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스페이스=이종화 기자] 애플·테무(웨일코코리아)·AWS(아마존)·구찌·아디다스·디즈니·입생로랑·록시땅·딜리버리히어로·이베이코리아·큐텐·네슬레·하이모·웍스피어(잡코리아) 등등. 이들 기업 대부분은 한국 소비자들에게 익숙하거나 이미 한국 시장에서 막대한 매출을 올리는 글로벌 브랜드를 운영하지만, 법인 외투는 ‘주식회사’가 아니라 '유한책임회사'다.
유한책임회사는 이름만 보면 주식회사와 비슷하다. 실제로 두 형태 모두 출자자 또는 주주가 원칙적으로 투자액을 한도로 책임진다. 그러나 속살은 상당히 다르다. 유한책임회사는 주식회사처럼 이사회·주주총회·감사라는 표준화된 기관을 중심으로 움직이기보다, 정관과 사원간 합의, 업무집행자 중심으로 운영된다. 회사의 자율성과 폐쇄성이 강한 대신, 주식이나 회사채를 발행해 불특정 다수로부터 자금을 조달하는 구조에는 맞지 않는다.
바로 이 지점에서 유한책임회사의 숨겨진 매력이 드러난다. 모기업의 위험은 한국 법인 안에 가두면서, 의사결정과 정보공개는 최대한 가볍게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거래처·소비자·채권자·시장 입장에서는 기업의 재무 상태를 외부에서 검증하기 어려워지는 정보비대칭이 발생한다. 유한책임회사는 기업의 자유를 보장하는 제도인 동시에, 투명성의 빈틈을 둘러싼 논쟁을 낳는 제도다.
한국에서 소비자와 기업을 상대로 대규모 사업을 하는 글로벌 기업들이 ‘유한책임회사’를 선택하거나 그 형태를 유지하고 있다. 원래는 벤처·전문서비스·공동투자에 맞게 설계된 제도지만, 한국에서는 운영 자율성과 함께 외부감사·감사보고서 공시의 사각지대를 제공해 온 탓에 ‘기업 혁신의 그릇’과 ‘회계 투명성의 방패’라는 상반된 평가를 받고 있다.

빅테크·IT기업부터 패션·럭셔리기업까지 '十社十色'
중국계 쇼핑 플랫폼 테무의 한국 법인인 웨일코코리아 유한책임회사는 "사업 목적은 전자상거래, 업무집행자 테무 운영사 엘리멘터리이노베이션의 대표인 중국 국적자, 자본금 1억원"으로 2024년 2월 23일 설립됐다.
테무는 당시 “한국 현지 협력업체와의 협업을 포함해 점진적으로 현지 법인의 역할을 수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플랫폼이 한국에서 막대한 이용자 기반을 확보한 뒤 국내 법인을 둔다는 점에서, 이 법인은 소비자보호·통신판매·개인정보·세무·물류 문제의 책임주체로 읽힌다. 하지만 유한책임의 뒤로 꼭꼭 숨어버렸다.
미국 아마존의 클라우드 법인인 아마존웹서비시즈코리아 유한책임회사(AWS코리아)도 대표적이다. AWS코리아는 2014년 11월 유한회사로 설립된 뒤 2020년 8월 주식회사로, 다시 같은 해 10월 유한책임회사로 바뀌었다. 유한회사에서 유한책임회사로 바로 갈 수 없는 법 체계상 ‘유한회사→주식회사→유한책임회사’라는 엄청나고 험난한 우회 경로를 밟은 셈이다. 2024년 10월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 따르면, 외국계 유한책임회사가 2019년 말 109개에서 2024년 8월 201개로 늘어 84.4% 증가했다.
패션·럭셔리 업계에서는 아디다스코리아, 구찌코리아, 입생로랑코리아, 푸치코리아, 브이에프코리아, 록시땅코리아 등이, 콘텐츠 업계에서는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가 유한책임회사 형태로 확인된다. 잡코리아·알바몬·잡플래닛·나인하이어 등 12개 서비스를 묶은 웍스피어도 유한책임회사다.
유한책임회사 명단에서 눈여겨볼 지점은 ‘외국계만의 제도’가 아니라는 사실이다. 대구텍처럼 대구 달성군에 대규모 생산기지와 종업원 1300명을 둔 고성능 절삭공구·산업제품 제조기업, 웍스피어처럼 한국인 기반의 고용·채용 플랫폼을 운영하는 기업도 같은 유한책임 형태를 택한다.

