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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테크

[빅테크칼럼] ‘운영의 제왕’ 애플의 쿡, 소비자 기반·서비스 생태계로 변신…후임 테너스 앞에 남은 중국·반도체 시험대

 

[뉴스스페이스=이승원 기자] 팀 쿡 애플 CEO의 퇴임을 앞두고 시장은 그의 15년을 ‘주가 상승’보다 운영 능력으로 하드웨어 기업을 거대한 서비스 생태계로 전환한 시기로 평가하고 있다. 다만 차기 CEO 존 테너스가 9월 1일 취임하는 순간부터, 중국 중심 공급망과 최첨단 반도체·메모리 조달 리스크는 쿡 시대의 성과를 시험하는 가장 현실적인 변수로 부상할 전망이다.

 

cnbc, foreignpolicyjournal, macrumors, aljazeera에 따르면, 애플은 지난 4월 쿡의 CEO 퇴임과 존 테너스 하드웨어 엔지니어링 총괄의 승계를 발표했다. 쿡은 2011년 8월 스티브 잡스의 뒤를 이어 CEO가 된 뒤 15년간 애플을 이끌었으며, 9월 1일부터는 이사회 집행위원장(executive chairman)으로 자리를 옮긴다. 애플은 쿡이 정책당국과의 소통을 포함한 일부 업무를 계속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쿡의 진짜 유산은 ‘아이폰 회사’의 재설계


짐 크레이머 CNBC 진행자는 최근 쿡을 두고 “역사상 가장 위대한 소비자 기반 기업을 만들었다”고 평가했다. 이는 단순한 찬사가 아니다. 쿡 체제의 애플은 아이폰 판매량에 크게 의존하는 제조기업의 한계를 넘어, 막대한 설치 기반과 구독·결제·클라우드·콘텐츠를 결합한 반복 매출 기업으로 진화했다는 평가다.

 

애플의 최근 회계연도 3분기(6월 말 종료) 수치는 그 변화를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6% 증가한 1094억달러로 6월 분기 기준 사상 최대를 기록했고, 순이익은 298억달러, 희석 주당순이익(EPS)은 2.02달러로 각각 27%, 29% 늘었다. 다만 EPS에는 관세 환급에 따른 0.11달러의 긍정적 효과가 포함됐다.

 

사업별로는 아이폰 매출이 22% 증가한 543억달러, 맥 매출이 29% 늘어난 104억달러를 기록했다. 특히 서비스 매출은 12% 증가한 307억달러로 6월 분기 최고치를 새로 썼다. 서비스 부문 매출총이익률은 75.6%로 제품 부문 40.1%를 크게 웃돌았다. 쿡 체제의 성과가 매출 규모의 확대를 넘어, 수익성이 높은 서비스 비즈니스의 비중과 고객 락인 구조를 키운 데 있다는 의미다.

 

애플의 활성 기기 설치 기반은 25억대를 넘었고, 유료 구독 건수는 15억건을 돌파했다. 분기 영업현금흐름은 344억달러에 달했으며, 애플은 같은 분기 자사주 매입 258억달러와 배당 40억달러 등 총 330억달러를 주주에게 환원했다. 제품 판매, 서비스 매출, 현금 창출, 대규모 자사주 매입이 선순환하는 구조를 완성한 것이 쿡의 핵심 경영 유산으로 볼 수 있다.

 

기록적인 실적에도 주가가 흔들린 이유


문제는 애플의 마지막 쿡 분기 실적이 ‘수요 부진’이 아니라 ‘공급 제약’이라는 낯선 경고와 함께 나왔다는 점이다. 애플은 9월 분기 전체 매출 증가율을 9~11%로 제시했다. 직전 6월 분기의 16% 성장보다 둔화한 수치다. 회사는 환율이 성장률에 약 2.5%포인트의 순차적 부담으로 작용하고, 공급 제약 영향도 전 분기보다 크게 확대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제약은 아이폰·맥·아이패드 전반에 걸쳐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 쿡은 핵심 원인으로 애플 자체 설계 시스템온칩(SoC)에 쓰이는 최첨단 공정(advanced node)의 공급 부족과 통상보다 낮아진 공급망 유연성을 지목했다. 즉, 애플이 주문을 확보하지 못해서가 아니라, 강한 수요에 맞춰 칩 생산능력을 빠르게 늘리기 어려운 환경이 발목을 잡고 있다는 설명이다.

 

메모리 가격도 새 경영진의 부담이다. 쿡은 3월 분기보다 6월 분기에 더 높은 메모리 비용을 부담했고, 9월 분기에는 비용이 추가 상승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그는 메모리 가격 환경을 “100년에 한 번 있을 만한 홍수”에 비유했다. 특히 D램 시장의 공급자가 3곳에 집중돼 있다는 점을 언급하며, 공급 다변화의 필요성을 사실상 인정했다.

