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스페이스=김정영 기자] 현대자동차그룹이 보스턴다이나믹스의 기초 AI·로보틱스 연구 조직인 RAI 지분을 소프트뱅크에 넘기는 동시에, 보스턴다이나믹스는 완전자회사로 편입하는 방향의 구조 재편에 들어갔다. 핵심은 장기·고비용 기초연구는 분리하고, 휴머노이드 ‘아틀라스(Atlas)’의 양산·현장 배치·사업화는 보스턴다이나믹스에 집중시키는 것이다.
47.5% RAI 매각, 9.65% 보스턴다이나믹스 인수
reuters, bloomberg, marketwatch, robotsatlas에 따르면, 현대차는 21일 반기보고서에서 미국 RAI( Robotics & AI Institute ) 보유 지분 47.5%를 전량 처분하기로 결정하고 이를 ‘매각예정비유동자산’으로 재분류했다고 밝혔다. 인수자는 소프트뱅크로 알려졌다. RAI가 보스턴다이나믹스 산하 AI 연구조직으로서 기능해 왔으며, 현대차가 지분 매각을 통해 연구와 사업 조직을 분리한다.
반대 방향의 거래도 진행 중이다. 소프트뱅크는 기존 계약에 따라 보스턴다이나믹스 잔여 지분 9.65%에 대한 풋옵션을 행사했고, 현대차그룹은 이를 약 3억2500만달러, 약 5000억원에 인수하는 절차를 밟고 있다. 거래가 마무리되면 정의선 회장 및 현대차그룹 계열사의 보스턴다이나믹스 지분은 기존 90.35%에서 100%로 높아진다.
비용센터 분리와 수익성 재설계
RAI는 로봇이 실제 환경을 인식하고, 판단하고, 학습하며, 이동하도록 만드는 피지컬 AI의 기초기술을 연구해 왔다. 그러나 이런 연구는 성과가 제품 매출로 전환되기까지 시간이 길고, 인력·컴퓨팅·실험 장비 비용이 선행되는 구조다. 현대차그룹 입장에서는 RAI를 보스턴다이나믹스와 분리함으로써 상용 로봇 사업의 손익과 장기 기초연구 비용을 구분할 수 있게 된다.
이는 향후 보스턴다이나믹스의 기업가치 산정에도 중요하다. 투자자가 평가할 수 있는 대상이 ‘기초기술 탐색을 포함한 연구소’가 아니라, 아틀라스·스팟(Spot) 등 제품과 제조 현장 적용을 통해 매출을 만들 수 있는 로봇 사업 법인이 되기 때문이다. 블룸버그는 현대차의 잔여 지분 인수가 로봇 개발사의 지배력을 강화하고 공장 현장용 아틀라스 투입을 뒷받침하는 조치라고 평가했다.
다만 RAI 매각이 곧 현대차그룹의 AI 역량 축소를 뜻하는 것은 아니다. 현대차그룹은 보스턴다이나믹스와 자체 연구거점에 연구개발 역량을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관건은 RAI가 보유한 인재·지식재산·학습 데이터·연구 파트너십 가운데 어떤 범위가 소프트뱅크로 이전되고, 보스턴다이나믹스가 어떤 기술 접근권을 유지하는지다. 이 조건은 아직 공시·계약상으로 구체적으로 확인되지 않았다.
아틀라스가 검증할 ‘상용화’의 진짜 의미
현대차그룹이 제시한 사업 로드맵은 명확하다. 2028년부터 미국 조지아주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에 아틀라스를 투입해 부품 시퀀싱, 즉 생산 순서에 맞춰 부품을 분류·배치하는 작업부터 맡긴다는 계획이다. 이후 안전성과 품질 개선 효과를 검증한 뒤 2030년에는 부품 조립으로 업무 범위를 확대한다.
현대차그룹은 2028년 연간 3만대 로봇 생산 능력 확보를 목표로 제시했다. 이는 연구실 시연을 넘어 제조·조달·부품 표준화·서비스 체계까지 갖춘 양산 산업으로 옮겨가겠다는 목표다. 업계에서는 현대모비스가 액추에이터, 그리퍼, 헤드 모듈 등 아틀라스 핵심 부품 공급에 참여할 수 있다는 보도도 나왔다.
하지만 현 시점에서 2028년 일정은 ‘대규모 상용 운영 실적’이 아니라 계획 단계다. RAI를 떼어낸 이후 보스턴다이나믹스가 이 수치를 얼마나 빠르게 만들 수 있느냐가 이번 구조개편의 성패를 가를 전망이다.
배터리와 공급망까지 묶는 수직계열화
로봇 양산 전략은 기계·AI만의 문제가 아니다. 휴머노이드는 제한된 공간 안에서 높은 에너지 밀도, 순간 출력, 열관리, 안전성을 동시에 확보해야 한다. 현대차·기아와 삼성SDI는 2025년 로봇 전용 고성능 배터리 공동개발 업무협약을 체결했고, 삼성SDI는 피지컬 AI용 파우치형 전고체 배터리를 개발 중이며 2027년 하반기 양산을 목표로 제시했다.
삼성SDI의 전고체 배터리는 아직 아틀라스 탑재가 확정된 제품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 다만 로봇용 전고체 배터리 양산 목표가 현실화하면, 현대차그룹은 보스턴다이나믹스의 로봇 설계와 국내 배터리 공급망을 연결할 수 있는 선택지를 확보하게 된다.
결국 이번 재편의 본질은 ‘소프트뱅크와의 결별’보다 역할 분담의 재설정이다. 소프트뱅크는 RAI를 통해 장기 AI·로보틱스 연구 자산을 확보하고, 현대차그룹은 보스턴다이나믹스를 100% 지배하면서 제조 현장이라는 실증 무대, 자동차 부품 공급망, 대량생산 역량을 연결한다. 현대차가 2028년 아틀라스 배치에서 비용 절감과 품질·안전 개선을 수치로 증명한다면, 이번 RAI 매각은 연구조직 처분이 아니라 피지컬 AI 사업의 손익구조를 다시 설계한 분기점으로 평가받을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