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스페이스=이은주 기자] 미국의 재정 불안과 장기 국채시장 변동성이 다시 부각되면서 금 가격이 월간 상승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나티시스는 올해 말 금값 전망을 온스당 5,000달러로 상향했고, UBS는 향후 12개월 내 5,400달러 도달 가능성을 제시했다. 다만 물가 압력과 고금리 장기화는 금의 단기 상승세를 흔들 수 있는 핵심 변수로 남아 있다.
8월 15% 급등…금값, 3개월 고점권
국제 금값은 8월 들어 약 15% 급등하며 1999년 9월 이후 가장 높은 월간 상승률을 기록할 가능성이 커졌다. 금 현물은 8월 25일 기준 온스당 4,645.30달러 안팎에서 거래됐고, 이달 중순 이후 4,000달러 선에서의 지지력을 확인한 뒤 4,600달러대까지 회복했다. 8월 21일에는 금 선물이 장중 4,661.70달러까지 오르면서 약 3개월 만의 고점을 찍었다.
다만 단기적으로는 가격 변동성이 커지고 있다. 인도금괴보석협회(IBJA)가 집계한 8월 26일 기준 COMEX 12월물 금 선물 종가는 온스당 4,653.30달러로, 하루 전보다 41.20달러(0.88%) 하락했다. 4,700달러 선에 근접했던 가격이 미국 물가 지표 발표 이후 일부 되돌림을 받은 것이다.
이번 상승은 단순한 안전자산 선호보다 더 구조적인 성격을 띤다. 시장은 미국의 늘어나는 정부부채, 장기물 국채 수급 불안, 달러 가치 하락 가능성, 중앙은행의 준비자산 다변화 움직임을 한꺼번에 가격에 반영하고 있다. 금이 실질금리와 달러 흐름에 따라 움직이는 전통적 자산이라는 점은 변하지 않았지만, 재정 신뢰도 자체가 투자 변수로 부상하면서 ‘가치절하 거래(debasement trade)’의 대표 자산으로 다시 평가받는 모습이다.
목표가 높인 UBS·나티시스
프랑스계 투자은행 나티시스의 귀금속 애널리스트 베르나르 다다는 올해 말 금 가격 전망을 기존 온스당 4,600달러에서 5,000달러로 400달러 상향했다. 그는 미국 정부부채가 40조달러를 넘어선 가운데 장기 국채 금리가 급등하고, 채권시장 안정성과 통화가치 절하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는 점을 상향 근거로 들었다. 나티시스는 2027년 금 가격 평균도 5,000달러로 제시했다.
UBS는 보다 장기적인 상승 경로에 주목했다. UBS의 8월 전망에 따르면 금값은 올해 말 4,600달러를 거쳐 2027년 3월 5,000달러, 6월 5,200달러, 9월 5,400달러까지 오를 수 있다. 이는 2026년 말 목표가가 아니라 약 12개월 이상의 시간축을 둔 경로라는 점에서 나티시스의 연말 5,000달러 전망과 구분된다.
시장에서는 두 기관의 수치 자체보다도 전망의 전제가 중요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금값이 5,000달러를 향해 추가 상승하려면 단순히 기준금리 인하 기대가 살아나는 수준을 넘어, 미국 장기 국채에 대한 위험 프리미엄 상승과 달러 자산의 상대적 매력 저하가 이어져야 한다. 반대로 장기금리 급등이 달러 강세와 실질금리 상승으로 직결될 경우 금에는 부담이 될 수 있다.
국채 바이백, ‘해결책’보다 경고음
미 재무부가 최근 10~30년 만기 국채의 유동성 지원 목적 바이백 규모를 회당 최소 20억달러에서 40억달러로 두 배 확대하기로 한 결정은 금 시장의 재정 우려를 자극한 사건으로 꼽힌다. 확대 조치는 9월 9일부터 11월 4일까지 적용되며, 이 기간 장기채 바이백 확대분은 최소 140억달러에 달한다.
재무부는 장기물 시장의 유동성 지원을 명분으로 내세웠다. 그러나 시장은 이 조치를 장기채 금리 급등에 대한 정책당국의 민감도를 보여주는 신호로 해석했다. 30년물 미 국채 금리는 바이백 발표 직전 5.34%까지 올라 2007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고, 발표 이후 5.184% 수준으로 낮아졌다. 같은 날 10년물 금리도 약 6bp 하락한 4.66%를 기록했다.
