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스페이스=이은주 기자] 미 국방부가 군 전문 매체 스타스 앤드 스트라이프스(Stars and Stripes)의 편집장과 기자, 퇴임 예정 발행인을 잇달아 해임하면서, 단순한 인사 조치를 넘어 군 내부 언론의 편집 독립성을 둘러싼 중대한 헌법·제도 논쟁으로 번지고 있다. 국방부는 ‘항명(insubordination)’을 이유로 들었지만, 해임 당사자들은 군 당국의 검열 가능성을 공개적으로 비판한 직후 표적이 됐다고 주장한다.
‘검열은 레드라인’ 발언 뒤 해임
cnn, nytimes, theguardian, pbs, bbc에 따르면, 미 국방부는 8월 21일 스타스 앤드 스트라이프스의 에릭 슬래빈(Erik Slavin) 편집장, 라라 코르테(Lara Korte) 중동 담당 기자, 맥스 D. 레더러 주니어(Max D. Lederer Jr.) 발행인에게 분리·해임 통지서를 보냈다. 레더러 발행인은 불과 이틀 전 "국방부 지도부와 신문의 사명 및 운영 철학에 근본적 차이가 있다"며 은퇴 계획을 밝힌 상태였다. 그는 30년 이상 이 매체에서 일했고, 원래 퇴임 예정일은 9월 30일이었다.
핵심은 해임 사유다. 슬래빈 편집장은 CBS 인터뷰에서 “장병에게 전달되는 뉴스에 대한 검열은 넘지 말아야 할 레드라인”이라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이후 그가 받은 해임 통지에는 이 발언과 무단 언론 출연이 ‘항명’ 사유로 적시됐다고 한다. 코르테 기자 역시 같은 방송에서 자신은 “국방부나 특정 행정부, 정책결정자를 위해 일하는 것이 아니라 군 공동체를 취재한다”고 말했고, 뒤이어 해임됐다.
국방부가 구체적으로 어떤 명령을 어겼는지, 실제 보도 내용 가운데 무엇이 군 기강을 해쳤는지는 공개하지 않았다. 따라서 현 단계에서 ‘항명’은 공식 사유이지만, 실질적 동기가 발언과 취재 독립성 주장에 있었는지는 향후 행정심사 또는 소송 과정에서 검증될 사안이다.
세 차례 인사조치, 하나의 흐름
이번 사태를 한 건의 해임으로만 보기 어려운 이유는 올해 들어 독립성 보호 장치가 단계적으로 약화돼 왔기 때문이다. 지난 4월 국방부는 의회가 설치한 옴부즈맨 재클린 스미스(Jacqueline Smith)를 별도 사유 설명 없이 해임했다. 옴부즈맨은 편집 독립성 침해 문제를 감시하고 의회에 알리는 역할이다. 스미스의 임기는 2026년 12월까지였으며, 그는 해임이 보복성 조치이자 수정헌법 제1조 위반이라고 주장하며 6월 국방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시간순으로 보면 세 가지 변화가 이어졌다.
3월 국방부는 통신사 기사, 신디케이트 칼럼, 만평·연재만화 등 외부 상업매체 콘텐츠 사용을 금지하는 개편 지침을 내렸다.
4월 28일에는 해당 지침과 편집 독립성 침해 가능성을 공개 비판했던 옴부즈맨이 해임됐다.
8월에는 검열 반대 발언을 한 편집장과 기자, 조직 방향의 충돌을 공개한 발행인이 한꺼번에 자리에서 밀려났다.
특히 3월 지침은 콘텐츠가 "군의 good order and discipline(선량한 질서와 기강)에 부합해야 한다"고 규정했다. 이는 군형법 체계에서 쓰이는 표현이다. 국방부는 해당 기준이 실제로 기사 게재를 보류시키는 데 사용된 적은 없다고 설명했지만, 보도 가치 판단에 군 기강이라는 광범위한 기준이 들어갈 경우 편집국의 자기검열을 촉발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군이 소유·지원하는 언론의 역설
스타스 앤드 스트라이프스는 일반 민간 언론과 구조가 다르다. 국방부 지원을 받으면서도 군 장병과 가족에게 독립 보도를 제공하도록 설계된 매체다. 바로 이 이중적 구조 때문에 외부 상업 매체보다 더 강한 독립성 보장이 요구된다.