왜 굳이 LLC(Limited Liability Company)를 고수하는가
기업이 유한책임회사 형태를 고수하는 이유는 크게 다섯 가지다.
첫째 이유는 위험의 격리다. 한국에서 영업하는 자회사가 계약·고용·소비자 분쟁·규제 리스크를 부담하더라도, 법인격이 분리돼 있으면 원칙적으로 그 위험은 한국 법인의 재산 범위에서 처리된다. 모기업은 출자한 금액을 잃을 위험을 부담하지만, 한국 자회사의 모든 채무를 자동으로 떠안지는 않는다. 이 점은 온라인 플랫폼, 콘텐츠, 물류, 신기술처럼 초기 시장의 수익성과 규제 전망이 불확실한 사업에서 특히 중요하다.
둘째 이유는 시장 진입 비용의 최소화다. 웨일코코리아와 큐텐코리아의 자본금은 각각 1억원이다. 법인등기 단계에서 거대한 자본을 한국 법인에 먼저 쌓기보다 작은 현지 법인을 세워 사업 가능성을 시험하는 전략도 가능하다. 이는 ‘한국에서 본격적인 생산·고용·투자를 할 것인가’를 결정하기 전, 시장 접근권과 규제 대응 창구를 확보하는 방식이다.
셋째 이유는 의사결정 속도다. 유한책임회사에는 주식회사와 같은 의미의 이사회가 필수기관으로 작동하지 않는다. 업무집행자가 회사 업무를 집행하고, 정관이 의사결정 규칙을 정한다. 소수 사원 구조라면 모기업의 승인 라인과 한국 법인 업무집행자 사이에서 결정을 빠르게 내릴 수 있다. 인수 후 통합, 콘텐츠 라이선스, 가격·마케팅 정책, 현지 파트너 선정처럼 시장 변화에 민감한 사안에서 이러한 구조는 장점이 된다.
넷째 이유는 폐쇄형 지배구조와 정보 통제다. 유한책임회사 지분은 원칙적으로 다른 사원의 동의 없이 제3자에게 양도할 수 없다. 외부 투자자나 경쟁자가 지분을 쉽게 취득하기 어렵고, 모기업이 원하는 지배구조를 유지하기 쉽다. 구성원간 합의가 잘 작동한다면 경영 안정성이 높아지지만, 반대로 사원간 의견 충돌이 생기면 외부 주주가 시장에서 지분을 사들여 교착을 풀어주는 통로가 좁다.
가장 중요한 다섯째 이유는 외부감사와 공시부담의 차이다. 2019년 말 109개에서 2024년 8월 201개로 늘었다는 외국계 유한책임회사 통계는 외감법 개정 시기와 회사 형태 변경이 맞물렸다는 점을 보여준다. 외부감사 대상인 주식회사·유한회사와 달리 유한책임회사는 당시 외부감사 의무가 적용되지 않는다. 기업 입장에서는 경쟁사가 알기 어려운 원가·이익·본사와의 거래 조건을 공개하지 않아도 된다는 뜻이다.
이 때문에 2020년부터 일정 규모 이상 유한회사에 외부감사와 감사보고서 공시 의무가 적용되자, 일부 기업의 법인형태 변경이 집중됐다. 구찌코리아, AWS코리아, 딜리버리히어로코리아(2021년 ‘위대한상상 유한책임회사’로 사명변경)등의 기업들이 는 유한회사에서 주식회사를 거쳐 유한책임회사로 전환했다.
아디다스코리아는 2017년 3월,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는 2016년 10월 유한책임회사로 법인등기를 변경했다. 이베이코리아는 2019년 12월 24일 주식회사에서 유한책임회사로 전환했다. 당시 G마켓·옥션을 운영하며 대형 이커머스 사업을 하던 법인인 만큼, 매출·이익·배당·관계사 거래의 외부 공개 미노출로 비판을 받았다.
그러나 외부감사 의무가 없다는 점이 ‘세금을 내지 않아도 된다’는 의미가 아니다. 유한책임회사도 법인세 신고와 부가가치세, 원천징수, 이전가격, 관세 등 각종 세법상 의무를 부담한다. 외부감사와 공시 부담이 낮다는 것과 조세 의무가 면제된다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국회와 금융당국이 문제 삼은 것도 유한책임회사라는 법적 형태 그 자체가 아니라, 경제적 실질이 큰 회사가 법인 형태만 바꿔 회계 투명성 규제를 회피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었다.

