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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항공

[빅테크칼럼] "GPS 없이 양자 중력 감지 기술로 항해 성공"…호주 Q-CTRL, ‘보이지 않는 중력지도' 바다 실증

 

[뉴스스페이스=이승원 기자] 호주 양자기술 기업 Q-CTRL이 위성항법신호(GNSS)를 전혀 쓰지 않고 선박 위치를 추정하는 양자 중력 항법을 호주 동부 산호해에서 실증했다고 발표했다. 다만 이번 성과는 상용 항법장비의 즉각적 대체라기보다, GPS 재밍·스푸핑이 일상화되는 전장과 해상 물류 환경에서 관성항법장치(INS)의 누적 오차를 줄일 수 있는 ‘대체항법(Alt-Nav)’ 수단이 실해상 환경에서 처음으로 작동했음을 보여준 사례로 해석하는 편이 정확하다.

 

위성 없이 83km를 달린 양자 센서

 

q-ctrl.com, arxiv.org, quantumzeitgeist.com, desmoinesregister.com에 따르면Q-CTRL은 8월 27일(현지시간) 공개한 결과에서 29m급 수상선에 자사 양자항법 플랫폼 ‘아이언스톤 오팔(Ironstone Opal)’의 양자 중력계를 탑재하고, 호주 동부 산호해에서 45해리, 약 83km 구간을 GNSS 없이 운항했다고 밝혔다. 회사와 공동 연구진이 공개한 기술 원고에 따르면 시험은 약 6시간 동안 진행됐고, 양자 중력계가 측정한 중력 이상(重力異常) 데이터를 위성 기반 중력 이상 지도와 대조해 관성항법 해법을 보정하는 방식이었다.

 

핵심 성과는 ‘정확도’ 자체보다 오차가 무한히 커지는 관성항법의 특성을 어느 정도 묶어냈다는 데 있다. 논문에 따르면 GNSS 보정 없이 운용한 관성항법장치는 종점에서 약 14해리, 약 26km까지 수평 위치 오차가 누적됐다. 반면 양자 중력 보정값을 결합한 항법 해법은 항로 대부분에서 약 1해리, 약 1.85km 수준으로 오차를 제한했고, 종점 오차는 2.2해리, 약 4.1km였다. 종점 기준으로는 오차가 약 6.3배 줄어든 셈이다.

 

Q-CTRL은 이를 “항법급 GNSS 백업 시스템 대비 10배 이상 우수한 성능”이라고 설명했다. 

 

중력을 ‘지문’처럼 읽는 GravNav


이번 기술의 이름은 ‘GravNav’, 즉 중력항법이다. 지구의 중력장은 지하 암석의 밀도, 해저 지형, 지각 구조 등의 차이 때문에 지역별로 극미세한 강약 차이를 보인다. 양자 중력계는 원자 수준의 센싱을 통해 이런 중력장의 미세한 굴곡을 연속 측정하고, 미리 구축된 중력 이상 지도와 비교해 현재 위치 후보를 찾아낸다.

 

Q-CTRL의 기술 원고는 이 시스템이 원자 센서와 고전 가속도계를 결합해 바이어스를 안정화하고, 별도의 항법급 IMU 출력을 독립적으로 처리했다고 설명한다. 또한 위성에서 얻은 중력 이상 지도를 기준 지도로 사용했으며, 양자 중력계 자체가 식별한 해상 중력 이상은 진행 방향 기준 약 300m 규모까지 분해했다. 이는 해당 위성 중력 지도의 반출력 파장보다 약 50배 더 세밀한 수준이라고 연구진은 제시했다.

 

중요한 점은 중력항법이 GPS처럼 좌표를 즉시 송수신하는 체계가 아니라는 것이다. GPS는 위성 신호의 시간차를 이용해 위치를 계산하는 반면, GravNav는 ‘현재 측정한 중력 지문이 지도상 어느 지점과 가장 비슷한가’를 판단한다. 따라서 중력 지도 품질, 지역별 중력 이상 특징, 선박의 운동 상태, 센서 잡음, 초기 관성항법 정확도 등이 실제 성능을 좌우한다.

 

즉, 중력장이 비교적 균질하거나 지도 데이터가 충분하지 않은 해역에서는 위치 식별력이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 

 

‘하드웨어 안정화’의 벽을 소프트웨어로 넘다


기존 냉원자 기반 중력계는 매우 정밀한 대신 진동, 회전, 온도 변화에 민감해 실험실 또는 특수 안정화 플랫폼에서 운용되는 경우가 많았다. 바다 위 선박은 파도와 엔진 진동, 선체 움직임, 기상 변화가 중첩되는 환경이어서 양자 센서를 안정적으로 가동하기 어려운 플랫폼으로 평가된다.

 

Q-CTRL은 인공지능 기반 ‘소프트웨어 러기다이제이션(software-ruggedization)’을 적용해 이 문제를 풀었다고 설명했다. 회사 발표와 기술 원고에 따르면 장비는 온도 제어 설비나 빈번한 현장 재보정 없이 일반 승객 선실에 설치됐으며, 짐벌 방식과 스트랩다운(strapdown) 방식 모두에서 운용됐다. 스트랩다운은 센서를 별도 기계식 안정화 장치에 매달지 않고 선체에 고정하는 방식으로, 장비의 소형화·단순화·탑재성 측면에서 유리하다.

 

이 대목은 양자 센싱 산업의 사업성 관점에서도 중요하다. 양자 기술의 병목은 이론적 정밀도보다 실제 운용 환경에서의 신뢰성, 유지보수, 크기·무게·전력(SWaP), 그리고 체계 통합 비용에 있는 경우가 많다. Q-CTRL이 이번 실증에서 보여준 것은 ‘양자 센서가 배 위에서 측정됐다’는 수준을 넘어, 진동과 운동이 큰 환경에서 센서 출력을 항법용 데이터로 변환하는 소프트웨어 역량을 내세운 사례다.

