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스페이스=이현주 기자] 국내 주요 대기업들이 1년 새 영업이익을 279조원 가까이 늘렸지만 미래 성장을 위한 투자는 제자리걸음한 것으로 나타났다. 매출과 영업이익이 큰 폭으로 증가한 데다 현금 여력까지 확대됐지만 공장과 설비, 정보기술(IT) 인프라 등에 투입하는 자본적지출(CAPEX)은 147조원대로 전년 수준에 머물렀다. 특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제외하면 영업이익이 72.3% 증가하는 동안 CAPEX는 11.1% 감소했다.
8월 25일 기업분석연구소 리더스인덱스(대표 박주근)가 매출 기준 국내 500대 기업 가운데 전년과 비교 가능한 331개사의 실적과 투자 현황을 분석한 결과, 2026년 반기(6월) 기준 총매출은 2311조6381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1780조4850억원보다 29.8%(531조1531억원)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영업이익 증가 폭은 더욱 컸다. 같은 기간 113조4300억원에서 392조801억원으로 245.7%(278조6501억원) 늘었다. 반면 CAPEX는 147조6937억원에서 147조6966억원으로 29억원(0.002%) 증가하는 데 그쳤다.
CAPEX는 자본적 지출(Capital Expenditures)의 약자로 기업이 생산·영업에 계속 사용할 공장이나 건물, 기계장치, 데이터센터 등과 같은 장기 자산을 새로 취득하거나 확충·개선하는 데 투입하는 것이다. 쉽게 말해 미래 성장을 위한 중장기 투자비용이다. 이번 조사에서는 기업별 재무제표상 ‘유형자산의 취득’과 ‘무형자산의 취득’ 금액을 합산했다.
전체 CAPEX는 사실상 제자리였지만 투자 정체를 자금 여력 부족 탓으로 보기도 어려웠다. 조사 대상 기업의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390조7456억원에서 537조3657억원으로 37.5%(146조6201억원) 불어났다. 수익성과 보유 현금이 동시에 개선됐지만 투자 증가로는 이어지지 않은 것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제외하면 실적과 투자의 엇박자는 더 뚜렷해진다. 나머지 329개사의 매출은 1586조9071억원에서 1874조3702억원으로 18.1%, 영업이익은 85조4153억원에서 147조2020억원으로 72.3% 각각 늘었다. 현금 및 현금성 자산도 334조5502억원에서 417조6134억원으로 24.8% 증가했다. 반면 CAPEX는 107조7471억원에서 95조7423억원으로 12조48억원 줄어 –11.1%를 기록했다.
결국 전체 투자 흐름을 떠받친 것은 역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였다. 삼성전자의 CAPEX는 28조8704억원에서 32조9603억원으로 14.2%(4조899억원) 증가했다. SK하이닉스는 투자 증가 폭이 훨씬 더 컸다. CAPEX가 11조762억원에서 71.5%(7조9178억원) 늘어난 18조9940억원이었다.
두 회사가 1년 동안 늘린 CAPEX는 약 12조77억원이다. 같은 기간 나머지 329개사의 투자가 약 12조48억원 감소하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투자 확대가 다른 기업들의 감소분을 사실상 전부 상쇄했다. 이에 따라 전체 331개사의 CAPEX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27.0%에서 올해 35.2%로 8.2%포인트(p) 높아졌다.

업종별 투자 방향은 크게 갈렸다. 2차전지와 석유화학, 제약·바이오, 통신 등은 CAPEX를 줄인 반면 방산과 서비스, 운송, 조선·기계·설비 등에서는 투자가 확대됐다.
감소 폭이 가장 두드러진 곳은 석유화학과 2차전지였다.
2차전지 업종의 총 CAPEX는 11조6078억원에서 6조1551억원으로 47.0% 감소했다. SK온의 CAPEX는 2조4210억원에서 9714억원으로 59.9% 줄어 감소율이 컸다. 금액 기준으로는 LG에너지솔루션의 감소폭이 두드러졌다. 6조1998억원에서 3조3796억원으로 45.5% 축소됐다.
석유화학 역시 20조4698억원에서 12조5272억원으로 38.8% 감소했다. 롯데케미칼은 9473억원에서 3332억원으로 64.8%, 한화솔루션이 1조1114억원에서 4606억원으로 58.6% 감소했다. 대규모 시설투자를 이어왔던 주요 업체들도 투자 규모를 낮췄다. LG화학은 7조6815억원에서 4조3236억원으로 43.7%, 한화는 3조4730억원에서 2조307억원으로 41.5%, SK이노베이션은 3조178억원에서 2조355억원으로 32%대 감소했다.
제약·바이오 업종 CAPEX는 23%가량 줄었다. 특히 투자 규모가 컸던 삼성바이오로직스가 8064억원에서 1906억원으로 76.4% 감소하면서 업종 전체 수치를 끌어내렸다. 광동제약도 182억원에서 52억원으로 71.4% 줄어 감소율이 두드러졌다.
통신 업종도 15%대 줄어든 가운데 KT가 2조3753억원에서 1조6753억원으로 29.5% 줄어 3사 중 감소폭이 가장 컸다. 다만 절대 투자액은 여전히 가장 많았다. SK텔레콤은 8760억원에서 8412억원으로 4.0% 감소한 반면 LG유플러스는 9720억원에서 1조551억원으로 8.5% 증가해 3사 중 유일하게 투자를 늘렸다.
반면 방산과 서비스업에서는 투자 확대가 두드러졌다. 방산업 CAPEX는 1조847억원에서 1조4983억원으로 38.1% 증가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6573억원에서 8114억원으로 23.4% 늘었고 한국항공우주(KAI)도 1113억원에서 3220억원으로 189.2% 증가했다.
서비스업은 2조962억원에서 2조8531억원으로 36.1% 증가했다. 네이버가 3669억원에서 8541억원으로 132% 넘게 늘리며 증가세를 주도했다. NHN도 179억원에서 755억원으로 300% 넘게 증가했고, 하이브는 246억원에서 891억원으로 260% 이상 투자 규모를 확대했다.
운송업 역시 4조1930억원에서 5조2560억원으로 25.3% 늘었다. HMM의 CAPEX가 5223억원에서 1조6307억원으로 3배 넘게 증가한 영향이 컸다.
조선·기계·설비 업종은 1조1671억원에서 1조4069억원으로 20.5% 증가했다. 한화오션은 1620억원에서 3059억원으로 88.8%, HD건설기계는 780억원에서 1681억원으로 115.5% 각각 늘었다. 현대엔지니어링은 170억원에서 1079억원으로 500% 넘게 증가했다.
한편 대표적인 내수 업종에서도 CAPEX 감소가 나타났다. 생활용품은 매출이 20.0%, 영업이익이 37.9%, 현금성 자산이 29.3% 각각 증가했지만 CAPEX는 1조1624억원에서 8526억원으로 26.7% 감소했다. 건설 및 건자재 역시 매출과 영업이익, 현금성 자산이 모두 증가한 가운데 CAPEX는 1조9252억원에서 1조6882억원으로 12.3% 줄었다. 식음료 업종도 2조2646억원에서 2조1084억원으로 6.9% 감소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