유한책임회사 장점은 효율성 하지만 단점도 많다
유한책임회사의 장점은 동시에 단점이다. 외부감사와 공시 의무가 낮으면 기업은 회계감사 비용과 공시 준비 비용을 줄이고 영업전략을 보호할 수 있다. 하지만 거래 상대방은 매출, 이익, 부채, 본사와의 내부거래, 로열티, 배당 정책을 확인하기 어려워진다. 그 결과 거래처는 선급금·보증·담보를 요구하거나, 금융기관은 더 높은 금리와 보수적인 한도를 적용할 수 있다. 공개를 줄인 대가로 시장에서 ‘신뢰비용’을 부담하는 셈이다.
OECD 기업지배구조 원칙은 투명성과 책임성이 자본 접근, 투자자 보호, 기업의 지속가능성과 회복탄력성을 뒷받침한다고 본다. 이 원칙은 상장회사만을 위한 규범이지만, 비상장 유한책임회사에도 중요한 시사점을 준다. 정보공개는 비용이지만, 동시에 자본과 거래 신뢰를 얻는 자산이다.
유한책임회사의 두 번째 약점은 자본 조달 방식의 제약이다. 상법상 유한책임회사는 주식과 회사채를 발행할 수 없다. 외부 투자자가 들어오려면 사원 가입, 정관 변경, 지분 또는 경제적 권리 설계가 필요하다. 투자계약으로 이를 보완할 수는 있지만, 수천 명의 투자자에게 표준화된 주식을 발행하는 주식회사만큼 간단하지 않다. 기업공개를 목표로 하거나 임직원에게 광범위한 주식보상을 제공하려는 기업이라면 처음부터 주식회사를 택하는 편이 자연스럽다.
세 번째 약점은 지분의 유동성이다. 사원 지분은 원칙적으로 다른 사원의 동의 없이는 양도할 수 없다. 이는 외부 세력의 침투를 막는 방패인 동시에, 투자자가 빠져나가기 어려운 잠금장치다. 창업자와 투자자 사이의 관계가 깨졌을 때 지분을 시장에 매각해 분쟁을 정리하기가 어렵고, 정관에 퇴사·환급·제명 규정을 정교하게 두지 않으면 법적 교착이 발생할 수 있다.
네 번째 약점은 내부통제다. 이사회와 감사가 필수적으로 존재하지 않는 구조는 소수 사원에게는 효율적이지만, 업무집행자에 대한 견제 장치를 약화시킬 수 있다. 물론 비업무집행 사원에게 감시권이 있고, 업무집행자의 책임을 추궁하는 대표소송 규정도 있다. 그러나 실제로 그 권리를 행사하려면 사원 간 정보 접근과 법률 비용, 분쟁 감수 능력이 필요하다. 외부감사 부재가 곧 부실을 의미하지는 않지만, 부실을 조기에 발견할 외부의 눈이 줄어드는 것은 사실이다.

유한책임회사, 정보 비공개의 문제점
유한책임회사의 가장 큰 장점은 작은 조직이나 공동창업팀이 주식회사 수준의 복잡한 제도를 갖추지 않고도 법인격과 유한책임을 누릴 수 있다는 점이다. 법무부의 제도 설계 취지도 지식기반 산업, 전문서비스, 벤처와 공동투자에 맞는 유연한 회사형태를 제공하는 데 있었다.
하지만 매출 수천억원 또는 조 단위 거래가 가능한 플랫폼·클라우드·명품·유통기업에 이 제도가 적용될 때는 논리가 달라진다. 소비자 정보와 판매자 정산, 수수료, 광고비, 납품대금, 로열티, 해외 본사 지급액, 배당은 모두 국내 경제에 영향을 준다. 그럼에도 외부감사보고서가 공개되지 않으면 한 법인이 한국에서 얼마를 벌고, 어느 정도의 비용을 관계사에 지급하며, 국내에 어떤 세금을 남기는지 외부에서는 정밀하게 검증하기 어렵다.
물론 ‘감사 미대상’이 곧바로 탈세나 불법의 증거는 아니다. 글로벌 본사에 로열티·서비스 대가를 지급하거나 해외에서 조달한 재화·클라우드 인프라 비용을 계상하는 일도 사업 구조상 가능하다. 다만 시장지배력과 거래 규모가 큰 법인일수록, 그 비용의 산정 근거와 이전가격의 적정성을 이해관계자가 검증할 통로가 좁아진다는 것이 핵심 문제다. 이 문제는 ‘법적 위법성’보다 ‘시장 투명성’의 문제에 가깝다.
