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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테크

[영웅시대] 애플 CEO 교체의 순간에 피카츄가 왜?…‘운영의 쿡’ 떠나고 ‘하드웨어의 터너스’가 AI 시험대 선다

 

[뉴스스페이스=이승원 기자]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가 9월 1일 존 터너스 하드웨어 엔지니어링 수석부사장에게 경영권을 넘긴다. 2011년 스티브 잡스의 뒤를 이어 15년간 애플을 이끈 쿡은 상임이사회 의장(Executive Chairman)으로 이동하며, 터너스 신임 CEO는 거대한 아이폰 사업의 성장 둔화 우려와 생성형 인공지능(AI) 경쟁이라는 이중 과제를 안고 출발하게 됐다.

 

팀 쿡은 8월 27일(현지시간) 자신의 소셜미디어 엑스(X)에 피카츄가 애플 본사 애플파크를 둘러보는 영상을 올렸다. 그는 “오늘 애플파크 일정은 포켓몬 팀을 존에게 소개하고, 게임 이야기를 나누고, 피카츄에게 연못에 들어가지 말라고 정중히 부탁하는 것이었다”며 “세 가지 중 두 가지는 이뤘다”고 적었다.

 

영상에는 피카츄가 애플파크의 무지개 아치 아래에서 춤을 추고, 캠퍼스 과수원에서 사과를 따는 장면이 담겼다. 쿡과 터너스가 포켓몬 관계자들과 게임 사업을 논의했다는 설명도 뒤따랐다. 단순한 홍보 영상처럼 보이지만, 애플의 차기 리더를 외부 파트너와 소비자 문화의 상징적 콘텐츠에 자연스럽게 노출한 장면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애플은 통상 최고경영진의 대외 노출을 엄격히 통제하는 기업이다. 그럼에도 터너스는 최근 수년 동안 제품 행사와 언론 인터뷰에서 존재감을 늘려 왔고, 이번 영상은 CEO 교체 직전 그의 대외적 인지도를 끌어올리는 과정으로도 읽힌다. 로이터는 애플이 대중 노출이 제한적인 임원 문화 속에서도 터너스의 공개 활동을 늘려왔다고 분석했다.

 

15년간의 쿡, 숫자로 남긴 변화

 

쿡의 재임은 ‘포스트 잡스’ 시대의 생존을 넘어 애플을 세계 최대급 플랫폼 기업으로 확장한 기간이었다. 로이터에 따르면 애플 주가는 쿡이 CEO가 된 2011년 8월 이후 약 20배 뛰었고, 시가총액은 그의 재임 기간 약 3조6000억달러 증가했다.

 

애플의 사업 구조도 크게 달라졌다. 2011회계연도 애플 매출은 1082억달러 수준이었지만, 2025회계연도에는 4162억달러로 늘었다. 단순 비교로 약 285% 증가, 약 3.85배 확대된 셈이다. 특히 당시 독립적 대형 사업으로 자리 잡지 못했던 서비스 부문은 2025회계연도 매출 1092억달러 규모로 성장했다. 앱스토어, 아이클라우드, 애플뮤직, 애플TV+, 애플케어, 광고, 결제 등 반복 매출 기반 사업을 키운 결과다.

 

쿡의 마지막 분기 실적 역시 애플의 현 체력을 보여준다. 애플은 6월 27일 마감한 2026회계연도 3분기에 매출 1094억달러를 기록했다. 전년 동기보다 16% 늘어난 역대 6월 분기 최고치다. 희석 주당순이익(EPS)은 2.02달러로 29% 증가했고, 매출총이익률은 50.1%였다.


아이폰 매출은 전체 분기 매출의 약 절반을 차지했고, 서비스 매출은 307억달러로 분기 기준 300억달러를 넘었다. 이는 애플이 여전히 아이폰 중심 기업이면서도, 고마진 서비스 사업을 통해 수익 구조를 다변화해 왔음을 보여준다. 애플은 당시 아이폰·맥·서비스 부문 및 모든 지역에서 두 자릿수 매출 성장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후계자”가 아니라 제품 총괄 CEO

 

터너스는 2001년 애플에 입사했다. 그는 맥과 아이패드 하드웨어 엔지니어링을 거쳐 2021년부터 하드웨어 엔지니어링 조직을 이끌었으며, 맥·아이패드·에어팟 등 애플 핵심 제품 개발에 관여해 왔다. 50세인 그는 쿡이 CEO에 취임했을 때와 같은 나이에 최고경영자 자리에 오르게 된다.