 

이는 AI 데이터센터 증설 경쟁이 고대역폭·고성능 메모리와 첨단 반도체 제조능력을 흡수하는 상황에서, 소비자 전자제품 기업인 애플도 조달 경쟁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고 있음을 보여준다. 쿡 시대의 강점으로 꼽혀 온 공급망 통제력마저 글로벌 AI 인프라 투자와 반도체 공급 집중도 앞에서는 절대적인 방어막이 될 수 없다는 신호다.

 

중국 리스크, ‘생산지’에서 ‘경영 변수’로


중국 리스크는 단지 생산기지 의존도에 그치지 않는다. 애플은 중국을 제조·조립의 핵심 거점으로 활용해 왔고, 동시에 중요한 판매 시장으로도 키웠다. 이번 분기 애플은 중국 본토를 포함한 모든 지역에서 6월 분기 매출 기록을 달성했다고 밝혔지만, 제조 집중과 지정학, 관세, 부품 조달의 상호의존성은 여전히 애플의 가치사슬을 규정하는 구조적 위험이다.

 

애플은 대응책도 가동하고 있다. 회사는 미국에서 4년간 6000억달러를 투자하겠다는 계획 아래 브로드컴과 300억달러를 초과하는 다년간 맞춤형 실리콘·무선 연결 부품 계약을 맺었다고 밝혔다. 애리조나에서는 연간 1억개 이상의 부품을 조달하고 있으며, 텍사스 휴스턴에서는 AI 서버 조립과 맥 미니 생산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중국을 단기간에 대체하기 위한 ‘탈중국’이라기보다, 첨단 부품과 전략 생산의 회복탄력성을 높이기 위한 다층적 분산 전략에 가깝다. 애플처럼 규모가 큰 기업에서 공급망 이전은 비용 절감의 문제가 아니라 품질 관리, 생산수율, 협력사 생태계, 물류망, 최종 수요지 접근성을 동시에 조정해야 하는 장기 과제이기 때문이다.

 

테너스 시대의 첫 과제는 ‘제품’보다 ‘수율’


시장 일각에서는 테너스 체제가 제품 혁신을 통해 프리미엄 가격 전략을 강화할 수 있을지 주목한다. 테너스는 하드웨어 엔지니어링 책임자로서 제품 중심 리더십을 상징하는 인물인 반면, 쿡은 공급망과 운영 효율의 대명사였다.

 

하지만 당장 시장이 제기하는 질문은 혁신의 방향보다 제조 가능성이다. 제프리스의 에디슨 리 애널리스트는 공급망 점검을 근거로 애플 투자의견을 ‘보유’에서 사실상 매도 의견인 ‘언더퍼폼’으로 낮추고, 목표주가를 285.56달러에서 263.66달러로 하향했다. 이는 당시 주가 대비 약 16%의 하락 가능성을 반영한 수준이다.

 

제프리스는 애플이 2027년 출시가 거론되던 ‘올 글래스’ 형태의 20주년 아이폰 계획을 낮은 생산수율 문제로 중단했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해당 제품은 애플이 공식 발표한 적이 없으며, 따라서 사실로 단정할 수는 없다. CNBC 역시 공급망 정보에 기반한 증권사 분석은 검증이 어렵고, 애플의 미발표 제품과 관련한 추정에는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보고서가 던지는 본질적 메시지는 유효하다. 메모리 가격 상승으로 원가 부담이 커지는 상황에서 애플이 고가 제품으로 평균판매가격(ASP)을 높이려면, 새로운 폼팩터를 안정적 수율로 대량 생산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제프리스는 해당 가설적 모델의 평균판매가격을 2060달러로 추정했지만, 이는 애플의 공식 계획이나 공식 가격이 아닌 외부 분석가의 가정이라는 점을 분명히 해야 한다.

 

쿡의 애플은 시장이 요구하는 단기 혁신보다 공급망·서비스·현금환원·생태계 확장을 통해 기업가치를 만든 회사였다. 이제 테너스에게 남은 과제는 그 구조를 유지하면서도, 첨단공정 부족과 메모리 인플레이션, 중국 의존도, 차세대 제품 수율이라는 네 가지 변수를 관리하는 일이다.

 

쿡의 유산은 기록적인 실적표에만 있지 않다. 후임자가 외부 충격 속에서도 애플의 25억대 설치 기반과 15억건 유료 구독 생태계를 얼마나 방어하고 확장하느냐가, 쿡 시대에 대한 최종 평가를 결정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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