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스페이스=김정영 기자] 미국 빅테크의 최근 220조원의 실적은 AI 본업의 폭발적 현금창출이라기보다, 앤트로픽·스페이스X 등 보유지분의 가치 상승을 손익계산서에 반영한 결과가 크게 섞인 것으로 분석된다. 알파벳·아마존·마이크로소프트·엔비디아가 최근 분기에 AI·우주기업 지분의 평가이익으로 반영한 규모는 1600억달러 이상, 원화 약 220조원에 달한다. 그러나 이는 대부분 매각으로 확정된 현금이 아니라 시장가치 변동에 따른 ‘장부상 이익’인 만큼, AI 밸류에이션이 조정되면 다음 분기 이익 증가율을 급격히 낮추거나 반전시킬 수 있다.
숫자가 만든 ‘사상 최대 이익’
이번 AI 평가이익의 중심에는 알파벳과 아마존이 있다. 알파벳은 2026년 2분기 ‘기타수익(Other income)’으로 979억달러를 계상했다. 이는 스페이스X와 앤트로픽 등 지분가치 상승의 영향이 반영된 것으로, 알파벳의 분기 순이익 급증을 사실상 견인했다. 포천은 알파벳의 2분기 기타수익 약 990억달러가 세후 순이익에 771억달러를 보탰으며, 주당순이익(EPS) 9.11달러 중 6.26달러가 이 투자평가 효과에서 비롯됐다고 분석했다.
아마존도 같은 기간 앤트로픽 투자지분의 평가차익을 중심으로 534억달러의 비영업 세전 기타수익을 반영했다. 아마존이 공식 발표한 2분기 매출은 2006억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20%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275억달러로 43% 늘었다. 클라우드 사업 AWS 매출은 37% 증가해 1690억달러의 연환산 매출 런레이트를 기록했다. 본업도 분명히 성장했지만, 626억달러에 달한 순이익의 급증은 앤트로픽 투자평가 이익을 빼고 읽어야 한다는 의미다.
아마존의 2분기 세전이익은 약 809억달러인데, 이 가운데 534억달러가 앤트로픽 투자와 관련된 비영업 기타수익이었다. 단순 비율로 환산하면 분기 세전이익의 약 66%가 본업이 아닌 지분가치 재평가에서 나왔다. ‘AWS 호황’과 ‘AI 투자평가 호황’을 동일한 층위의 수익성으로 해석해서는 안 되는 이유다.
마이크로소프트 역시 앤트로픽 지분 관련 이익으로 순이익이 약 32억달러 늘었지만, 오픈AI 지분가치 하락 효과가 일부 상쇄한 것으로 집계됐다. 엔비디아의 경우 7월 종료 분기에 기타수익 77억달러를 기록했고, 6월 말 기준 스페이스X 주식 약 1억2300만주를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AI 생태계의 ‘순환 고리’
문제는 이 투자수익이 독립적인 금융투자 성과만으로 보기 어렵다는 데 있다. 빅테크는 AI 스타트업에 대규모 자금과 클라우드·반도체 인프라를 제공하고, 스타트업은 다시 이 자금으로 빅테크의 클라우드와 칩을 구매한다. 이후 AI 스타트업의 기업가치가 높아지면 빅테크는 보유지분의 평가차익을 회계상 이익으로 반영한다. 투자→클라우드·컴퓨팅 수요→기업가치 상승→평가이익이라는 순환 구조가 형성되는 셈이다.
로이터는 앤트로픽이 아마존웹서비스(AWS) 기술에 10년간 1000억달러 이상을 쓰기로 했고, 아마존은 추가 지분을 받는 조건으로 200억달러 규모의 자금조달을 제공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구글과 스페이스X의 관계도 유사하다. 로이터에 따르면 스페이스X는 상장 직전 구글이 매월 9억2000만달러를 컴퓨팅 역량에 지출하기로 했다고 밝혔으며, 여기에는 엔비디아 칩 11만개가 포함됐다.
이 구조는 AI 인프라 수요가 실제로 존재한다는 점을 부정하지 않는다. 다만 투자기업이 공급한 자금이 피투자기업의 클라우드·칩 구매로 돌아오고, 그 결과 높아진 피투자기업의 가치가 다시 투자기업의 순이익을 부풀릴 수 있다는 점에서, 투자자들은 매출·영업이익·잉여현금흐름을 분리해 읽어야 한다.
