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스페이스=이현주 기자] 국내 4대 그룹 상장 계열사에서 보유 주식 가치가 10억원 넘는 비(非)오너 임원은 400명에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삼성과 SK그룹 소속 임원은 98%를 넘은 반면 현대차와 LG그룹은 합쳐도 1%대에 그쳐 그룹별 주식재산 온도차가 뚜렷했다.
특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두 회사에서만 전체 ‘주식재산 10억 클럽’ 임원의 90% 이상을 차지했다. 두 회사의 10억 클럽 임원은 최근 10개월 새 11.7배 급증했는데, 주가가 하락한 지난 5월과 비교해서도 40% 이상 늘어난 것으로 파악됐다. 성과급 일부를 자사주로 지급하면서 임원들의 보유 주식 수가 크게 증가한 영향이 컸다. 대기업 임원의 보상과 자산 형성 방식이 급여와 현금 성과급 중심에서 주식을 결합하는 형태로 빠르게 바뀌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기업분석전문 한국CXO연구소는 8월 31일 이 같은 내용의 ‘4대 그룹 상장 계열사 비(非)오너 임원 주식재산 10억 클럽 현황’을 발표했다. 조사 대상은 공정거래위원회 공정자산 순위 상위 4개 그룹인 삼성·SK·현대차·LG의 상장 계열사 62곳이다. 올 반기보고서에 기재된 임원을 기준으로 이들이 보유한 보통주를 이달 24일 종가로 평가했으며 우선주는 제외했다. 주식평가액은 이달 24일 기준 보유 주식과 종가를 곱해 산출했다.
조사 결과 8월 24일 기준 4대 그룹 상장 계열사에서 10억원 넘는 주식을 보유한 비오너 임원은 398명으로 집계됐다. 이들의 주식재산을 합치면 1조507억원으로 1조원을 넘어섰다. 그룹별로는 삼성이 269명(67.6%)으로 최다였다. 4대 그룹 ‘주식재산 10억 클럽’ 임원 3명 중 2명꼴로 삼성 소속인 셈이다. SK그룹은 122명(30.7%)으로 뒤를 이었다. 두 그룹을 합치면 391명으로 전체의 98.2%에 달했다. 반면 현대차그룹은 4명(1%), LG그룹은 3명(0.8%)에 그쳤다. 두 그룹을 합쳐도 전체의 1%대에 그쳤다.
이 같은 격차에는 그룹별 주식보상 제도의 차이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성과급 일부를 자사주로 지급하면서 임원들의 보유 주식 수가 늘어난 것이 10억 클럽 증가의 주요 요인 중 하나로 분석된다. 개별 회사별 쏠림 현상은 더욱 뚜렷했다. 주식 10억 클럽 임원 중 삼성전자가 256명(64.3%)으로 가장 많았고 SK하이닉스가 107명(26.9%)으로 뒤를 이었다. 두 회사에서만 363명이 나와 전체의 91.2%를 차지했다.

삼성전자의 증가세는 특히 가팔랐다. 주식 가치가 10억원 넘는 비오너 임원은 지난해 10월 24일 17명에 불과했지만 올해 5월 13일에는 170명으로 늘었고, 이달 24일에는 256명으로 증가했다. 불과 10개월 만에 15배 넘게 증가해 주목을 끌었다.
눈길을 끄는 것은 최근 주가와 10억 클럽 임원 수가 서로 반대로 움직였다는 점이다. 삼성전자 주가는 지난 5월 13일 28만4000원에서 이달 24일 25만7000원으로 9.5%가량 하락했다. 반면 같은 기간 10억 클럽 임원은 170명에서 256명으로 86명(50.6%) 증가했다.
주가가 떨어졌는데도 10억 클럽이 늘어난 데는 성과급 등으로 받은 자사주가 증가한 영향이 컸던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삼성전자는 최근 자사주를 임직원 보상에 적극 활용하고 있다. 삼성전자 공시 등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이후 임직원에게 성과급과 장기성과급 등의 명목으로 지급한 자사주는 금액 기준 2조2000억원을 넘어선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올해 들어 자사주를 활용한 보상 규모가 크게 확대됐다.
SK하이닉스도 비슷한 흐름을 보였다. 10억원 이상 주식을 보유한 임원은 지난해 10월 24일 14명에서 올해 5월 13일 88명으로 늘었고, 이달 24일에는 107명으로 처음 100명을 넘어섰다. 최근 흐름은 삼성전자와 닮았다. SK하이닉스 주가는 지난 5월 13일 197만6000원에서 이달 24일 167만1000원으로 15.4% 하락했지만 같은 기간 10억 클럽 임원은 88명에서 107명으로 19명(21.6%) 늘었다. 주가 상승보다는 보유 주식 수 증가가 임원들의 주식재산을 끌어올린 셈이다.
