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스페이스=김정영 기자] LG이노텍이 아마존 자율주행 자회사 죽스(Zoox)의 무인 로보택시에 500만 화소급 차량용 카메라 모듈을 공급한다. 죽스가 미국 내 유료 무인택시 서비스를 본격화하고 연간 1만대 생산 체제를 준비하는 시점에 나온 공급 계약이라는 점에서, LG이노텍에는 모바일 카메라 중심 사업을 자율주행·피지컬 AI 부품으로 넓히는 이정표가 될 전망이다.
LG이노텍은 8월 27일 죽스와 수년간 이어온 협력 관계를 바탕으로 앞으로 수년간 로보택시용 카메라 모듈을 공급한다고 밝혔다. 탑재 제품은 500만 화소급 고해상도 카메라로, 차량 내 장착 위치에 따라 서로 다른 화각을 적용해 차량 주변의 사각지대를 줄이고 360도 환경 인식을 지원한다. 방수 성능과 급격한 온도 변화에 견디는 내구성도 갖춰, 실외에서 장기간 운영되는 자율주행차 센서의 핵심 조건을 겨냥했다.
‘카메라’가 주행 판단의 입력값
이번 공급의 본질은 단순한 전장 카메라 납품보다, 자율주행 시스템의 시각 데이터 입력부를 맡는다는 데 있다. 자율주행 차량에서 카메라는 차선·신호등·보행자·차량·도로 구조물 등을 실시간으로 영상 데이터화하고, 차량의 AI 소프트웨어가 이를 토대로 주행 경로와 위험 회피 여부를 판단하게 한다.
LG이노텍의 제품은 500만 화소급이다. 최근 로보택시용 카메라가 500만 화소급 고성능 이미지센서로 고도화되는 흐름은 테슬라 사이버캡 공급망에서도 확인된다. 국내 부품업계에서는 기존 테슬라 전기차에 적용된 120만 화소급 센서보다 4배 이상 높은 해상도의 500만 화소급 카메라가 필요해졌다는 분석이 나왔다. 다만 해상도는 감지 정확도를 결정하는 여러 요인 중 하나이며, 실제 안전성과 자율주행 성능은 렌즈 품질, 야간·악천후 영상 처리, 센서 중복 설계, AI 인식 소프트웨어 등을 함께 봐야 한다.
죽스의 차량은 일반 승용차를 개조한 형태가 아니라 운전대와 페달을 전제로 하지 않은 전용 로보택시다. 이 구조에서는 차량 외부의 센서와 이를 해석하는 소프트웨어가 사실상 운전자의 눈과 판단을 대체한다. 카메라 모듈의 신뢰성이 완성차 부품 이상의 의미를 갖는 이유다.
죽스, ‘시험 운행’에서 유료 서비스로
죽스는 아마존이 2020년 인수한 자율주행 기업이다. 회사는 2025년 6월 미국 캘리포니아 헤이워드에 전용 로보택시 양산 시설을 열었으며, 이 공장은 약 22만 제곱피트, 미식축구장 약 3.5개 규모다. 현재 설치된 생산라인 기준으로 연간 1만대 이상을 조립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초기 생산 속도는 하루 1대 수준이었지만, 죽스는 생산량을 시간당 3대 수준까지 높이고 장기적으로 연간 1만대 생산 능력에 도달한다는 계획을 내놨다. AP통신은 죽스가 2교대 가동 기준으로 이 생산능력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생산 차량의 목표 수명은 약 5년 또는 50만 마일이라고 보도했다. 50만 마일은 약 80만km에 해당한다.
죽스는 라스베이거스를 첫 상업 서비스 지역으로 택했다. 2026년 7월 미국 도로교통안전국(NHTSA)으로부터 전용 로보택시에 대한 상업 운행 면제를 받았고, 이를 기반으로 8월부터 라스베이거스에서 유료 탑승 서비스를 시작했다. 죽스는 조향장치·페달·운전석이 없는 전용 자율주행차로 유료 서비스를 시작한 첫 사례라고 설명했다.
죽스의 로보택시 사업은 라스베이거스에만 머물지 않는다. 회사는 샌프란시스코 서비스 확대와 함께 오스틴·마이애미에서 전용 로보택시 도로 운행을 준비 중이다. 생산시설이 라스베이거스와 샌프란시스코를 시작으로 다수 시장을 지원하도록 설계된 만큼, LG이노텍의 카메라 공급 물량도 죽스의 서비스 지역 확대 및 차량 증설 속도와 연동될 가능성이 크다.
죽스의 차량 규모는 아직 약 100대 수준으로 알려져 있어, 단기적으로 LG이노텍 전체 실적을 좌우할 대형 매출처라고 보기는 어렵다. 다만 연 1만대 수준의 생산 능력을 갖춘 고객사에 초기부터 진입했다는 점은 중요하다. 자율주행차는 통상 차량 1대에 복수의 카메라와 센서를 탑재하기 때문에, 차량 생산 확대가 곧바로 카메라 모듈 수요 증가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LG이노텍의 기존 실적 구조를 감안하면 전략적 의미는 더 선명하다. 이 회사의 2026년 상반기 연결 매출은 11조620억원, 영업이익은 541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광학솔루션 사업 매출은 1분기 4조6106억원, 2분기 4조5179억원으로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반면 모빌리티솔루션 사업은 1분기 4871억원, 2분기 5109억원의 매출을 냈다. 전장 부문은 아직 전체 매출에서 상대적으로 작지만, 2025년 말 기준 수주잔고가 19조2000억원으로 장기 성장 기반을 쌓고 있다.
‘고객 다변화’보다 ‘산업 전환’의 신호
LG이노텍은 스마트폰용 카메라 모듈에서 축적한 광학 설계·초정밀 제조 역량을 자동차로 이전해 왔다. 죽스 공급은 이 역량이 단순 운전자 보조 시스템(ADAS)을 넘어, 사람의 운전 조작 자체를 전제하지 않는 완전자율주행 모빌리티에 적용됐다는 의미를 지닌다.
특히 죽스는 자율주행 소프트웨어만 개발하는 기업이 아니라 전용 차량을 직접 생산하고 호출 서비스를 운영하는 수직계열형 사업자다. 차량 설계와 센서 패키지, 양산, 운행 서비스가 연결된 구조인 만큼 부품사가 한 번 채택되면 단발성 납품보다 장기간 품질 검증과 공급 안정성 요구를 충족해야 한다. LG이노텍이 “향후 수년간 공급"을 언급한 배경도 여기에 있다.
결국 이번 공급 계약은 ‘대규모 매출이 이미 발생했다’는 뉴스라기보다, LG이노텍이 아마존 계열 자율주행 플랫폼의 공급망에 진입했다는 산업적 신호다. 죽스가 연 1만대 생산 목표를 실제로 구현하고 라스베이거스 밖으로 유료 서비스 지역을 넓힐 수 있을지가 LG이노텍의 전장 카메라 사업 가치가 현실화되는 다음 관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