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스페이스=이은주 기자] 국세청이 법인 명의의 고가주택을 사주 일가의 거주지·별장·규제회피 수단으로 쓴 혐의가 있는 50개 업체를 세무조사하면서, 기업의 부동산 보유 문제가 단순 복지시설 운용을 넘어 법인자금 사적 유용과 조세회피의 통로로 번졌는지에 관심이 쏠린다.
조사 대상의 전체 탈루 혐의액은 약 1조9000억원이며, 소노트리니티그룹(소노그룹)도 한남동 고급주택 취득과 법인자금 집행 의혹으로 포함됐다.
국세청은 국민주택 규모인 85㎡를 초과하면서 공시가격 9억원을 넘는 고가 법인주택 2639채를 전수 점검했다. 임대 목적 주택 1157채와 직원 기숙사 등 업무용 385채를 제외한 1097채가 사주 일가의 거주 또는 사적 사용과 관련된 것으로 파악됐다. 전체 전수점검 물량의 41.6%, 약 10채 중 4채꼴이다.
이번 조사는 그중 탈루 혐의가 중대한 50개 법인을 선별한 1차 조치다. 대기업 5곳, 상장사 6곳(코스피 4곳·코스닥 2곳)이 포함됐으며, 조사 대상은 사주일가 거주형 28곳, 별장형 17곳, 부동산 투기형 5곳으로 분류됐다. 법인 소유 주택의 사적 사용 자체뿐 아니라 허위 인건비, 특수관계인 거래, 거짓 세금계산서, 법인자금의 우회 유출까지 함께 검증 대상에 올랐다는 점이 이번 조사의 핵심이다.
소노그룹 사례는 ‘사주일가 거주형’의 대표 사례로 거론된다. 국세청 발표에 따르면, 소노트리니티그룹은 서울 용산구 한남동의 고급주택을 약 250억원에 매입한 뒤 100억원대 증축·인테리어 비용을 회사 자금으로 지출한 혐의를 받는다. 사주 일가는 해당 주택 인근에 이미 300억원대 다른 주택을 보유한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은 25일 서울 강서구 소노그룹 본사에 조사요원을 보내 관련 자료를 확보했다.
국세청은 또 소노그룹에서 인건비 명목으로 약 200억원의 법인자금이 사주 일가에 부당하게 유출된 정황과, 사주 급여가 동종 업계 최고 급여 수령자 평균의 10배 수준이었다는 점을 들여다보고 있다. 한겨레는 해당 급여가 약 150억원, 실제 근무하지 않은 가족에게 지급된 것으로 의심되는 인건비가 약 50억원이라고 보도했다.
고가 사택의 세 가지 경로
이번 조사에서 드러난 방식은 단순히 “회사가 집을 사줬다”는 차원을 넘어선다. 법인 비용 처리, 특수관계인 지원, 부동산 세제·대출 규제 회피가 결합된 구조라는 것이 국세청의 판단이다.
국세청 발표에 따르면 한 법인은 서울 반포동 재건축 예정 아파트를 취득해 2주택자가 된 사주가 기존 40억원대 주택을 자신이 지배하는 법인에 매각한 뒤에도 무상 거주한 사례로 조사받고 있다. 개인은 1세대 1주택 비과세 혜택을 받고, 법인은 주택을 보유하며, 실거주는 종전과 다름없이 유지되는 구조다. 국세청은 이를 법인을 동원한 부동산 투기·세제회피 유형으로 분류했다.
별장형도 규모가 작지 않다. 계열사를 활용해 100억원대 초호화 별장을 취득하고 출입을 제한해 사주 일가 전용으로 사용한 사례, 1박 300만원 수준의 60억원대 단독주택형 콘도를 사실상 가족 별장으로 사용한 사례 등이 공개됐다. 평창 회원제 골프장 내 약 30억원짜리 콘도를 직원 복리후생 시설인 것처럼 문서와 사용일지를 꾸며 부가가치세 매입세액 공제를 받은 혐의도 포함됐다.
‘주택’ 아닌 법인 사유화가 본질
이번 사안의 본질은 법인 명의 주택의 존재가 아니라, 법인의 비용과 자산이 누구를 위해 쓰였는지에 있다. 임직원 숙소, 해외 주재원 사택, 직원 휴양시설은 실제 업무상 필요성과 이용 기록, 적정한 임대조건, 비용 처리의 투명성이 뒷받침된다면 기업 활동의 일부가 될 수 있다. 반대로 특정 사주 일가만 이용하고, 사용 대가가 없거나 현저히 낮고, 인테리어·관리·인건비까지 법인이 부담했다면 법인의 비용이 개인의 생활비와 자산 형성으로 전환됐는지가 핵심 판단 기준이 된다.
국세청은 고가 주택 사적 사용이 확인된 법인에서 가공 인건비 지급과 거짓 세금계산서 수수 등 다른 탈루 정황도 함께 포착됐다고 밝혔다. 이는 황제사택이 독립된 일회성 편법이라기보다, 지배주주와 특수관계인이 법인의 현금흐름과 비용 구조를 통제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하나의 징후일 수 있음을 의미한다.
특히 상장사가 6곳 포함된 점은 소액주주 관점에서도 중요하다. 법인의 부동산 취득·리모델링·임차·관리비·인건비는 손익과 현금흐름, 배당 여력에 영향을 미친다. 사주 일가의 사적 편익이 비용으로 처리됐다면 법인세 문제를 넘어 회사 가치와 주주 이익의 훼손, 이사회 감시 기능의 실효성, 내부통제의 작동 여부까지 점검 대상이 될 수 있다.
조사 확대와 기업의 과제
국세청은 일시보관, 계좌조회, 디지털 포렌식 등을 통해 자금 흐름과 최종 귀속자를 검증하겠다고 밝혔다. 법인자금의 사적 유용이 확인되면 소득처분을 통한 과세가 가능하고, 조세포탈이나 거짓 세금계산서 수수 등 조세범칙 행위가 드러나면 조세범처벌법에 따른 형사 절차도 진행될 수 있다.
조사 대상 50곳은 시작일 뿐이다. 국세청은 이번 전수검증에서 사적 사용 정황이 확인된 법인 중 아직 조사에 포함하지 않은 곳도 계속 분석해, 혐의가 중대한 법인은 순차적으로 세무조사하겠다고 예고했다. 검증 범위 역시 국내 고가 법인주택에서 회장 자녀의 해외 사택 무상 제공과 유학비 지원 등 법인자금 유출 전반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기업 세무분야 전문가는 "기업 입장에서는 법인 보유 주택의 실사용자, 사용 목적, 임대료 산정 근거, 공사·관리비의 업무 관련성, 특수관계인 인건비와 거래 가격을 사전에 입증할 수 있는 수준으로 관리해야 한다"면서 "이번 국세청 조사는 고가 부동산을 통한 사익편취 의혹이 세무 리스크에 그치지 않고 지배구조·회계감사·주주권익 리스크로 번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