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스페이스=이은주 기자] 국세청이 고가 법인주택 2,639채를 처음 전수 점검한 결과, 1,097채(41.6%)가 사주 일가의 거주 또는 사적 사용으로 파악됐다. 법인 명의 주택이 임직원 복지나 사업 목적의 자산이 아니라 오너 가족의 고급 주거공간으로 기능해 온 정황이 대규모로 확인되면서, 국세청은 개별 주택을 넘어 해당 법인의 세금 신고와 법인자금 사용 전반을 들여다보겠다고 예고했다.
‘42%’가 말하는 구조적 문제
이번 점검 대상은 국민주택 규모인 84㎡ 이상이면서 공시가격 9억원을 초과하는 종합부동산세 대상 법인주택이다. 국세청은 이 가운데 임대사업용 1,157채와 직원 기숙사 등 업무용 385채를 제외하고, 나머지 1,097채를 사주 일가의 거주 또는 사적 사용 주택으로 분류했다. 단순히 일부 기업의 일탈이 아니라, 고가 법인주택 시장에서 사적 사용이 상당한 비중을 차지한다는 뜻이다.
특히 이 수치는 ‘사주 일가가 사용한 주택의 비중’이 아니라, 국세청이 처음으로 전수 검증한 고가 법인주택 전체를 분모로 한 수치다. 다시 말해 법인의 정상적 업무·임대 목적 보유분을 포함해도 열 채 중 네 채 이상이 오너 일가와 연결됐다는 점에서, 법인과 개인의 자산 경계가 얼마나 느슨했는지를 보여준다.
국세청은 사주 일가의 사적 사용이 확인된 1,097채가 곧바로 모두 탈세 확정 사례는 아니라고 봤다. 다만 변칙적 무상 거주나 법인 비용의 사적 지출 가능성을 포착하는 강력한 위험 신호로 보고, 구체적 혐의가 확인되는 법인에 대해 성실신고 전반을 대상으로 세무조사에 나설 방침이다.
평균 공시가 20억원, 최고 200억원
규모만큼 자산가치도 압도적이다. 전수 검증된 고가 법인주택의 평균 공시가격은 20억원(시가는 30억원 육박)을 웃돌았다. 공시가격 30억원 초과 주택만 453채로 전체 대상의 17.2%에 달했으며, 공시가격 100억원 초과 주택도 12채가 확인됐다. 최고 공시가격은 200억원을 넘었다.
문제의 핵심은 고가 주택 보유 자체가 아니다. 직원 사택, 지방 사업장 기숙사, 임대업용 주택처럼 사업상 필요성과 실제 사용자가 명확하다면 법인 보유는 자연스러운 경영활동일 수 있다. 그러나 국세청이 제시한 사례처럼 한강 조망권을 갖춘 아파트나 강남·용산의 초고가 주택이 오너 또는 자녀의 주거지로 제공되고, 일반 직원에게는 사실상 이용 기회가 없었다면 ‘복리후생’이나 ‘사택’이라는 법적 외피는 설득력을 잃는다.
‘법인 사택’에서 ‘개인 이익’으로
국세청은 현행 세법상 출자임원과 그 친족이 법인 사택을 이용하며 얻는 이익 및 유지비가 과세 대상임에도, 변칙적인 무상 거주가 일부 업계에서 관행처럼 이어져 왔다고 지적했다. 시가에 상응하는 임차료를 내지 않거나 법인이 관리비·인테리어비·수선비 등을 부담했다면, 그 경제적 이익이 누구에게 귀속됐는지를 따지는 것이 조사의 핵심이 될 가능성이 크다.
세무상 쟁점은 주택 한 채의 명의보다 세 갈래로 확장될 수 있다. ▲법인은 해당 주택의 취득·보유·관리 비용을 업무 관련 비용으로 처리했는지, 사적 사용분을 적정하게 반영했는지 검증 ▲실제 이용자인 사주·출자임원·친족은 무상 또는 저가 사용으로 얻은 이익이 소득으로 과세됐는지 점검 ▲법인자금이 주택 제공을 넘어 해외 사택, 고급 콘도, 자녀 유학비 등으로 흘러갔다면 비용 처리의 적정성과 자금 유출 경로까지 조사 범위가 넓어질 수 있다.
국세청이 이번 사안을 ‘법인주택 문제’에 한정하지 않고 “기업 전반의 탈세 위험을 보여주는 신호”라고 규정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주거 제공은 고정자산 취득, 임대차, 비용 지급, 특수관계인 거래, 자금대여와 맞물릴 수 있어 장부상 하나의 계정과목만 들여다봐서는 실질을 파악하기 어렵다.
조사 범위, 해외 사택·유학비까지
국세청은 혐의가 확인된 법인에 대해 엄정한 세무조사를 실시하는 한편, 국내 고가 사택뿐 아니라 고급 콘도, 유학 중인 오너 자녀의 해외 사택 무상 제공, 유학비 지원 등 법인자금의 사적 사용 전반으로 검증 대상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즉 국내 주택의 실제 거주자 확인은 조사 종착점이 아니라, 법인과 오너 일가 사이의 자금 흐름을 추적하는 출발점이 될 수 있다.
이번 발표는 연매출 수십억원대 중소기업부터 수십조원대 대기업까지 적발 범위가 넓었다는 점에서도 주목된다. 법인 명의를 통한 주거 제공이 특정 재벌·부동산 부자만의 문제가 아니라, 비상장 오너기업과 중견기업을 포함한 지배주주 중심 기업지배구조 전반의 내부통제 과제로 부상했다는 의미다.
숫자 이후에 남는 질문
국세청의 1,097채는 세금 탈루가 확정된 주택의 숫자가 아니라 사적 사용으로 파악된 주택의 숫자다. 따라서 향후 세무조사에서는 실제 이용자, 임대료 지급 여부, 법인 비용의 귀속, 업무상 필요성, 특수관계인 거래의 정상가격 등이 개별적으로 검증돼야 한다. 사적 사용 사실만으로 모든 조세 범칙을 단정할 수는 없지만, 2,639채 전수점검에서 41.6%라는 비율이 나온 이상 ‘관행’이라는 설명만으로는 방어하기 어려워졌다.
이번 조치의 진짜 시험대는 추징 세액의 규모보다 조사 기준의 일관성에 있다. 법인 명의의 한강뷰·강남·용산 고가주택이 임직원 복지인지, 오너 일가에 대한 비공개 보상인지, 또는 법인자산을 이용한 사익 편취인지는 등기 명의가 아니라 실제 사용과 자금 흐름으로 판별돼야 한다.
국세청이 예고한 후속 조사가 이 경계를 얼마나 구체적으로 세울지에 따라 ‘황제사택’은 일회성 구호가 아니라 기업 자산의 사적 유용 관행을 바로잡는 기준점이 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