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스페이스=이은주 기자] 국내 4대 은행의 금융사고는 2017년부터 2026년 7월까지 281건, 5,495억2,800만원에 이르렀다. 단순히 직원 횡령을 관리하지 못한 문제를 넘어, 대출 심사·담보평가·분양계약 검증이 동시에 흔들리며 은행의 위험관리 체계가 구조적 시험대에 올랐다는 분석이 나온다.
10년 누적 5,495억원, 사고 건수는 6년 새 4배
20일 금융감독원이 국회 정무위원회 박성훈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에서 2017년부터 올해 7월까지 발생한 금융사고는 총 281건, 금액은 5,495억2,800만원이다. 4대 은행의 연간 사고 건수는 2020년 20건에서 2025년 80건으로 6년 사이 4배로 증가했다.
사고 금액은 일직선으로 증가하지는 않았다. 2020년 55억800만원, 2021년 52억9,200만원 수준이던 사고액은 2022년 895억100만원으로 급증했고, 2023년 46억6,800만원으로 내려앉았다가 2024년 1,211억6,900만원, 2025년 2,319억200만원으로 다시 치솟았다. 2025년 한 해 사고액은 10년 누적액의 약 42.2%를 차지한다.
2026년 1~7월 30건 236억8,600만원
특히 사고 건수 증가가 곧바로 사고액 증가와 같은 흐름을 보이지 않는다는 점은 주목할 대목이다. 소수의 대형 단일 사고가 연도별 금액을 좌우하는 동시에, 소액·분산형 사고와 외부 사기성 대출도 빠르게 늘고 있음을 뜻한다. 은행의 통제 실패를 ‘한 번의 대형 횡령’으로만 해석하기 어려운 이유다.
우리은행 2,843억원…은행별 편차도 컸다
10년 누적 기준 은행별 금융사고 금액은 우리은행이 2,843억500만원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KB국민은행 1,422억500만원, 하나은행 822억3,700만원, 신한은행 407억8,100만원 순이었다. 다만 사건 수만 보면 하나은행이 77건으로 가장 많고, KB국민은행 73건, 우리은행 70건, 신한은행 61건이어서 사고의 빈도와 금액은 다른 양상을 보였다.
우리은행은 인도네시아 현지법인 관련 사고 등의 영향으로 2025년 한 해 사고액이 1,155억9,400만원에 달했다. 반면 사고 건수가 많은 은행은 반복적인 대출·업무처리·직원 일탈 위험을 얼마나 조기에 탐지하고 차단하는지에서 더 엄격한 검증이 필요하다.
‘내부통제’의 사각지대는 대출 심사였다
유형별로는 사기가 149건, 3,036억700만원으로 전체 사고금액의 절반을 넘었다. 업무상 배임은 30건, 1,554억1,500만원이었고, 횡령·유용은 90건, 900억7,600만원이었다. 단순 합산하면 사기·배임·횡령·유용 세 유형이 전체 금액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핵심은 ‘사기’의 성격 변화다. 과거 은행 금융사고의 대표적 이미지는 직원의 자금 횡령이었지만, 최근에는 외부 시행사·브로커·차주가 허위 문서와 가공의 거래를 활용해 대출을 받아내는 형태가 부각된다. 은행 내부자가 직접 돈을 빼돌리지 않아도, 대출 취급 과정에서 실질 검증이 작동하지 않으면 은행은 결국 사기 피해자가 되고 손실은 고객 신뢰와 주주가치에 전가된다.
금융감독원 검사에서 드러난 IBK기업은행의 부당대출 사례는 이 문제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금감원은 현직·전직 임직원 등이 연루된 부당대출 규모를 58건, 882억원으로 파악했으며, 이 가운데 535억원이 잔액으로 남아 있고 95억원은 이미 부실화된 것으로 집계했다. 외형상 대출서류와 담보, 차주의 형식 요건이 갖춰졌더라도, 이해상충 여부와 거래 실질, 담보가치의 적정성을 독립적으로 검증하지 못하면 내부통제는 서류 절차에 그칠 수 있다는 의미다.
490억원 허위분양 대출사기, ‘외부 사고’로 분류할 수 있나
지난 8월 KB국민·신한·우리·IBK기업은행은 부동산 허위분양 관련 외부인 사기 금융사고를 동시에 공시했다. 피해 규모는 KB국민은행 35억7,790만원, 신한은행 173억4,355만원, 우리은행 98억7,000만원, IBK기업은행 182억2,000만원으로 합계 약 490억원이다.
수법은 미분양 상가 등이 이미 분양된 것처럼 서류를 꾸미고, 허위 분양자를 내세워 대출을 실행받는 방식으로 알려졌다. 사건은 2023~2025년 사이 발생했고 다수의 부동산 시행사와 브로커가 개입한 것으로 전해졌다.
은행권은 이를 ‘외부인에 의한 사기’로 공시했다. 하지만 외부인의 허위서류 제출만으로 대출금이 실행되지는 않는다. 분양계약의 실재성, 계약금 납부, 자금 흐름, 동일 시행사·브로커의 반복 거래, 감정가와 실제 거래가의 괴리, 차주 간 연결관계 등을 대출 전·후로 검증하는 체계가 작동했다면 손실을 줄이거나 조기에 차단할 가능성이 있었다.
따라서 외부 사기와 내부통제를 분리해 볼 수는 없다. 외부 사기는 은행 안의 대출심사·사후관리·이상거래 탐지체계가 어디에서 멈췄는지를 역으로 보여주는 지표다. 실제로 2025년 은행권 외부인 관련 금융사고는 88건으로 2024년 16건의 5배 이상으로 늘었고, 같은 기간 횡령·배임 등 사고 건수는 112건에서 96건으로 줄었다는 집계도 나왔다.
책무구조도만으로는 부족하다
금융당국은 금융사고 발생 시 CEO와 임원의 내부통제 책임을 명확히 하기 위해 책무구조도 제도를 도입했다. 개정 금융회사 지배구조법은 2024년 7월 3일부터 시행됐고, 은행과 금융지주회사는 2025년 1월 2일까지 책무구조도를 제출하도록 했다. 책임 소재를 사후적으로 명확히 하는 제도적 토대는 마련된 셈이다.
박성훈 의원은 "국민의 자산을 안전하게 지켜야 할 시중은행에서 횡령과 배임, 사기가 반복되는 것은 금융 시스템 전반의 신뢰를 무너뜨리는 심각한 문제"라며 "금융당국은 형식적인 점검에 그치지 말고 금융사고가 발생한 은행과 임직원에 엄정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 실효성 있는 내부통제 강화·재발방지 대책도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은행은 본질적으로 신뢰를 중개하는 산업이다. 4대 은행에서 10년간 5,495억원의 금융사고가 발생했다는 통계는 손실액 자체보다, ‘통제가 있다’는 은행의 약속이 실제 대출 현장과 해외 법인, 영업점의 거래 과정에서 얼마나 작동했는지를 다시 묻는다. 다음 금융사고를 막는 기준은 사고 뒤 책임자를 처벌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의심스러운 거래가 대출 실행 이전에 멈추도록 만드는 데 있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