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스페이스=이현주 기자] 정부가 직장가입자의 이자·배당·임대·사업 등 보수 외 소득에 적용하는 건강보험료 공제 기준을 연 2000만원에서 1000만원으로 낮추는 방안을 검토하면서, ‘월급 외 소득’의 보험료 경계선이 사실상 절반으로 내려갈 전망이다. 다만 이 방안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고, 보건복지부는 7월 말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 논의를 연기하며 추가 의견수렴에 나섰다.
2000만원 문턱이 1000만원으로
현행 제도에서 직장가입자는 월급에 부과되는 보수월액 보험료와 별개로, 이자·배당·임대·사업소득 등 보수 외 소득이 연 2000만원을 넘을 때 소득월액 보험료를 낸다. 핵심은 ‘소득이 2000만원을 넘는 사람만 내는 제도’에서 ‘1000만원을 넘으면 추가 부담이 시작되는 제도’로 바꾸려는 데 있다.
정부 검토안이 확정되면 연 보수 외 소득 1000만~2000만원 구간에 있던 직장가입자는 새로 보험료 납부 대상이 된다. 이미 연 2000만원을 초과하던 사람은 과세·부과 대상 소득에서 추가로 1000만원이 더 잡혀 월 보험료가 늘어나는 구조다. 이는 직장가입자에게만 적용해 온 보수 외 소득 2000만원 공제를 축소해, 종합소득에 폭넓게 보험료가 반영되는 지역가입자와의 부담 형평을 맞추겠다는 정책 논리다.
얼마나 더 내나
2026년 건강보험료율은 7.19%다. 소득월액 보험료는 회사와 절반씩 나누는 월급 보험료와 달리, 보수 외 소득에 대한 보험료를 원칙적으로 가입자가 전액 부담한다. 단순 계산으로 보면, 공제 기준이 2000만원에서 1000만원으로 바뀔 때 새로 과표에 반영되는 1000만원에 대해 월 건강보험료는 약 5만9900원 늘어난다.
여기에 장기요양보험료까지 연동되므로 실제 월 고지 증가액은 이보다 다소 커질 수 있다. 장기요양보험료는 건강보험료에 일정 비율로 붙는 방식이며, 2026년 기준 비율은 13.14%로 안내돼 있다.
즉, 연간 보수 외 소득이 1500만원인 직장인은 지금은 별도 소득월액 보험료가 없지만, 개편안에서는 500만원이 보험료 산정에 들어간다. 반면 연 3000만원의 배당·임대·부업소득이 있는 직장인은 공제액이 1000만원 줄어드는 만큼, 월 건강보험료가 단순 추산 약 6만원, 연간 약 72만원 늘어나는 셈이다.
178만명·연 7070억원의 의미
복지부 추산으로 소득월액 보험료를 새로 내거나 기존보다 더 내게 되는 직장가입자는 약 178만명이다. 전체 직장가입자의 8.9%에 해당하며, 이를 통해 건강보험 재정에는 연간 약 7070억원의 추가 수입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를 단순히 영향 인원으로 나누면 1인당 연평균 약 39만7000원, 월평균 약 3만3000원 수준의 부담 증가에 해당한다. 다만 이는 전체 대상자의 평균일 뿐이다. 새로 진입하는 1000만~2000만원 구간의 가입자는 상대적으로 적게 내고, 고액 배당·임대·사업소득이 있는 가입자는 공제 축소분 1000만원에 대한 보험료가 일괄 추가되는 만큼 평균보다 큰 인상 체감이 나타날 수 있다.
정책의 직접 대상은 고액 자산가만이 아니다. 금융소득, 소규모 임대수입, N잡 사업소득, 원고료·강연료 등 기타소득을 합산해 연 1000만원을 넘기는 직장인도 제도권 안으로 들어올 수 있다. 특히 금리와 배당 확대, 개인사업·플랫폼 부업의 확산으로 보수 외 소득을 가진 직장인이 늘어난 환경에서 ‘부수입 1000만원’은 더 이상 극소수의 기준으로만 보기 어렵다.
상·하한 조정도 병행
정부 검토안은 공제 축소에 그치지 않는다. 초고소득자의 건강보험료 월 상한액을 현행 459만원에서 내년 612만원으로 올리고, 저소득 직장가입자의 월 하한 보험료도 약 1만80원에서 2만2000원대로 높이는 방안이 함께 제시됐다. 일용근로소득도 연 2000만원을 넘는 경우 보험료를 부과하는 방안이 검토 대상에 포함됐다.
국세청 신고 기준으로 2024년 일용근로소득자 가운데 연 2000만원 초과자는 약 27만5000명으로 집계됐다. 따라서 이번 개편안은 중간층의 보수 외 소득 공제를 줄이는 동시에, 초고소득자 상한을 올리고 최저 보험료를 현실화하는 다층적 부과체계 조정으로 읽힌다.
쟁점은 ‘형평성’과 ‘부담 능력’
정부의 논리는 같은 소득에는 비슷한 수준의 보험료를 부과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역가입자는 종합소득이 보험료 산정에 반영되는 반면, 직장가입자는 월급 외 소득에 2000만원 공제를 별도로 받아 왔기 때문에 이 차이를 줄이겠다는 취지다.
하지만 반론도 분명하다. 연 1000만~2000만원의 보수 외 소득은 초고소득층보다 은퇴 대비 배당, 소형 부동산 임대, 겸업·부업으로 생활비를 보완하는 중산층에 넓게 분포할 가능성이 있다. 특히 금융소득·임대소득은 실제 현금흐름과 과세소득이 일치하지 않을 수 있어, 단순한 소득 포착 확대가 납부 능력과 정확히 맞물리는지 따져봐야 한다.
한 세무전문가는 "국민들 특히 직장인들의 반발이 심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결국 제도의 성패는 1000만원 기준의 정당성을 얼마나 설득력 있게 설명하고, 새로 부담하는 계층의 규모·소득 분포·평균 및 구간별 인상액을 투명하게 공개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지적했다.
복지부가 “폭넓은 의견 수렴”을 이유로 건정심 논의를 연기한 만큼, 향후 재상정 때에는 단순 재정확충안이 아니라 직장·지역가입자 간 형평성, 실질 부담 능력, 건강보험 재정 지속가능성을 함께 검증하는 논의가 필요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