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스페이스=김정영 기자] 중국의 테슬라 298만대 리콜은 단순한 소프트웨어 결함 시정이 아니라, 전기차의 ‘매립형 전동식 도어 핸들’이 디자인·공력 성능보다 비상 탈출 가능성을 우선해야 한다는 규제 전환의 신호다. 테슬라를 포함한 9개 업체의 리콜 대상은 약 430만대로, 중국 자동차 리콜 사상 최대 규모로 집계됐다.
블룸버그 통신은 21일(현지시간) 중국 국가시장감독관리총국(SAMR)은 테슬라의 중국 생산·수입 모델 3·Y·S·X 총 297만5910대를 9월 25일부터 리콜하도록 했다고 보도했다. 대상은 2018~2026년 생산 차량이며, 테슬라 단일 기업 기준으로도 중국 내 최대 규모의 리콜이다. 차량별 세부 대상은 중국 생산 모델 3 97만3156대, 중국 생산 모델 Y 195만6713대, 수입 모델 3·X·S 4만6041대 수준으로 알려졌다.
문제의 본질은 외부의 매립형 손잡이 자체보다, 충돌 뒤 전원 공급이 끊겼을 때 작동해야 할 실내 기계식 비상 개방장치의 식별성과 조작성이다. SAMR은 심각한 충돌 및 전력 상실 상황에서 비상 개방장치가 잘 보이지 않거나 찾기 어려워 탑승자의 탈출과 외부 구조자의 진입을 방해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테슬라 차량의 수동 개방장치는 모델과 좌석에 따라 도어 포켓 안이나 패널 아래에 위치하는데, 인테리어 마감재와 비슷한 색상·형태여서 위급 상황에 즉시 인지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테슬라의 개선책은 도어 메커니즘 교체가 아니라 라벨 부착과 무선 소프트웨어 업데이트(OTA)다. 테슬라는 실내 비상 수동 개방장치 위치를 안내하는 경고 라벨을 부착하고, 충돌 감지 시 창문이 자동으로 내려가도록 제어 소프트웨어를 업데이트할 예정이다. 이는 창문을 추가 탈출구 또는 구조 접근 경로로 활용하려는 조치지만, 수동 비상장치의 물리적 접근성·직관성 논란을 근본적으로 해소하는 방식은 아니라는 평가가 가능하다.
이번 조치는 테슬라만의 문제가 아니다. 샤오미는 SU7 약 39만대, 립모터는 약 37만1000대, 샤오펑은 약 26만4000대를 각각 리콜한다. 지리 등 다른 업체까지 포함하면 9개 완성차 업체의 리콜 대상은 약 430만대에 이른다. 다수 업체의 조치가 경고 라벨과 OTA 업데이트를 중심으로 이뤄진다는 점은 중국 당국이 특정 제조사의 결함을 넘어, 전동식·매립형 손잡이 구조 전반을 안전 관리 대상으로 보고 있음을 보여준다.
중국은 이미 2027년부터 매립형 도어 핸들을 금지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글로벌 시장에서 매립형 손잡이 퇴출을 공식화한 첫 국가라는 점에서, 이번 대규모 리콜은 새 규제 시행 전 기존 운행 차량을 대상으로 한 사실상의 ‘과도기 안전 업그레이드’ 성격도 띤다. 중국 관영 인민일보는 이를 2027년 금지 시행을 앞둔 기존 모델의 통합 안전 개선으로 평가했다.
안전 이슈의 국제화 가능성도 주목된다. 미국 도로교통안전국(NHTSA)은 지난 7월 테슬라 모델 3의 비상 도어 개방장치 관련 리콜 청원을 받아들이지는 않았지만, 개별 리콜보다 모든 제조사에 적용될 신규 안전기준 제정 절차로 다루는 편이 적절하다고 판단했다.
유럽에서도 전력 차단 시 차량 안팎에서 전자식 손잡이를 열 수 있도록 하는 기준 마련 논의가 진행 중이다. 다만 중국 리콜이 곧바로 미국·유럽의 동일 리콜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며, 현재 테슬라의 미국·유럽 추가 조치 계획은 확인되지 않았다.
이번 사안은 전기차 경쟁의 평가 기준이 주행거리, 배터리, 자율주행 기능에서 사고 뒤 생존성과 구조 용이성으로 확장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OTA가 비용과 입고 시간을 크게 줄이는 효율적 리콜 수단이라는 장점은 분명하지만, 비상 상황에서 운전자와 구조자가 ‘즉시 이해할 수 있는 물리적 조작 체계’까지 대체할 수 있는지는 별개의 문제다. 테슬라와 중국 전기차 업체들에는 디자인 혁신보다 실패 상황에서의 단순성과 직관성을 입증해야 하는 새로운 안전 시험대가 놓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