 

이번 인선은 애플 이사회가 또 한 명의 외부 스타 CEO가 아니라, 제품 설계와 하드웨어 개발 체계를 오랫동안 이해해 온 내부 인사를 선택했다는 뜻이다. 이사회는 이번 승계를 만장일치로 승인했고, 애플은 이를 장기간에 걸쳐 준비된 승계 계획의 결과라고 설명했다. 터너스는 CEO 취임과 동시에 이사회에도 합류한다.

 

조직 차원에서는 터너스가 맡아 온 하드웨어 엔지니어링 기능이 재편된다. 로이터에 따르면 애플 실리콘과 센서 설계를 이끌던 조니 스루지가 최고하드웨어책임자(Chief Hardware Officer)로 승진했고, 하드웨어 엔지니어링 조직은 톰 메리브가 맡는다. 새 CEO가 제품 개발의 세부 운영에서 한발 물러나 회사 전체의 자본배분, AI 전략, 공급망, 규제 대응 및 성장 동력 발굴을 총괄할 수 있도록 구조를 조정한 것으로 해석된다.

 

터너스의 첫 시험대는 AI와 ‘다음 기기’


터너스 체제의 최대 변수는 AI다. 애플은 아이폰·맥·서비스의 강력한 현금 창출력에도 불구하고, AI가 사용자의 기기 이용 방식과 검색·앱·콘텐츠 유통 구조를 바꾸는 상황에서 시장의 의구심을 받고 있다. 로이터는 애플이 AI 중심 제품 경쟁에서 상대적으로 뒤처졌다는 평가를 받는 가운데, 아이폰에 AI를 어떻게 통합할지가 터너스의 가장 어려운 과제가 될 수 있다고 짚었다.

 

애플은 1월 구글과 제미나이(Gemini)를 활용해 시리(Siri)를 개선하는 계약을 맺었다. 그러나 외부 AI 모델 활용은 단기적으로 기능 공백을 줄일 수 있어도, 장기적으로는 애플의 차별화된 AI 역량과 데이터·프라이버시 전략을 어떻게 구축할지라는 질문을 남긴다. TECHnalysis Research의 밥 오도넬은 로이터에 “더 나은 AI 이야기와 제품군을 제시하되, 제3자 의존도보다 애플 자체 역량에 더 기반한 방향”이 터너스의 핵심 과제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드웨어에서도 선택지는 많지만 성공이 보장된 것은 아니다. 애플은 폴더블 스마트폰, 증강현실 안경, 가상현실 기기, AI 기반 웨어러블 등 이른바 ‘아이폰 이후’ 기회를 탐색하고 있다. 하지만 3499달러부터 시작하는 비전 프로는 가격과 대중성의 한계를 드러냈고, 메타는 더 저렴한 증강현실 안경으로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D.A. 데이비드슨의 길 루리아는 터너스 승진이 폴더블폰·안경·VR 기기·AI 핀 등 새로운 하드웨어에 대한 애플의 집중을 시사한다고 분석했다.

 

따라서 터너스의 성과는 단순히 새 제품을 많이 내놓는 데서 판가름 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아이폰·맥·에어팟·워치·비전 계열 기기를 AI 서비스와 어떻게 하나의 경험으로 연결하고, 이 과정에서 서비스 매출과 생태계 잠금 효과를 얼마나 확장할지가 핵심이다. 쿡이 공급망 효율화와 서비스 확장으로 애플의 규모를 키웠다면, 터너스는 하드웨어 혁신과 AI 통합으로 그 규모를 다음 성장 단계로 전환해야 한다.

 

쿡은 떠나지만, 애플은 ‘쿡 이후’가 아니다

 

쿡의 마지막 CEO 재임일은 8월 31일이며, 9월 1일부터는 상임이사회 의장으로서 애플에 남는다. 애플은 그가 전 세계 정책 입안자 및 정부 관계자와의 소통 등 특정 업무를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미국과 중국의 기술 패권 경쟁, 관세와 공급망 재편, 앱스토어 규제, 개인정보·반독점 이슈가 복합적으로 맞물린 현실에서 쿡의 정치·외교적 자산을 계속 활용하겠다는 구상이다.

 

결국 이번 인사는 ‘쿡의 퇴장’보다 역할의 재배치에 가깝다. 쿡은 이사회 의장으로 남아 대외 정책과 전략적 연속성을 뒷받침하고, 터너스는 제품과 AI의 실행력을 증명해야 한다. 피카츄가 애플파크를 뛰어다닌 짧은 영상은 부드러운 세대교체의 연출일 수 있다. 그러나 9월 1일 이후 애플이 마주할 현실은 훨씬 무겁다. 새 CEO의 첫 과제는 이미 거대한 애플을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것이 아니라, AI 시대에도 애플만의 다음 ‘필수 기기’를 시장에 설득력 있게 내놓는 일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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