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스페이스=이종화 기자] 페이스북·인스타그램·틱톡·유튜브 등 대중적 소셜미디어가 야생생물 불법 거래의 단순한 광고판을 넘어, 구매자와 판매자를 연결하고 거래를 확장하는 핵심 인프라로 작동하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문제는 거래 대상이 코뿔소뿔·상아 같은 전통적 고가 밀수품에 그치지 않고 영장류, 조류, 파충류, 양서류, 난초, 선인장, 균류까지 넓어졌다는 점이다.
6주간 1,614마리 영장류 광고
worldwildlife, tandfonline, helsinki, infobae, scientificamerican에 따르면, 헬싱키대가 이끈 국제 연구진은 24일 학술지 《네이처 리뷰스 바이오다이버시티》에 발표한 논문에서 "전 세계 온라인 불법 야생생물 거래가 동물·식물·균류까지 수천 종으로 확대됐다"고 진단했다. 연구진은 온라인 환경의 익명성, 낮은 적발 위험 인식, 취약한 규제와 국경 간 접근성이 불법 거래의 비용을 낮추고 확산 속도를 높인다고 분석했다.
연구에 인용된 미국 소셜미디어 모니터링 조사에서는 2025년 중반 6주 동안 페이스북·인스타그램·틱톡·유튜브에서 살아 있는 영장류 1,614마리를 판매하겠다는 게시물 1,131건이 확인됐다. 게시물을 올린 계정은 122개였고, 거래 대상은 12개 영장류 분류군에 걸쳤다.
가장 많이 등장한 것은 마카크원숭이로 839마리였으며, 마모셋원숭이 293마리, 카푸친원숭이 275마리가 뒤를 이었다. 판매가는 종·나이·희소성에 따라 250달러에서 6,500달러까지 벌어졌다. ‘재입양(monkey rehoming)’이나 ‘입양(adoption)’ 같은 비교적 일상적인 검색어만으로도 상당수 게시물을 찾을 수 있었다는 점은 거래가 은어와 비공개 채널에만 숨어 있지 않음을 보여준다.
‘멸종위기종 시장’ 아닌, 플랫폼 시장
온라인 불법 거래의 위험은 단지 판매 게시물의 숫자에 있지 않다. 사회관계망 서비스의 추천·그룹·메신저 기능이 거래를 발견하고, 신뢰를 형성하고, 공개 게시물에서 비공개 협상으로 옮겨가는 과정을 한 플랫폼 안에서 가능하게 한다는 데 있다.
초국가적 조직범죄 대응 글로벌 이니셔티브(GI-TOC)가 2024년 4월부터 2026년 3월까지 10개국, 61개 온라인 플랫폼을 추적한 결과, 야생생물 제품 게시물은 26만6,535건에 달했고 광고 표시 가격의 합계는 약 6601만달러였다. 이 가운데 약 2만1904건의 개별 광고가 확인됐으며, 페이스북 비중은 광고 건수 기준 약 74~75%, 표시 가격 기준 98%로 집계됐다.
GI-TOC는 페이스북에서 포착한 광고의 84%가 국제적 멸종위기종 거래협약(CITES) 부속서Ⅰ 대상과 연관됐고, 58.3%는 멸종위기 또는 위급종과 관련됐다고 밝혔다. 탐지 사례의 76%는 페이스북 그룹에서 나왔으며, 전체 기록의 78%는 연구자가 특정 거래를 적극적으로 검색하지 않아도 피드·추천·탐색 과정에서 노출됐다. 이는 불법 거래가 검색 결과의 사각지대에 머무르지 않고 플랫폼의 노출 구조를 통해 확산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삭제와 재게시의 ‘끝없는 추격전’
플랫폼이 개별 게시물을 삭제하는 방식은 필요하지만 충분하지 않다. 거래상이 복수의 계정과 백업 계정을 운용하고, 공개 게시물로 구매자를 끌어들인 뒤 왓츠앱·텔레그램·위챗 등 사적 대화 채널로 협상을 옮기는 경우에는 게시물 단위의 사후 차단만으로 네트워크를 끊기 어렵다.
