Telescope) 자료도 분석에 활용됐다. IAA-CSIC의 알베르토 펠라에스 토레스 연구책임자는 “우주와 지상 망원경 자료를 함께 분석해 식쌍성·갈색왜성 같은 비행성 기원 시나리오를 배제했다”고 밝혔다.
하루도 안 돼 한 바퀴…TOI-1752 b의 용암 가능성
내행성 TOI-1752 b는 모항성에 바짝 붙어 1회 공전에 1일이 채 걸리지 않는 초단주기 행성이다. 보도된 분석에 따르면 이 행성의 반지름은 지구의 약 1.7배로, 통상 슈퍼지구 범주에 들어간다.
이 정도의 근접 궤도에서는 항성복사가 매우 강해지고, 별을 향한 반구의 표면이 암석을 녹인 상태로 유지될 수 있다. 연구진이 ‘용암 세계’ 시나리오와 양립한다고 표현한 이유다. 행성의 조석 고정 여부와 실제 표면 온도, 대기 조성은 추가 관측이 필요하지만, 표면 물질의 휘발·방출로 형성되는 2차 대기 가능성도 연구 대상이 될 수 있다.
다만 ‘용암 세계’ 역시 직접 영상으로 용암 바다를 본 결과가 아니라, 궤도 위치와 받은 복사량을 토대로 한 물리적 환경 해석이다. 따라서 기사 서술에서도 “용암 행성 발견”보다는 “용암 세계 환경과 부합하는 초고온 행성”이라는 표현이 정확하다.
관심의 초점은 TOI-1752 c
외행성 TOI-1752 c는 반지름이 지구의 약 2.3배, 공전주기는 약 32~33일로 알려졌다. 지구형 암석행성보다는 지구와 해왕성 사이 크기의 서브넵튠(sub-Neptune)에 해당한다.
연구진과 IAC는 이 행성의 평형온도를 약 20도(일부 보도는 약 18도·291K)로 제시했고, 항성으로부터 받는 복사량도 지구가 태양에서 받는 수준과 유사하다고 설명했다. 평형온도는 행성의 반사율과 열 재분배를 특정 가정 아래 계산한 이론값으로, 실제 지표 기온과는 다르다. 금성처럼 강한 온실효과를 가질 수도 있고, 대기가 희박하거나 없을 수도 있다는 뜻이다.
‘생명가능지대’와 ‘거주 가능’은 다르다
TOI-1752 c가 위치한 곳은 보수적 생명가능지대보다 넓게 설정한 낙관적 생명가능지대다. 이는 특정한 대기 조성과 압력, 온실효과가 존재할 경우 행성 표면에서 액체 물이 유지될 수 있는 궤도 거리 범위를 뜻한다. 그러나 이 조건은 행성 대기의 유무와 조성, 표면 압력, 구름과 반사율, 항성의 플레어 활동, 행성 내부 열원 등을 전제하지 않는다.
더욱이 반지름이 지구의 2배를 넘는 TOI-1752 c는 암석 표면을 지닌 ‘확장된 지구’라기보다 두꺼운 휘발성 물질층 또는 수소·헬륨 중심 대기를 보유할 가능성이 있는 서브넵튠이다. IAC는 연구진 분석이 두 행성 모두 대기를 보유할 수 있을 정도로 크며, 특히 c는 기체가 우세한 조성을 시사한다고 전했다. 이는 행성의 생명 가능성을 단순 지구 유사성으로 해석하기보다, 대기 탈출과 내부 구조, 대기 화학을 연구할 좋은 실험실로 보는 편이 타당하다는 의미다.
연구진은 TOI-1752 c를 적색왜성을 도는 서브넵튠 K2-18 b와 비교 대상으로 제시했다. 두 행성은 크기와 30일 안팎의 공전주기, 적색왜성 모항성이라는 점에서 관측 전략을 비교할 만하다. 그러나 TOI-1752 c를 K2-18 b의 ‘쌍둥이’ 또는 ‘지구형 생명 후보’로 단정하는 것은 과도하다. 두 천체의 질량·밀도·대기 조성·항성 활동 이력은 향후 정밀 측정으로 확인해야 한다. 특히 K2-18 b의 대기 관측도 생명체 존재를 증명한 것이 아니라, 탄소 함유 분자 등 대기 화학 특성을 둘러싼 해석이 진행 중인 단계다.
JWST가 풀어야 할 다음 질문
다음 관측의 관건은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JWST) 등을 이용해 TOI-1752 c가 실제로 어떤 대기를 갖고 있는지 분광학적으로 판별하는 일이다. 행성이 별 앞을 지나는 동안 별빛 일부가 행성 대기를 통과할 때 나타나는 흡수선을 분석하면 물 증기, 이산화탄소, 메탄 등 분자의 존재를 탐색할 수 있다. 그러나 검출 가능한 분자가 있다고 해서 곧바로 생명활동의 증거가 되는 것은 아니다. 비생물학적 광화학·지질 활동 등 대체 생성 경로를 함께 배제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번 발견의 과학적 가치는 ‘제2의 지구’ 확정이 아니라, 한 적색왜성계 안에서 극고온의 짧은 주기 행성과 생명가능지대 서브넵튠을 함께 비교할 수 있게 됐다는 데 있다. 내행성 b는 강한 복사 환경에서 암석 행성이 대기와 표면을 어떻게 잃거나 재형성하는지를, 외행성 c는 비교적 온화한 복사 환경에서 중간 크기 행성이 얼마나 오랫동안 대기를 유지하는지를 보여줄 수 있다. 이 두 행성의 상반된 진화 경로가 향후 대기 관측으로 구체화될 경우, ‘작은 행성의 대기 보존’과 ‘적색왜성계의 거주 가능성’ 연구에 유의미한 비교 사례가 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