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부작. 주말 각 잡고 봤다. 마침 진행 중인 프로젝트도 얼추 마무리됐고, 간만에 만난 여유를 십분 활용했다.
첫 화부터 2화까지는 신선했다. 소재도, 주제도, 흐름도…. 그러다 3화부터 5화까지는 조금 산만하고 지루한 느낌도 몰려왔다. 중도 포기와 완주 사이에서 결정을 내려야 할 시점이었다.
‘기왕 본 거 그래도 끝까지 가보자. 12부작도 아니고 10부작이니 벌써 절반은 돈 것 아닌가.’
그렇게 애써 나를 달랬다.
그리고 6화부터 최종 10화까지는 내리 달렸다. 소개 화면에서 웹툰 원작이라고 봐서 그런지 설정 자체는 현실과 제법 거리가 있었지만, 보는 내내 이상하리만큼 현실적으로 다가오는 특이한 작품이었다.
주연배우 류준열. 얼핏 봐도 외모파 배우는 아닐 텐데 참 매력적이다. 연기력이야 뭐, 말.해.뭐.해.
처음엔 범인을 찾는 스릴러에 반전이 담긴 역전극 정도로 여겼다. 그런데 다 보고 나니 생각이 달라졌다. 꽤 철학적이고, 주제의식도 강하게 담긴 볼 만한 콘텐츠였다.
김*선 감독님의 세계관과 연출은 전작에서도 느꼈지만 참 세다. 이렇게 힘 있는 메가폰도 오랜만이라 괜스레 설렌다.
두 글자 제목부터 전체적인 미장센까지, 문득 박찬욱 감독님의 <박쥐>도 떠올랐다. 물론 전혀 다른 ‘쥐’지만서도 말이다.
◆ 자아 찾기 삼매경…과연 그 끝에 대한 해답은?
“너는 내가 되고, 나도 네가 될 수 있었던….”
신성우의 ‘서시’가 보는 내내 머리를 스친다. 가슴도 메운다. 그러다 주인공 이름과 상치되며 서동현의 ‘문제’도 흥얼거렸고, 듀스의 ‘우리는’까지 불쑥 튀어나온다.
‘난 누군가, 또 여긴 어딘가.’
마치 프로이트 심리학 책 한 권을 읽은 것 같다. 잘 따라가지 않으면 중간에 길을 잃을 수도 있다. 그렇다고 어렵거나 현학적인 시리즈는 아니다.
오히려 끊임없이 묻게 만든다.
나는 누구인가. 내가 기억하는 나는 진짜 나인가. 그리고 타인이 기억하는 나와 내가 생각하는 나는 과연 같은 사람인가.
<들쥐>가 끝까지 물고 늘어지는 것도 결국 이 ‘자아’라는 녀석이다.
◆ ‘재미’와 ‘의미’ 사이를 오가는 작품
콘텐츠 헤비 유저로서 개인적으로 ‘의미’ 있는 작품을 선호한다. 다만 그 의미를 끝까지 따라가게 하려면 중간중간 ‘재미’도 지속돼야 좋은 작품으로 인정한다.
그런 점에서 이번 시리즈는 솔직히 마냥 재미있지는 않았다. 하지만 의미는 분명했다.
극중 주인공의 시선을 따라가다 보면 계속해서 ‘누가 진짜 그 자아일까’라는 의구심이 생긴다. 범인을 찾듯 ‘아, 저 사람이구나’ 싶다가도 이내 ‘그럼 이건 뭐지?’라는 새로운 질문이 튀어나온다.
그렇게 꼬리에 꼬리를 문다.
결말은 분명 마지막에 보여준다. 하지만 친절하게 모든 답을 건네지는 않는다. 오히려 관객 스스로 다시 의문을 품게 만들고, 그 답마저 각자 찾아보게 한다.
그게 이번 작품의 묘미가 아닐까 싶다.
그래서 10화를 모두 보고도 쉽게 리모컨을 내려놓지 못했다.
진짜 ‘나’란 어떤 사람일까.
이번 주말, <들쥐>를 곱씹듯 그 질문도 다시 한번 곰곰이 되새김질해 봐야겠다…. (to be continued)
P.S: <해운대> 홍보할 때 직접 뵙고 밥도 먹었던 경구 형님. 연기 10단이지만 이번엔 조금 오버스럽지 않았나 싶다. 그리고 <아저씨> 알릴 때 함께했던 김성오 배우님. 김 비서(?) 역할 땐 그렇게 귀여웠지만, 그는 역시 악역이 어울린다는 걸 다시 한번 확인했다.
*칼럼니스트 ‘올림’은 건설, 자동차, 엔터테인먼트, 식음료, 소재·화학, IT, 패션 등 다양한 업계를 거쳐온 홍보전문가입니다. 인증코치이기도 한 그는 ‘영원한 현역’을 꿈꾸는 미생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