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스페이스=이현주 기자] 니콜라스 마두로 전 베네수엘라 대통령의 공식 X 계정과 텔레그램에는 8월 30일(현지시간) 회색 운동복 차림으로 V자를 그리는 사진 2장이 올라왔다. 사진 파일에는 6월 25일 촬영으로 보이는 날짜가 표시됐지만, AFP, DW는 사진의 진위와 구치소 촬영·반출 승인 여부를 독립적으로 검증하지 못했다고 보도했다. 마두로 측 계정은 “신께서 길을 열어주실 것이며 베네수엘라는 다시 일어설 것”이라고 밝혔다.
CBS와 알자지라에 따르면, 미국에 구금 중인 니콜라스 마두로 전 베네수엘라 대통령의 ‘옥중 브이(V)’ 사진은 그가 건재하다는 정치적 신호를 노린 이미지로 읽힌다. 그러나 사진 촬영자와 외부 반출·게시 경로, 구치소의 사전 승인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으며, AFP도 독립 검증에 실패했다고 밝혀 사진 자체보다 유통 경로의 불투명성이 더 큰 쟁점으로 떠올랐다.
두 장의 사진, ‘투옥된 지도자’의 연출
마두로 전 대통령의 공식 X 계정과 텔레그램 게시문은 “이 사진들을 손주들과 아이들, 우리를 사랑하는 모든 고귀한 사람들에게 사랑과 희망의 작은 선물로 보낸다”는 내용으로 시작한다. 이어 “우리는 여러분의 사랑으로 가득 찬 마음으로 굳건히 서 있다”며 “신께서 함께하시고 길을 열어주실 것이다. 베네수엘라는 다시 일어설 것”이라고 적었다.
이 사진의 핵심은 단순한 근황 공개가 아니다. 수감복과 콘크리트 블록 벽면으로 보이는 배경은 물리적 구금 상태를 보여주면서도, 미소와 V자는 패배가 아닌 저항·승리·평정의 이미지를 전달한다. 마두로 측은 ‘희망’과 ‘신앙’, ‘국가의 부활’을 결합해 지지층 결집용 서사를 만들었다. 정치적으로는 감옥 안의 피고인을 ‘사라진 권력자’가 아니라 여전히 메시지를 발신하는 상징적 지도자로 재배치하려는 시도에 가깝다.
가장 큰 공백은 ‘누가, 어떻게 찍었나’
현재까지 확인된 사실은 제한적이다. 마두로가 사진과 문구를 X 및 텔레그램을 통해 외부에 공개했다는 점, 사진에 표시된 날짜가 6월 25일이라는 점, 그리고 그가 뉴욕 브루클린의 구금시설에 수감돼 있다는 점이다. 반면 다음 사안은 확인되지 않았다.
▲사진을 실제로 촬영한 사람이 교정시설 직원인지, 변호인·가족·면회객인지, 혹은 다른 합법적 절차를 통해 촬영된 것인지 ▲해당 사진이 구치소의 공식 허가를 받고 촬영·반출됐는지 ▲원본 파일이 어떤 매체나 중간 전달자를 거쳐 마두로 측 SNS 운영자에게 전달됐는지 ▲게시문을 마두로 본인이 직접 작성·승인했는지, 가족 또는 정치 조직이 대리 작성했는지 ▲X 계정과 텔레그램 계정을 실제로 누가 운영하는지 등의 의문이다.
AFP는 구금시설 측에 사진의 진위와 승인 여부를 문의했으나 즉각적인 답변을 받지 못했다고 보도했다. 독일 공영방송 도이체벨레(DW) 역시 사진과 게시문 모두 독립적으로 검증할 수 없었다고 전했다.
특히 수감자가 인터넷에 직접 접속할 수 없다는 보도와 사진의 SNS 게시 사실 사이에는 설명이 필요한 간극이 있다. CBS와 알자지라에 따르면 마두로는 교도소에서 신문과 인터넷에 접근하지 못하지만, 가족 및 변호인과는 월 약 300분, 1회 최대 15분씩 전화 통화를 허용받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조건이 사실이라면, 게시 자체는 외부 가족·변호인·지지자 네트워크가 계정을 운영하는 방식으로 이뤄졌을 가능성이 크다.
사진 공개 시점, ‘석유 협상’과 겹쳤다
사진은 델시 로드리게스 베네수엘라 임시 대통령이 미국의 베네수엘라 유전 운영을 허용하는 이른바 “역사적 석유 합의"를 발표한 지 이틀 뒤 공개됐다. CBS 보도에 따르면 미국 측은 이 합작사업에서 지분 및 원가 수준의 원유 확보 권리를 포함해 55%를 통제하게 되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베네수엘라의 확인 매장량 가운데 600억 배럴 이상에 대한 다수 통제권을 확보하는 합의라고 주장했다.
여기서 사진은 단순한 가족 메시지를 넘어 정치적 타이밍을 가진다. 마두로가 통치하던 시기의 핵심 자산이자 차베스주의의 정당성 기반이었던 석유가, 마두로 부재 상황에서 미국과 베네수엘라 과도정부의 협상 테이블에 다시 올라온 직후이기 때문이다.
마두로는 게시문에서 석유 합의를 직접 언급하지 않았지만, “베네수엘라는 부활할 것”이라는 문구는 국가 주권과 자원 통제 문제에 민감한 지지층에게 충분히 정치적으로 읽힐 수 있다. 사진의 공개가 전략적으로 조정됐다는 직접 증거는 없지만, 시점상 정치적 효과를 낳는 것은 분명하다. 이는 추측이 아니라 공개 시점과 협상 발표 시점의 객관적 근접성에 근거한 분석이다.
재판은 2027년 6월…‘법정’과 ‘이미지’의 병행전
마두로와 부인 실리아 플로레스는 올해 1월 카라카스에서 미군 작전으로 체포된 뒤 미국으로 이송됐다. 두 사람은 마약 밀매 및 총기 관련 혐의를 받고 있으나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뉴욕 연방법원은 두 사람의 재판 개시일을 2027년 6월 1일로 잡은 것으로 보도됐다. 유죄 평결이 나오면 종신형 가능성도 거론된다.
미국 검찰은 마두로가 베네수엘라 법집행기관과의 공모를 통해 마약 조직의 코카인 미국 반입을 지원하고, 미국으로 수천 톤의 코카인을 운반하려는 공모에 관여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마두로는 올해 1월 법정에서 자신을 “무고한 사람이며, 자국의 헌법상 대통령”이라고 주장하며 무죄를 호소했다.
결국 마두로의 옥중 사진은 재판 전략 그 자체라기보다, 재판 전 장기 구금 국면에서 벌어지는 정치 커뮤니케이션의 한 장면이다. 미국 사법 시스템 안에서는 피고인으로, 베네수엘라 지지층을 향해서는 탄압받는 지도자로 자신을 병렬 배치하는 방식이다. 사진 두 장은 그의 법적 지위를 바꾸지 못한다. 다만 ‘웃는 얼굴’과 ‘V자 손가락’, ‘신앙’과 ‘부활’의 언어는 마두로 진영이 향후 장기 재판 국면에서 활용할 수 있는 저비용·고확산 정치 자산이 될 가능성이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