 

다만 일반 승객 선실 탑재와 자동 운용이 곧바로 상용 선박 탑재의 경제성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장비 가격, 센서 수명, 해도·중력지도 업데이트 비용, 상선의 ECDIS·AIS·레이더·관성항법 장치와의 통합, 국제해사기구(IMO) 및 선급 인증 등은 아직 별도의 상용화 과제로 남아 있다. 

 

재밍 97만8000건 시대의 ‘항법 보험’


Q-CTRL의 해상 실증은 기술 시연인 동시에 전자전 환경 변화에 대한 대응 메시지다. 해운 전문매체 SAFETY4SEA가 해양 데이터 분석업체 윈드워드(Windward) 자료를 인용해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2026년 1분기 전 세계에서 기록된 GPS 재밍 사건은 약 97만8000건에 이른다. 이 가운데 98%가 중동 걸프 지역에 집중됐고, 이 지역에서 1100척 이상 선박이 영향을 받았다. 윈드워드는 이를 단일 분기 기준 최대 규모의 해상 GPS 재밍 집중 현상으로 평가했다.

 

2025년 하반기 GPS 재밍의 영향을 받은 선박은 전 세계적으로 1만8300척 이상이었다. 같은 해 4분기에는 약 6700척이 피해를 봤고, 사건의 57%는 중동 지역에, 거의 20%는 흑해에 집중됐다. 지중해·홍해·북극해와 러시아 극동 원유 수출항에서도 교란이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이 같은 상황은 단순한 항법 불편을 넘어 선박의 충돌 회피, 항만 접근, 화물 추적, 보험·제재 준수, 군수 보급과 연결된다. 특히 AIS 위치정보도 GNSS 위치값에 의존하는 만큼, 재밍이나 스푸핑이 발생하면 해상 교통관제와 선박 모니터링의 신뢰성 자체가 낮아질 수 있다. Q-CTRL이 “외부 무선신호를 송수신하지 않기 때문에 재밍·스푸핑의 표적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하는 배경이다.

 

리버풀대 전기공학·전자공학과 제이슨 랠프 교수는 Q-CTRL 발표문에서 "중력 센싱과 지도 매칭을 전 지구적 범위를 갖고, 외부에서 재밍하거나 스푸핑할 수 없는 수동형 대체항법 기술”이라고 평가했다.

 

국방 먼저, 상선은 그 다음


Q-CTRL의 상업화 순서는 국방·항공우주·정부 수요가 먼저일 가능성이 크다. 회사는 미국 국방고등연구계획국(DARPA), 미국 국방혁신단(DIU), 호주 국방부, 영국 해군 및 AUKUS 파트너들과 양자 센싱·양자컴퓨팅 관련 계약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퇴역 미 해병대 중장인 스티브 스클렌카는 위성항법 교란 능력의 확산으로 ‘보장된 위치·항법·시각(PNT)’ 확보가 전장에서 편의가 아니라 필수 요건이 됐다고 평가했다.

 

아이언스톤 오팔은 이미 항공 분야에서 자기장 지도 매칭 방식의 MagNav를 앞세워 성과를 축적해 왔다. Q-CTRL은 2025년 비행 시험에서 기존 GPS 백업 대안보다 최대 111배 높은 위치 정확도를 기록했고, 최대 700km 비행에서 약 4m 수준의 위치 정확도를 달성했다고 발표했다. TIME은 이를 2025년 ‘최고의 발명품’ 중 하나로 선정하며, 기존 관성항법 등 GPS 백업 수단보다 최대 50배 정확하다는 회사 시험 결과를 소개했다.

 

2026년 7월 Q-CTRL은 아이언스톤 오팔이 RTCA DO-160 항공환경 시험 기준에 따라 비행안전 적격성을 획득한 최초의 양자항법 시스템이라고 발표했다. 회사 발표 기준으로 이 시스템은 비행 시간의 95%에서 0.3해리보다 좋은 위치 정확도를 유지해 RNP 0.3 기준을 충족했다. 다만 이는 자력·중력 기반의 항공용 아이언스톤 오팔 시스템에 관한 성과이며, 이번 해상 GravNav 실증의 항법 정확도·운용 조건·인증 상태와 직접 동일시해서는 안 된다.

 

‘GPS 대체’가 아니라 ‘GPS 단일의존 탈피’


이번 성과의 핵심은 “GPS가 필요 없어졌다”는 선언이 아니다. 정확한 표현은 GPS가 끊기거나 신뢰할 수 없는 상황에서도 관성항법의 오차 발산을 억제할 수 있는 독립 보정 수단이 실제 해상 환경에서 처음 제시됐다는 것이다. 1해리급 정확도는 항만 접안, 협수로 통항, 고정밀 정밀항법에는 아직 부족할 수 있지만, 수 시간 동안 위성신호가 차단된 해역에서 선박이 대략적인 위치 인식을 잃지 않도록 하는 항법 안전망으로는 의미가 있다.

 

결국 Q-CTRL의 산호해 실증은 양자컴퓨터가 아닌 양자센서가 먼저 산업 현장과 전장으로 들어오는 흐름을 보여준다. 하늘에서는 자기장, 바다에서는 중력장을 ‘자연이 만든 지도’로 바꾸는 전략이다. 위성이 사라진 순간에도 배가 스스로의 위치를 잃지 않는 항법 체계가 필요한 시대, 양자 기술의 첫 번째 대형 시장은 계산이 아니라 ‘길 찾기’가 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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