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스페이스=이승원 기자] NASA의 낸시 그레이스 로만 우주망원경이 미국 동부시간 8월 30일 오전 7시 26분(한국시간 30일 오후 8시 26분) 플로리다 케네디우주센터 39A 발사단지에서 스페이스X 팰컨 헤비에 실려 발사될 예정이다. 약 40억달러가 투입된 로만은 허블 수준의 선명도를 유지하면서 관측 면적을 한 번에 최소 100배 넓힌 ‘대면적 정밀조사’형 관측소로, 암흑에너지·암흑물질·외계행성 연구의 관측 방식을 바꿀 핵심 임무로 꼽힌다.
NASA, gizmodo, biggo.com에 따르면, NASA와 스페이스X는 이르면 30일 오전 7시 26분을 목표 발사 시각으로 잡았다. NASA 중계는 같은 날 오전 6시 20분부터 시작되며, 로만은 발사 뒤 지구에서 약 100만 마일, 약 160만㎞ 떨어진 태양-지구 제2 라그랑주점(L2)으로 향한다. 기본 임무는 5년이며, NASA는 총 운용 목표를 10년으로 제시하고 있다.
발사 준비는 어디까지 왔나
로만은 8월 21일 케네디우주센터에서 팰컨 헤비 페어링 내부에 봉입됐고, 24일 밤 전용 운송대열을 통해 페이로드 처리시설에서 39A 발사단지의 스페이스X 격납고로 이송됐다. NASA는 이곳에서 망원경과 발사체 결합 작업을 진행해 왔으며, 28일 최종 발사준비검토(LRR)를 거쳐 발사 여부를 확정할 예정이다. 즉, 현 시점의 공식 표현은 “발사 승인 완료”라기보다 발사준비검토와 최종 ‘go/no-go’ 판단을 앞둔 상태에 가깝다.
NASA는 로만이 기존 공식 일정보다 9개월 앞당겨 발사된다고 설명했다. 대형 우주과학 프로젝트가 예산·기술·발사체 일정 문제로 자주 지연되는 현실을 고려하면, 조기 발사는 관측 장비 통합과 지상 시험, 발사 서비스 관리가 계획대로 진척됐다는 신호로 읽힌다.
‘깊이’의 웹, ‘넓이’의 로만
로만의 주경 지름은 2.4m로 허블 우주망원경과 같다. 차이는 광학계와 검출기 배열에 있다. 로만의 광시야 기기(Wide Field Instrument·WFI)는 약 3억 화소 근적외선 카메라로, 허블과 유사한 감도와 해상도를 유지하면서도 적어도 100배 넓은 하늘을 한 장에 담도록 설계됐다. NASA는 로만이 넓은 천구 영역을 허블보다 최대 1,000배 빠르게 조사할 수 있다고 밝히고 있다.
이는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JWST)과의 경쟁보다 역할 분담에 가깝다. 웹은 훨씬 큰 주경을 활용해 특정 천체를 깊이 들여다보는 데 강점이 있고, 로만은 넓은 하늘에서 통계적으로 의미 있는 표본을 확보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다시 말해 웹이 ‘정밀 심층 촬영’에 강한 망원경이라면, 로만은 우주 전체의 구조와 변화를 대규모 데이터로 그려내는 ‘천문학용 광역 조사 플랫폼’이다.
5000제곱도, 10억개 은하의 지도
로만의 대표 과학 목표는 암흑에너지와 암흑물질이 우주의 구조와 팽창을 어떻게 바꿔왔는지 관측으로 검증하는 것이다. NASA가 제시한 광역 핵심 조사는 5000제곱도 이상, 전체 하늘의 약 12%를 1년 반가량에 걸쳐 훑는 계획이다. 이 조사에서 관측될 은하는 10억개 이상, 이 가운데 약 6억개는 약한 중력렌즈 효과 분석에 쓸 만큼 충분히 상세하게 관측될 것으로 NASA는 추산한다.
약한 중력렌즈는 앞쪽에 분포한 물질의 중력이 뒤쪽 은하의 빛을 미세하게 휘게 해 은하의 모양을 아주 약하게 왜곡하는 현상이다. 연구진은 수억 개 은하에서 이 작은 왜곡을 누적 분석해 직접 보이지 않는 암흑물질의 분포를 역추적한다. 여기에 은하의 거리와 분포, Ia형 초신성의 밝기-거리 관계 등을 결합하면 우주 팽창의 역사와 암흑에너지의 성질을 더 엄밀히 검증할 수 있다.
이 때문에 로만의 가치는 단일 천체의 ‘발견’보다 데이터 규모와 통계 정밀도에 있다. 수억∼수십억 개 천체를 동일한 관측 체계로 반복 관찰하면, 우주 팽창률 측정값의 불일치인 ‘허블 긴장’이 관측 체계의 오차인지, 현행 우주론 모형을 넘어서는 물리의 징후인지를 판별하는 데 필요한 독립 검증 자료를 얻을 수 있다. 다만 로만이 허블 긴장을 반드시 해결한다고 단정하기보다는, 여러 독립 관측 지표의 정밀도를 끌어올려 문제의 원인을 좁히는 임무라는 표현이 정확하다.
외계행성은 ‘개별 발견’에서 ‘우주 인구조사’로
로만은 태양계 밖 행성 연구에서도 다른 망원경이 놓치기 쉬운 영역을 겨냥한다. 은하 중심부 쪽의 별들을 반복 관측하면서, 앞쪽 별과 행성의 중력이 뒤쪽 별빛을 일시적으로 증폭하는 중력 마이크로렌즈 현상을 포착하는 방식이다. 이 방법은 모항성에서 멀리 떨어진 차가운 행성, 지구 질량 수 배 이하의 저질량 행성, 심지어 별에 묶이지 않은 떠돌이 행성까지 탐색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NASA의 기존 과학 계획은 로만이 5년 기본 임무 동안 은하 팽대부 방향 약 2제곱도 영역에서 약 2억개 별을 높은 빈도로 반복 관측하는 구성을 제시한다. 이를 통해 약 1,400개의 모항성 공전 행성을 찾아낼 수 있고, 그중 약 200개는 지구 질량의 3배 미만일 것으로 예상된다. 별의 밝기 감소를 포착하는 통과 관측까지 포함하면 10만개 이상의 행성을 찾아낼 가능성도 제시돼 있다. 이 수치는 임무 전 시뮬레이션과 설계 목표에 따른 예측치이며, 실제 발견 수는 별 분포와 행성 발생률, 관측 여건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또 하나의 장비인 코로나그래프 기기는 별빛을 최대 약 10억분의 1 수준까지 억제해, 별보다 거의 10억 배 어두운 행성이나 원반 구조를 직접 촬영하는 기술 실증을 목표로 한다. 이 장비는 로만의 광역 조사 장비와 달리 다수의 행성을 통계적으로 찾기보다, 극도로 약한 외계행성 신호를 분리하는 차세대 직접영상 기술을 우주 환경에서 검증한다는 의미가 크다.
로만의 출발은 ‘더 멀리 보는 망원경’의 경쟁이 아니라, ‘더 넓은 우주를 같은 품질로 반복 측정하는 관측 인프라’의 출범이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팰컨 헤비 발사가 성공하고 L2 전개와 초기 점검이 순조롭게 마무리될 경우, 천문학은 소수의 인상적인 사진보다 수억 개 은하와 수억 개 별의 변화량을 분석하는 데이터 중심 국면으로 한 단계 이동하게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