특히 로이터는 알파벳이 2023~2025년 2150억달러의 잉여현금흐름을 창출했지만 2026년 2분기에는 59억달러의 마이너스 잉여현금흐름을 기록했다고 짚었다. AI 데이터센터와 컴퓨팅 인프라 투자 확대가 기존의 풍부한 현금흐름을 압박하기 시작했다는 신호다. 아마존 역시 Visible Alpha 집계 기준 올해 130억달러, 2027년 280억달러의 현금 소진이 예상된다.
S&P500 이익도 왜곡 가능성
개별 기업 차원을 넘어 미국 증시 전체 이익지표에도 영향이 나타났다. CNBC가 LSEG 분석을 인용해 보도한 바에 따르면, 최근 분기 S&P500 기업들의 이익 증가율은 전년 동기 대비 약 48%로 집계됐다. 그러나 알파벳과 아마존의 민간 AI기업 지분 평가이익을 제거하면 증가율은 약 29%로 낮아진다. 시장 컨센서스였던 24%와 훨씬 가까운 수준이다.
즉, 지수 전체 기준으로 약 19%포인트의 이익 증가율 격차가 소수 초대형 기술기업의 평가이익에서 발생했다는 의미다. 매그니피센트7이 S&P500의 2분기 매출에서 약 35%를 차지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들 기업의 비경상적 손익은 지수 EPS, 밸류에이션, 시장의 실적 서프라이즈 인식까지 좌우할 수 있다.
이 같은 효과는 시장이 보는 ‘어닝 서프라이즈’의 질도 바꾼다. LSEG에 따르면 최근 분기 기업들의 실적은 시장 예상보다 평균 7% 높았는데, 장기 평균 초과폭은 4.4%다. AI 지분 재평가가 없었다면 실적 호조의 폭은 지금보다 작았을 가능성이 있다.
‘현금 없는 이익’의 역습
가장 큰 위험은 평가이익이 미래의 반복 가능한 수익이 아니라는 점이다. 공정가치 회계상 지분가치가 올라가면 이익으로 기록되지만, 반대로 가치가 내려가면 손실도 즉시 반영될 수 있다. 현금 유입이 수반되지 않은 미실현 이익은 기업이 실제로 재투자·배당·자사주 매입에 쓸 수 있는 자금과는 구별해야 한다.
스페이스X 사례는 이 위험을 압축한다. CNBC는 스페이스X 주가가 상장 이후 고점 대비 약 50% 하락한 상태라고 보도했다. D.A. 데이비드슨의 길 루리아 기술 리서치 책임자는 이 흐름이 이어질 경우 알파벳이 9월 분기 실적에서 상당한 규모의 시가평가 손실 반전을 기록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앤트로픽의 성공적인 IPO가 이를 상쇄할 수는 있지만, 시점과 규모는 아직 확실하지 않다는 분석이다.
골드만삭스의 벤 스나이더 미국 주식전략가는 AI 투자발 이익 증가를 두고 “기업이 보고하는 성장이 실제 수요에 기반한 것인지, 현실을 왜곡하는 것인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는 취지로 평가했다. 씨티그룹의 스콧 크로너트 전략가도 지분가치 상승이 실적을 끌어올렸다는 것은 다음 해 이익 증가율이 마이너스로 돌아설 가능성도 뜻한다고 지적했다.
AI 거품론보다 ‘이익의 질’이 관건
이번 사안은 AI 수요가 허구라는 뜻이 아니다. 아마존은 AWS 매출 성장률이 37%로 18개 분기 만의 최고 수준을 기록했고, 알파벳·마이크로소프트·엔비디아도 AI 인프라와 서비스 부문에서 견조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AI는 여전히 이들 기업의 장기 성장동력이며, 데이터센터·반도체·클라우드 투자 역시 실물 수요와 맞물려 있다.
다만 ‘AI 수혜’라는 단일 문장으로 영업성과와 투자평가 이익을 합산하는 것은 위험하다. 향후 빅테크 실적을 볼 때는 세 가지 숫자를 분리해야 한다. 첫째, 광고·클라우드·소프트웨어·반도체 판매에서 발생한 매출 성장률이다. 둘째, 본업의 수익력을 나타내는 영업이익과 영업현금흐름이다. 셋째, 앤트로픽·오픈AI·스페이스X 등 보유지분의 공정가치 변동으로 생긴 기타수익이다.
AI 시대 빅테크의 실적표는 더 이상 단순한 기업 성적표가 아니다. AI 스타트업의 밸류에이션, 클라우드 장기계약, 칩 공급, 대규모 자본지출, 그리고 미실현 투자이익이 한 장의 손익계산서에 겹쳐진 복합 구조다. 시장의 다음 시험대는 “AI가 얼마나 많은 이익을 만들었는가”가 아니라, “그 이익 가운데 얼마나 반복 가능하고 현금화 가능한가”가 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