문제는 바이백이 재정적자의 근본 해법이 아니라는 점이다. 로이터에 따르면 미국 국채시장 규모는 약 32조2,000억달러이며, 20년물·30년물 국채 잔액만도 약 5조5,000억달러다. 회당 40억달러 규모의 매입은 시장 심리와 유동성에는 영향을 줄 수 있지만, 대규모 만기 도래 부채와 재정적자라는 구조적 부담을 바꾸지는 못한다.
이 때문에 금 투자자들이 주목하는 것은 바이백의 금액보다 ‘왜 정책당국이 장기물 시장에 개입해야 했는가’라는 질문이다. 재정지출 확대와 이자비용 증가, 대규모 국채 발행이 장기금리 상승을 부르고, 높아진 금리가 다시 정부의 이자 부담을 키우는 순환이 지속될 경우 금은 법정통화와 국채의 대체적 가치저장 수단으로 수혜를 받을 수 있다.
중앙은행 289톤, 실물 수요의 버팀목
금 강세론의 또 다른 축은 중앙은행 수요다. 세계금협회(WGC)에 따르면 전 세계 중앙은행과 기타 공공기관은 올해 2분기 순 288.9톤의 금을 사들였다. 지난해 같은 기간 177.9톤보다 62% 늘어난 규모이며, 1분기 수정치 56.5톤과 비교하면 5배 이상 급증했다.
2분기 금 수요의 전체 규모는 장외거래(OTC)를 포함해 1,268.9톤으로 전년 동기와 거의 같았다. 그러나 수요의 구성은 크게 바뀌었다. 중앙은행 수요가 급증한 반면, 금 ETF 및 유사 상품에서는 44.8톤의 순유출이 발생했고, 투자 수요는 전년 동기 대비 46% 줄어든 262.2톤으로 집계됐다.
이는 금 가격 상승을 중앙은행이 일방적으로 끌어올렸다고 단정하기보다, 가격 급등기에도 공식 부문의 매수 기반이 유지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는 뜻이다. WGC는 2분기 평균 금 가격이 온스당 4,506.29달러로 전년 동기보다 37% 높았지만, 중앙은행 매수세가 뚜렷하게 회복됐다고 분석했다.
반면 높은 가격은 실수요의 다른 축인 보석 수요에는 압력으로 작용했다. 2분기 보석 소비량은 278.2톤으로 전년 동기 대비 17% 감소했고, 보석 제조 수요도 310.3톤으로 12% 줄었다. 그럼에도 금 보석 지출액은 가격 상승 영향으로 14% 늘어난 400억달러를 기록했다. 금의 가격 상승이 소비량을 위축시키면서도 명목 시장 가치는 키우는 전형적인 고가 국면의 모습이다.
5,000달러의 조건과 위험
금값의 단기 방향은 다시 통화정책으로 수렴할 가능성이 높다. 미국 상무부 경제분석국(BEA)에 따르면 7월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3.7% 올라 6월과 같은 수준을 유지했고, 시장 예상치 3.6%를 웃돌았다. 월간 상승률도 0.2%로 전월의 0.1% 하락에서 반등했다. 변동성이 큰 식품·에너지를 제외한 근원 PCE 상승률은 전년 대비 3.3%, 전월 대비 0.2%였다.
이는 연방준비제도의 2% 물가 목표와 상당한 격차가 있는 수치다. 물가 둔화가 지연되면 연준이 완화 전환을 늦추거나, 적어도 고금리를 장기간 유지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금은 이자를 지급하지 않는 자산이기 때문에 실질금리와 달러가 오르는 환경에서는 상대적으로 불리하다.
결국 금값 5,000달러는 단순한 낙관론의 숫자가 아니라 미국 재정의 지속가능성, 장기채 투자자의 요구수익률, 연준의 인플레이션 대응, 중앙은행의 달러 자산 다변화가 교차하는 가격대다. UBS와 나티시스의 목표가 상향은 금의 상승 추세가 재개됐다는 선언에 가깝지만, 그 전망이 현실화될수록 금융시장에는 미국 재정과 채권시장에 대한 더 큰 경계심이 반영될 가능성이 높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