유한책임의 사각지대, 법의 빈틈은 메워질까
문제 제기는 제도 개정 논의로 이어졌다. 국민의힘 김상훈 의원이 대표발의한 법안은 2024년 11월 7일 제출돼 11월 8~17일 국회 입법예고를 거쳤고, 2025년 2월 18일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상정된 뒤 법안심사제1소위원회로 회부됐으며, 현재 소위 심사 단계로 계류중이다.
개정안의 방향은 법인 명칭이 아니라 경제적 실질과 규모를 기준으로 보자는 것이다. 주식회사·유한회사에 이미 적용되는 자산·부채·매출·종업원·사원 수 등의 기준을 일정 규모 이상의 유한책임회사에도 실질적으로 동일하게 적용하고, 감사보고서 공시 대상에 포함시키자는 내용이다. 법률자문 업계 역시 해당 법안이 통과될 경우 일정 규모 유한책임회사의 재무제표 본문과 주석 정보가 감사보고서를 통해 공개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 접근은 유한책임회사 자체를 문제 삼지 않는다. 오히려 벤처·공동투자·전문서비스 법인에는 정관 자치와 유한책임이라는 본래 장점을 보장하되, 소비자·협력업체·근로자·채권자·판매자가 광범위하게 얽힌 대형 사업자에는 규모에 맞는 회계 투명성을 요구하자는 절충안이다.
유한책임회사라는 법인형태가 ‘나쁜 회사’를 뜻하지는 않는다. 문제는 기업의 법률상 외피와 경제적 영향력 사이의 간극이다. 테무가 한국 소비자와 판매자를 연결하고, AWS가 기업의 데이터 인프라를 제공하고, 디즈니·구찌·아디다스가 대규모 브랜드 매출을 올리는 시대다.
법인형태가 경영 유연성을 위한 도구인지, 아니면 대형 사업자의 회계 공개를 피하는 장치인지 가르는 기준은 결국 하나다. 기업의 이름이 아니라 그 기업이 한국 경제와 이해관계자에게 미치는 규모와 책임을 기준으로, 투명성의 문턱을 다시 설계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외감 회피 꼼수’에서 '합법적 제도' 활용으로
유한책임회사의 본래 의미는 기업가에게 실패의 위험을 제한하면서도, 주식회사보다 유연한 계약형 회사를 제공하는 데 있다. 한국 상법은 이를 통해 벤처·사모투자·합작사업·외국계 자회사가 각자의 필요에 맞게 지배구조를 설계할 수 있도록 했다. 미국에서 LLC가 2022년 파트너십 신고의 72.7%를 차지했다는 IRS 통계는 법인 형태의 유연성이 기업 생태계에서 얼마나 널리 활용되는지를 보여주는 참고 사례다.
자본시장 및 기업재무분석 전문가는 "유한책임회사를 고수하는 기업은 대체로 ‘영원히 비공개로 남겠다’기보다, 현재 단계에서 공개시장형 주식회사보다 계약형 법인이 효율적이라고 판단했을 것"이라며 "신규 시장에 진입하는 글로벌 기업은 국내 자회사를 본사의 전략적 실험실로 활용할 수 있고, 사모펀드와 합작회사는 투자자별 권리와 수익배분을 정관과 계약에 담을 수 있다. 벤처기업은 창업자·핵심 인력·재무적 투자자의 기여를 단순한 주식 수만으로 평가하지 않고 별도의 권리 구조로 설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하지만 이를 사업자의 회계공개를 피하는 방패, 외부감사 안하려는 장치, 소비자와 이해관계자들의 눈을 속이려는 망토의 수단을 전락하는 것은 비판받을 수 있다"면서 "결국 법개정을 비롯해 제도개선은 유한책임회사를 없애는 방향이 아니라, 자유와 투명성의 경계를 회사의 실질 규모에 맞춰 다시 긋는 방향이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결국 질문은 “유한책임회사가 좋은가”가 아니다. 누가, 어떤 규모로, 누구의 돈과 위험을 다루며, 어느 정도의 정보를 공개해야 하는가가 핵심이다. 출자자의 위험을 제한하는 유한책임은 경제활동을 촉진하는 방패다. 하지만 그 방패가 소비자·채권자·거래처의 눈까지 가리는 은막이 되는 순간, 사회는 더 높은 신뢰비용을 지불하게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