SK하이닉스 역시 주식을 활용한 보상을 확대하고 있다. 올해도 곽노정 사장 등 임원들에게 장기성과급 등의 명목으로 자사주를 지급한 바 있다. 최근에는 성과급 중 40%를 현금, 60%를 주식으로 지급하는 방안을 추진했지만 노조 투표에서 부결됐다. 주식보상은 임직원의 장기 성과와 기업가치를 연계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는 반면 주가 변동에 따른 위험을 임직원이 함께 부담해야 한다는 점에서, 현금과 주식의 적정 지급 비율을 둘러싼 논의도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합친 10억 클럽 임원은 지난해 10월 31명에서 최근 363명으로 불과 10개월 만에 11.7배 증가했다. 성과급 일부를 자사주로 지급하는 제도가 확산하면서 대기업 임원의 보상 구조에도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이다. 과거 고액 연봉과 현금 성과급 중심이던 보상 방식에 주식이 새로운 축으로 자리 잡으면서 임원들의 자산가치도 회사 주가와 더욱 밀접하게 연동되는 구조로 변하고 있는 형국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제외하면 10억 클럽 임원이 가장 많은 곳은 삼성물산으로 9명이었다. 이어 SK㈜와 SK바이오팜이 각각 4명으로 뒤를 이었고, 나머지 14개 상장사는 회사별로 1~2명 수준에 그쳤다.
4대 그룹 10억 클럽 398명을 평가액별로 보면 10억원대가 236명(59.3%)으로 가장 많았다. 10명 중 6명꼴이다. 이어 20억원대 76명(19.1%), 30억원대 39명(9.8%) 순이었다. 50억원 이상 주식을 보유한 임원은 40명으로 전체의 10%를 차지했다.
이 가운데 주식 가치가 100억원 이상되는 ‘100억 클럽’은 12명이었다. 그룹별로는 삼성이 6명으로 가장 많았고 SK 5명, 현대차 1명 순이었다. LG에서는 한 명도 나오지 않았다.
‘100억 클럽’ 1위는 노태문 삼성전자 사장이 차지했다. 노 사장은 삼성전자 주식 12만4280주를 보유하고 있다. 이달 24일 종가 25만7000원을 적용하면 주식 가치는 319억9396만원 수준이다. 4대 그룹 비오너 임원 가운데 유일하게 300억원을 넘겨 주목을 끌었다.

2위는 곽노정 SK하이닉스 사장이었다. 곽 사장은 SK하이닉스 보통주 1만4312주를 보유해 주식 가치가 239억1535만원으로 평가됐다. 노태문 사장과 곽노정 사장 두 경영자의 주식평가액 순위는 주가 흐름에 따라 1위 자리를 놓고 엎치락뒤치락했다. 지난 5월 13일 조사에서는 곽 사장의 주식 가치가 282억원대로 당시 279억원대였던 노 사장을 앞섰다. 하지만 이번 조사에서는 노 사장이 300억원대로 다시 1위 자리를 되찾았다.
3위는 송재승 SK스퀘어 최고투자책임자(CIO)로 183억1136만원이었다. 박학규 삼성전자 사장이 180억7686만원으로 4위, 서동권 현대오토에버 상무가 165억4731만원으로 5위에 이름을 올렸다. 서 상무는 현대차그룹 비오너 임원 가운데 주식 가치가 가장 높았다. 현대차그룹에서는 호세 무뇨스 현대차 사장(55억1986만원)과 정수경 현대모비스 부사장(50억4482만원)도 50억원을 넘었다.
이 밖에 ‘100억 클럽’에는 ▲안현 SK하이닉스 사장(139억원) ▲유영상 SK스퀘어 기타비상무이사·SUPEX추구협의회 AI위원장(137억원) ▲정현호 삼성전자 부회장(118억원) ▲차선용 SK하이닉스 사장(114억원) ▲전영현 삼성전자 부회장(111억원) ▲김용관 삼성전자 사장(108억원) ▲김수목 삼성전자 사장(104억원)이 포함됐다. 이 중 유영상 AI위원장의 경우 SK스퀘어 보유 주식 가치가 106억9328만원이었고, SK텔레콤 주식도 30억3616만원 상당을 보유해 두 종목을 합친 주식재산이 137억원을 웃돌았다.
연령별로는 1970~1971년생이 109명으로 가장 많았다. 이 가운데 1970년생이 63명으로 최다였다. 이어 1968~1969년생 84명, 1972~1973년생 57명, 1974~1975년생 46명, 1966~1967년생 43명 순이었다. 1980년대생도 2명 포함됐다. 1983년생 이동훈 SK하이닉스 담당은 보유 주식 가치가 13억839만원이었고, 1981년생 구자천 삼성전자 부사장은 12억4413만원으로 평가됐다.
오일선 한국CXO연구소 연구소장은 “향후 성과급 일부를 주식으로 지급하는 기업이 늘면서 대기업 임원의 보상과 자산 형성 방식도 현금 중심에서 주식을 결합하는 형태로 빠르게 바뀔 가능성이 크다”며 “기업 입장에서는 주식보상을 통해 임직원의 장기 성과와 기업가치를 연계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임직원은 주가 하락에 따른 자산가치 감소 위험도 함께 부담하는 만큼 성과급에서 주식 지급 비중을 어느 수준으로 정할지가 노사 간 새로운 협의 과제로 떠오를 수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