1990년대 의회는 국방부 지휘계통으로부터 이 매체의 편집 독립성을 보장하는 장치를 마련했다. 국방부도 최근 의회에 보낸 서한에서 스타스 앤드 스트라이프스가 “검열과 선전 없이” 운영되고 군 지휘계통·정치 활동·내부 압력으로부터 독립성을 유지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같은 서한에서 국방부는 이 매체가 국방부 지도부에 완전히 책임을 지는 조직으로서 현대 군 공동체를 더 잘 지원하도록 변화해야 한다고도 적었다. 독립성을 보장한다는 원칙과 지휘부에 대한 ‘완전한 책임성’이 한 문서 안에 공존하는 셈이다. 편집국이 군 지휘부와 동일한 이해관계를 우선해야 한다면, 독립 매체로서의 존재 이유는 약해질 수밖에 없다.
이는 군사언론의 특수한 딜레마다. 군 조직은 보안, 작전 안전, 사기 유지라는 공익을 내세울 수 있다. 반면 장병과 가족은 복무 환경, 정신건강, 보급, 안전사고, 지휘 실패에 관한 신뢰할 만한 정보를 알 권리가 있다. 후자를 제대로 다루지 못하는 군 매체는 정보기관지나 홍보물로 전락할 위험이 있다.
항공모함 보도 직후 불거진 의혹
인사 조치 시점도 논란을 키웠다. 스타스 앤드 스트라이프스는 8월 미 해군 항공모함 USS 에이브러햄 링컨호 승조원과 가족들의 정신건강 우려, 장기 배치에 따른 복무 여건 문제를 보도했다. 이 항모에는 약 5000명의 장병이 탑승해 있으며, 가족들은 식수·식량 부족과 휴식 부족 등을 문제 삼았다.
해군은 깨끗한 물, 냉방, 끼니가 제공됐으며 일부 정신건강 사례는 사망 없이 치료됐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군 당국의 반박이 보도의 정확성 전체를 무너뜨리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이 사안은 군사 취재의 핵심 기능을 보여준다. 장병과 가족의 호소, 군 당국의 설명, 전문가 검증을 통해 폐쇄적인 조직 내부의 위험 신호를 공론화하는 것이 군 전문 언론의 역할이기 때문이다.
발행인 해임이 이 보도 직후 논의됐다는 외신 보도도 나왔지만, 국방부가 해당 기사와 인사 조치의 직접적 연관성을 공식적으로 인정한 것은 아니다. 따라서 보복성 해임이라고 단정하기보다는, 보도·편집 독립성 논쟁과 대규모 인사조치가 같은 시기에 집중됐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쟁점은 ‘해임권’ 아닌 ‘편집권’
이번 논란의 본질은 국방부가 직원에게 인사권을 행사할 수 있느냐가 아니다. 정부가 재원을 제공하고 조직상 고용주인 경우에도, 법과 제도로 보장된 편집권을 인사조치로 우회해 제한할 수 있느냐가 핵심이다.
국방부는 공식적으로 검열·선전을 부정하고, 기사 보류 사례도 없었다고 밝힌다. 그러나 독립성 감시 역할을 가진 옴부즈맨이 해임되고, 검열 반대 발언을 한 편집장과 기자가 항명 사유로 해임 통보를 받았으며, 발행인까지 퇴임일 이전에 내보내려 한 정황은 ‘검열이 실제 기사 삭제 명령의 형태로만 나타나는가’라는 더 근본적인 질문을 제기한다.
언론분야 한 전문가는 "언론자유의 침해는 기사 삭제나 사전 검열에서만 발생하지 않는다. 편집권을 지키려는 책임자를 교체하고, 취재진에게 징계 위험을 각인시키며, 보도 기준을 군 기강과 조직 충성의 언어로 재정의할 때도 나타날 수 있다"며 "스타스 앤드 스트라이프스 사태는 미국 군 내부의 정보 접근권과 편집 독립성이 제도상 보장된 원칙인지, 정권과 지휘부의 허용 범위 안에서만 작동하는 조건부 권리인지를 가르는 시험대가 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