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스페이스=김정영 기자]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엑스를 통해 중국을 인공지능(AI) 분야의 “압도적으로 가장 강력한 경쟁자”로 지목한 날, 중국 민간 우주기업 랜드스페이스는 궤도 발사체 1단 회수에 성공했다.
reuters, bloomberg, cnbctv18, spaceflightnow, chinadaily에 따르면, AI 모델의 성능·가격·배포 생태계와 재사용 로켓 기술이 동시에 진전되면서, 미중 기술 패권 경쟁은 반도체를 넘어 소프트웨어와 우주 인프라의 복합전으로 번지고 있다.
머스크는 최근 X에서 2011년 자신의 글을 다시 공유한 기술 평론가 브라이언 뢰믈레의 게시물에 반응하며 중국을 AI 분야의 최대 경쟁자로 평가했다. 15년 전 머스크는 스페이스X가 기존 미국·유럽·러시아 로켓 기업들을 기술적으로 앞섰다고 보면서도 “최후의 승부처는 중국”이라고 전망했다. 당시의 경고가 AI와 우주 산업에서 동시에 현실화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성능 격차는 2.7%”…미국 우위, 중국 추격
스탠퍼드대 인간중심AI연구소(HAI)의 ‘2026 AI 인덱스’는 올해 3월 기준 미국 최고 모델인 앤트로픽의 ‘클로드 오퍼스 4.6’이 중국 최고 모델인 바이트댄스의 ‘돌라-시드 2.0 프리뷰’를 39점, 비율로는 2.7% 앞섰다고 분석했다. 양국 최상위 모델 간 격차는 지난 1년 내내 한 자릿수에 머물렀고, 2025년 초부터는 선두 순위가 여러 차례 교체됐다.
다만 미국의 우위가 사라진 것은 아니다. 스탠퍼드 HAI에 따르면 미국은 2025년 ‘주목할 만한 AI 모델’ 59개를 내놓아 중국의 35개를 앞섰다. 미국은 고영향력 특허와 최상위 모델 개발에서도 우세를 유지했지만, 중국은 AI 논문 수·인용 수·특허 등록 건수에서 우위를 보였다. 즉 미국이 프런티어 모델의 질적 선두를 유지하는 동안 중국은 연구·특허·산업 배치의 저변을 넓히는 구도다.
자본 격차는 더 크다. 미국의 2025년 민간 AI 투자액은 2859억달러로 중국의 124억달러보다 23.1배 많았다. 신규 자금조달 AI 기업 수도 미국 1953개, 중국 161개로 큰 차이를 보였다. 그러나 스탠퍼드 HAI는 중국의 정부 주도 펀드와 정책성 자금이 민간 투자 통계에 충분히 반영되지 않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승부처는 ‘최고 성능’보다 가격과 배포
중국 AI 기업들은 미국 빅테크·스타트업과 정면 승부하기보다, 오픈웨이트 모델과 저비용 API를 앞세운 확산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블룸버그는 19일 중국산 AI 모델이 지난 6월 처음으로 오픈라우터(OpenRouter) 내 미국 모델의 사용량을 앞질렀고, 지난달에는 전체 점유율의 60% 이상을 차지했다고 보도했다. 다만 오픈라우터는 수백 개 모델을 연결하는 API 플랫폼인 만큼, 이 수치를 전체 글로벌 AI 시장 점유율로 일반화하기보다 개발자·에이전트 워크로드의 이용 흐름을 보여주는 지표로 해석할 필요가 있다.
가격 경쟁력도 핵심 변수다. 문샷AI의 ‘키미 K3’는 출력 토큰 100만 개당 15달러로 책정됐는데, 앤트로픽의 ‘클로드 패블 5’는 같은 기준 50달러다. 키미 K3는 문샷AI가 7월 공개한 2조7000억개 파라미터의 오픈웨이트 코딩 모델로, 회사는 최상위 미국 모델과 경쟁 가능한 수준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모델사 자체 벤치마크만으로 성능 우열을 단정할 수는 없지만, 비용은 70% 낮추면서 실무 성능을 끌어올린 전략 자체는 기업 도입의 중요한 유인이 될 수 있다.