연구진이 말하는 핵심은 온라인 불법 거래를 기술적 콘텐츠 관리 문제로만 보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불법 생물 거래는 보전 문제이면서 동물복지·공중보건·국경 간 조직범죄 문제이기도 하다. 헬싱키대 연구진은 온라인 거래망이 전통적인 밀수 경로를 보완하는 수준을 넘어 일부 영역에서는 대체하고 있으며, 그 속도와 도달 범위가 오프라인 거래를 압도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단속의 성과를 삭제 건수로만 판단하는 것은 위험하다. 필요한 지표는 반복 게시 계정의 재발률, 그룹·추천 시스템을 통한 신규 노출, 공개 채널에서 비공개 거래로 전환되는 비율, 실제 압수·기소·유죄 판결로 이어진 비율 등 거래망 자체를 겨냥한 지표여야 한다.
캄보디아가 보여준 범죄의 결합
캄보디아 사례는 온라인 야생생물 거래가 다른 범죄 생태계와 결합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캄보디아 환경부는 8월 7일 소셜미디어 이용자와 콘텐츠 제작자에게 야생생물·희귀식물의 판매·소비·포획을 조장하는 게시물을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현지 당국은 온라인을 통한 광고·판매·주문·운송도 기존 법률에 따라 처벌 대상이며, 형량은 5~10년의 징역형에 이를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Earth League International(ELI)의 ‘샌도칸 작전’ 잠입조사는 문제의 층위를 더 깊게 드러냈다. ELI는 캄보디아 내 야생생물 밀거래가 코뿔소뿔, 상아, 호랑이 가죽·뼈, 천산갑 비늘 등을 대상으로 이뤄졌으며, 일부 범죄 네트워크가 사기센터 운영, 인신매매, 마약 거래 등과도 연결돼 있다고 주장했다. 조사 과정에서 확인된 조직의 우두머리는 5명이며, 밀거래상들은 위챗과 텔레그램 등을 이용해 구매자와 접촉한 것으로 전해졌다.
ELI는 2025년 말 이전 일부 사기센터 운영자들이 야생생물 제품 구매·유통에 대규모 자금을 투입했다고 밝혔다. 한 제보자는 특정 사업체에서만 월 50만달러가량이 야생생물 제품에 지출됐다고 진술했다. 이는 불법 야생생물 거래가 개인의 이색 반려동물 소비나 소규모 암시장만의 문제가 아니라, 자금세탁과 부패, 디지털 사기 네트워크가 교차하는 조직범죄의 수익원일 수 있음을 보여준다.
규제의 초점은 ‘게시물’ 아닌 구조
이번 《네이처 리뷰스 바이오다이버시티》 연구가 제안한 대응 방향은 다섯 갈래다. ▲AI 기반 다국어 탐지와 모니터링, ▲독립 감사를 포함한 플랫폼 책임 강화, ▲정부·수사기관·플랫폼·학계·보전단체 간 공조, ▲소비 수요 억제, 그리고 ▲CITES 및 유럽연합 디지털서비스법(DSA) 등 국제 규범과 국내 집행의 연계다.
다만 AI 탐지 자체가 해법은 아니다. 은어·이미지·이모지·지역 언어를 활용하는 판매 게시물은 자동 필터를 피하기 쉽고, 무고한 합법 거래나 보전 목적 게시물을 잘못 차단할 위험도 있다. 따라서 플랫폼에는 탐지 모델의 정확도뿐 아니라 광고·추천·그룹 운영 구조가 불법 거래를 어떻게 증폭했는지 공개하고, 외부 독립감사를 받으며, 반복 위반 계정과 연계 네트워크를 수사기관에 신속히 연결하는 의무가 요구된다.
불법 야생생물 거래는 더 이상 어두운 골목이나 국경 검문소에서만 시작되지 않는다. 수천 종의 생물이 알고리즘이 연결한 화면 속 시장으로 유입되는 상황에서, 규제의 대상도 ‘불법 게시물 한 건’에서 거래를 발견·확산·은폐하는 플랫폼의 구조 전체로 옮겨가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