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스페이스=이승원 기자] 최대 40㎏ 화물을 실은 드론이 물류거점에서 목적지 인근까지 운반하고, 자율주행 로봇이 고객의 문앞까지 넘겨주는 복합 배송체계가 국내에서 본격 검증 단계에 들어갔다. 다만 149억원 규모의 국책 실증이 곧바로 수익성 있는 상용 서비스로 이어질지는 비행 안전, 통신·도킹 인프라, 운항 규제와 배송 단가를 함께 입증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사천서 60회…누적 189회 실증
우주항공청과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은 8월 5일부터 20일까지 경남 사천에서 ‘드론-로봇 연계 고중량 화물 비대면 배송 운용체계’를 실증했다. 드론은 민간 물류센터에서 출발해 사천시청 주차장의 도킹스테이션에 착륙하고, 로봇이 화물을 인계받아 택배보관소·민원실 등 시청 내 3개 목적지까지 배송하는 방식이다. 이번 사천 실증 횟수는 총 60회다.
사천 실증의 물류 이동거리는 약 3.1㎞로 알려졌다. 현장에서는 실제 시청 직원이 주문한 물량을 대상으로 배송했으며, 비상 상황에 대비해 2곳의 비상착륙지도 확보했다. 단순 비행 시연이 아니라 드론의 정밀착륙, 화물 인계, 로봇의 실내외 자율주행, 통신 안정성, 긴급 대응을 하나의 배송 흐름으로 묶어 검증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앞서 충남 내포신도시에서는 지난해 12월 도서 배송을 40회 실시했고, 제주에서는 올해 3~4월 금능포구와 비양도 사이 생활용품 배송을 89회 진행했다. 사천까지 포함하면 공개된 실증 물량은 최소 189회다. 제주 금능포구와 비양도 간 거리는 약 1.5㎞로, 도서·산간처럼 기존 배송망의 효율이 낮은 지역이 초기 활용처로 제시됐다.
핵심은 ‘40㎏’보다 문앞 인계
이번 기술의 차별점은 단순히 적재량을 키운 데 있지 않다. 기존 드론 배송은 이착륙 지점 또는 특정 수령 장소까지는 접근할 수 있어도, 건물 출입구·실내·민원 창구 등 최종 수요 지점까지 배송하기 어렵다는 한계가 있었다. 이에 드론이 중장거리 이동을 맡고, 로봇이 도킹스테이션부터 최종 수령지까지의 라스트마일을 담당하도록 역할을 나눴다.
배송 체계는 크게 세 요소로 구성된다. ▲최대 40㎏ 화물을 싣는 고중량 드론 ▲드론과 로봇 간 화물 인계가 이뤄지는 도킹스테이션 ▲실내외 이동을 맡는 자율주행 배송로봇이다.
우주항공청과 ETRI가 추진하는 과제는 2023년 4월부터 2026년 12월까지 이어진다. 총사업비는 149억1300만원이며, 40㎏급 화물 드론 7대, 실내외 겸용 배송로봇 7대를 개발·운용하고, 6곳 이상 실증시험장을 구축해 300회 이상 현장 검증하는 것이 목표다. 사천까지의 최소 189회를 기준으로 보면, 목표치의 약 63%를 채운 셈이다.
글로벌 시장은 경량·고빈도부터
해외 상용 드론 배송은 현재까지 소형·경량 배송 중심으로 전개돼 왔다. 미국 Wing은 누적 주택 상업배송이 100만건을 넘었다고 밝히고 있으며, 통상 운항 반경은 약 6마일(약 9.7㎞), 적재 한도는 5파운드(약 2.3㎏) 수준이다. 식료품, 커피, 소형 생필품처럼 주문 빈도가 높고 무게가 가벼운 상품이 주력이라는 뜻이다.
Zipline도 2024년 4월 기준 상업 자율비행 배송 100만건을 달성했다고 발표했다. 특히 의료물품 배송을 기반으로 사업을 확장해 왔으며, 미국 내에서는 비가시권 비행(BVLOS) 운항을 위한 인지 시스템 승인과 규제 허가가 대규모 서비스 확대의 핵심 조건으로 작용했다.
국내 기술은 해외 소비재 드론 배송보다 적재량에서 훨씬 큰 목표를 내세웠다. 반대로 해외 사업자들은 경량 화물을 중심으로 누적 배송 건수를 먼저 쌓아 운영 데이터와 사업 모델을 확보했다. 한국형 모델의 경쟁력은 ‘40㎏ 운반’ 자체보다, 고중량이 필요한 공공·산간·도서·산업 현장에서 기존 육상운송을 얼마나 대체하거나 보완할 수 있는지에 달려 있다.
상용화의 병목은 규제·운항비·인프라
고중량 배송은 기체가 커질수록 비행 안전성과 운영 규제의 문턱도 높아진다. 미국에서는 기존 소형 무인기 규정이 기체와 탑재물을 합쳐 55파운드(약 25㎏) 이하를 기본으로 삼아 왔고, 유상 화물배송과 비가시권 운항은 별도 인증·허가의 대상이 됐다.
미국 연방항공청(FAA)은 2025년 비가시권 운항을 제도화하는 BVLOS 규칙안을 제시하면서 통신 유지, 운항구역 승인, 이착륙·적재 장소 관리, 유인항공기와의 안전 분리 등을 주요 요건으로 들었다.
우주항공청은 사천에서 강풍과 폭염, 지형 및 통신 환경을 고려해 15일 이상 고중량 비행을 포함한 성능·안전성 검증을 진행했다고 밝혔다. 이달 말 진주에서도 추가 실증을 예고한 만큼, 향후에는 ‘몇 회 비행했는가’보다 정시배송률, 자동 인계 성공률, 기상 취소율, 비상착륙률, 배송 1건당 비용 같은 운영 지표를 공개해야 상용화 가능성을 객관적으로 판단할 수 있다.
‘드론 택배’ 아닌 복합 물류망의 출발
이번 프로젝트는 드론이 택배기사를 완전히 대체하는 모델이라기보다, 기존 도로 물류의 비효율이 큰 구간을 보완하는 복합 운송망에 가깝다. 도서지역의 생활필수품, 산간지역 긴급물자, 재난 현장의 구호품, 대형 사업장·공공기관 내부 배송, 의료·산업용 긴급 부품처럼 배송 지연 비용이 큰 분야가 우선 적용 대상이 될 수 있다.
40㎏은 쌀 한 포대 수준의 중량이다. 그러나 상용화의 성패는 이 무게를 한 번 운반할 수 있다는 데 있지 않다. 반복 운항 중에도 안전성과 배송 정확도, 주민 수용성, 건당 비용을 동시에 증명할 수 있는지가 관건이다. 사천·진주·제주에서 축적될 실증 데이터는 한국이 ‘고중량 드론+라스트마일 로봇’이라는 별도 시장을 선점할 수 있는지 가늠하는 첫 시험지가 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