알리바바의 큐원(Qwen) 생태계도 중국 AI의 확산력을 보여준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알리바바는 자사 오픈웨이트 모델이 최근 6개월간 누적 다운로드 30억 건을 넘겼다고 밝혔다. 알리바바는 460개 이상의 큐원 모델을 공개했고, 이를 기반으로 한 파생 모델도 30만개 이상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다운로드는 실제 활성 이용자나 상업 매출과 동일하지 않으며, 자동 재다운로드·미러링·개발 파이프라인 호출 등이 포함될 수 있다는 점은 별도로 감안해야 한다.
카네기멜런대학교 컴퓨터공학과 교수이자 Moonshot 창업자 양즈린(Yang Zhilin)을 가르쳤던 루슬란 살라흐디노프(Ruslan Salakhutdinov)는 "결국 모든 기업들은 언젠가 다른 곳들에게 따라잡히게 될 것"이라는 냉정한 평가를 내놓았다.
랜드스페이스의 착륙, ‘재사용 경제성’ 첫 관문
중국의 추격은 AI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랜드스페이스는 19일 간쑤성에서 주취에-3(Zhuque-3) 로켓 1단 부스터를 지상에 수직 착륙시키는 데 성공했다. 66.1m 높이의 주취에-3은 9개 엔진을 탑재한 스테인리스강 로켓이며, 발사 뒤 1단이 발사장으로부터 약 390㎞ 떨어진 착륙 지점으로 복귀했다. 이는 중국 민간기업이 궤도급 로켓 부스터를 다리로 지상 회수한 첫 사례다.
랜드스페이스의 이번 성공은 두 번째 회수 시도 끝에 나왔다. 우주 전문매체 스페이스플라이트 나우에 따르면 발사 약 2분 뒤 단계 분리가 이뤄졌고, 부스터는 이륙 약 8분 후 간쑤성 민친현 목표 지점에 착륙했다. 착륙 후 로켓 하부에서 화재가 발생한 영상도 확인돼, 실제 재비행 가능 여부와 회수·정비 비용은 향후 검증 과제로 남는다. 단순 착륙 성공과 상업적 재사용 체계 확립은 다른 단계라는 의미다.
그럼에도 이번 성과는 상징성이 크다. 로이터는 랜드스페이스가 스페이스X와 블루오리진에 이어 궤도급 부스터 착륙에 성공한 민간 로켓 개발사 대열에 합류했다고 평가했다. 재사용 로켓은 저궤도 위성통신망, 지구관측, 국방·정찰, 우주 데이터센터 등 향후 우주경제의 발사비용을 좌우하는 기반 기술이다. 중국이 이 분야에서 반복 회수와 재발사 신뢰성을 확보한다면, AI 경쟁력은 데이터·통신·컴퓨팅 인프라 경쟁력으로 연결될 가능성이 크다.
미국이 지킨 선두, 중국이 파고든 약점
미국은 여전히 대규모 민간자본, 엔비디아 중심의 첨단 AI 컴퓨팅 생태계, 프런티어 모델 개발력, 재사용 로켓의 누적 운용 경험에서 앞선다. 중국은 미국의 첨단 반도체 수출통제와 자본 제약에도 불구하고, 오픈웨이트 배포·낮은 추론 비용·대규모 내수시장·정부 주도 산업정책을 결합해 다른 방식의 경쟁력을 만들어가고 있다.
머스크의 발언은 중국이 이미 모든 핵심 기술에서 미국을 추월했다는 선언이라기보다, 경쟁의 기준이 바뀌고 있다는 경고에 가깝다. 최상위 단일 모델의 벤치마크 점수만으로는 AI 산업의 승패를 가늠하기 어렵다. 누가 더 싸게 모델을 공급하는지, 누가 더 많은 개발자와 기업을 생태계에 묶는지, 그리고 AI 확산에 필요한 발사체·위성·전력·데이터 인프라를 누가 더 빨리 구축하는지가 향후 기술 패권의 실질적 판도를 가를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