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스페이스=이종화 기자] 중국 법원이 마오쩌둥 풍자 조각으로 알려진 예술가 가오전(70)에게 징역 3년을 선고하면서, 예술 표현을 겨냥한 형사처벌과 법의 소급 적용 논란이 국제 인권 의제로 다시 부상했다. 이에 인권 단체들과 유엔은 즉각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문제의 작품은 2005~2009년에 제작됐지만, 적용된 ‘영웅·열사 명예훼손’ 관련 형사 조항은 2021년에 도입됐다는 점에서, 이번 사건은 단순한 예술 검열을 넘어 중국식 역사 서사 관리의 범위를 보여주는 사례로 평가된다.
reuters, amnesty, nytimes, oslofreedomforum에 따르면, 중국 허베이성 싼허시 인민법원은 8월 25일 뉴욕 기반 예술가 가오전에게 ‘국가 영웅·열사 비방’ 혐의로 징역 3년을 선고했다. 3년은 해당 혐의로 가능한 최고 형량이다. 가오전은 2024년 8월 가족을 만나기 위해 중국을 방문한 뒤 구금됐으며, 현재까지 수감 중이다. 이미 약 2년간 구금 생활을 한 만큼 형기가 확정되면 2027년 8월 25일 종료될 예정이다. 그는 유죄판결과 형량 모두에 항소하기로 했다.
2005년 작품, 2021년 형사 조항
사건의 핵심 쟁점은 ‘시간’이다. 검찰이 문제 삼은 작품은 2005~2009년 제작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중국의 ‘영웅열사보호법’은 2018년 시행됐고, 영웅·열사의 명예와 명성을 훼손하는 행위를 형사처벌할 수 있도록 한 중국 형법 조항은 2021년 강화됐다. 인권단체 중국인권수호자(CHRD)는 법원이 해당 조항이 존재하기 약 16년 전 만들어진 작품을 근거로 최고형을 선고했다고 비판했다.
가오전은 동생 가오창과 함께 활동한 ‘가오 브라더스’의 형이다. 이들은 문화대혁명, 천안문 사건, 국가권력과 개인의 관계 등 중국 현대사의 민감한 장면을 다뤄 국제 미술계에 이름을 알렸다. 이번 기소에는 마오쩌둥이 무릎 꿇은 모습으로 묘사된 청동 조각과, 마오의 얼굴을 과장되게 형상화한 풍자 연작 등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진다.
형식적으로는 특정 인물의 명예를 보호하는 사건처럼 보이지만, 실질적으로는 중국 공산당의 혁명사와 국가 정체성에 대한 비판적 해석을 어디까지 허용할 것인가를 묻는 사건이다. 법이 보호 대상으로 삼는 ‘영웅과 열사’의 범위가 넓고, ‘모욕’이나 ‘비방’의 기준도 정치적으로 해석될 여지가 크다는 점에서 표현행위 전반에 광범위한 위축 효과를 낳을 수 있다.
비공개 재판과 최고형
가오전의 재판은 3월 30일 하루 동안 비공개로 진행됐다. 가족과 미국 외교관은 참관하지 못했고, 판결은 재판 약 5개월 뒤인 8월에 선고됐다. 뉴욕타임스는 당시 재판이 하루 만에 끝났으며, 판결 선고에는 가오전의 다른 형제 2명만 참석할 수 있었다고 보도했다.
절차적 투명성도 논란이다.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OHCHR)는 4월 성명에서 이 사건이 형사법의 소급 적용, 예술 표현을 처벌하기 위한 형사제재 활용, 죄형법정주의 훼손 우려를 제기한다고 밝혔다. 특히 법률이 제정되기 10년 이상 전에 제작된 작품을 처벌 대상으로 삼은 점을 문제로 들며 가오전의 즉각적·무조건적 석방을 촉구했다.
최고형 선고가 갖는 상징성도 작지 않다. 3년이라는 기간 자체보다, 법원이 양형 재량의 최상단을 택했다는 점이 더 강한 메시지로 읽힌다. 이는 과거의 창작물까지 사후적으로 수사·기소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신호가 될 수 있으며, 중국 내 예술가·출판인·큐레이터·전시기획자에게 ‘표현의 위험 비용’을 재산정하게 만드는 효과를 낳을 가능성이 크다.
가족까지 묶인 출국 금지
처벌의 파장은 가오전 개인에만 그치지 않았다. 국제앰네스티에 따르면 가오전의 아내와 미국 시민권자인 아들은 범죄 혐의가 제기되지 않았음에도, 그의 구금 이후 중국을 떠나지 못하고 있다. 앰네스티는 이를 가족을 겨냥한 괴롭힘과 위협, 사실상의 집단처벌로 규정했다.
가오전의 건강 문제도 인권단체가 제기하는 주요 쟁점이다. 앰네스티는 그가 요추 질환과 무릎 관절액 문제를 앓고 있으며, 구금 중 여러 차례 쓰러졌다는 보고가 있다고 밝혔다. 가족과의 소통도 2025년 5월 이후 크게 제한됐다는 것이 단체의 설명이다.
국가가 개인의 작품을 처벌하는 데 그치지 않고 가족의 이동과 접촉까지 제약하는 방식은, 당사자에게 가해지는 형벌 이상의 압박을 만든다. 특히 해외 영주권자 또는 해외 체류 중국계 예술가에게는 “중국 방문 자체가 정치적·법적 위험이 될 수 있다”는 경고로 작용할 수 있다.
예술 검열을 넘어선 역사 통치
국제앰네스티의 사라 브룩스 중국 담당 국장은 “공식 서사에 도전하거나 역사에 대한 비판적 성찰을 촉구했다는 이유로 어떤 예술가도 형사처벌을 받아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그는 이번 최고형 선고가 독립적 예술 활동을 억제하려는 중국 당국의 의지를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가오전 사건은 중국의 정치적 검열이 현재 발언만 통제하는 것이 아니라, 과거에 제작된 예술과 기록의 의미까지 재구성하는 단계로 확장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2005년의 조각이 2026년의 형사판결로 이어진 과정은, 중국에서 역사적 인물과 혁명 서사를 다루는 일이 미학적 논쟁이 아니라 국가가 관리하는 법적 위험 영역이 됐다는 사실을 선명하게 드러낸다.
가오전의 동생 가오치앙은 선고 전 “역사는 결국 예술을 통해 역사와 맞선 예술가를 감옥에 가둘 수 있는지라는 더 큰 질문을 던질 것”이라고 썼다. 가오전의 항소는 개인의 유무죄를 다투는 절차이면서 동시에, 중국에서 과거를 해석할 자유가 어디까지 허용되는지를 가늠하는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