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스페이스=이은주 기자] 방송미디어통신심의위원회가 해외 예측시장 폴리마켓의 국내 접속차단을 의결했다.
핵심 이유는 플랫폼의 기술 형식이 아니라, 우연한 사건의 결과에 따라 이용자 간 금전적 손익이 갈리는 운영 실질을 ‘불법 도박 환경’으로 봤기 때문이다. 탈중앙화·비수탁형·가상자산 결제라는 폴리마켓의 설명에도 불구하고, 방미심위는 시장 개설·규칙 설정·정산 구조를 관리하는 운영 주체가 존재한다는 점에 주목했다.
‘예측 거래’인가, 승자독식 베팅인가
폴리마켓은 선거, 정치, 경제지표, 스포츠, 국제분쟁, 날씨 등 미래 사건의 결과를 두고 ‘예(Yes)’ 또는 ‘아니오(No)’ 지분을 거래하는 블록체인 기반 예측시장이다. 표면적으로는 사건의 발생 확률을 가격으로 발견하는 정보시장 모델을 표방하지만, 국내 심의당국은 결과를 이용자가 통제할 수 없는 우연성 사건에 재산상 이익을 걸고 손익을 겨루는 구조 자체를 문제 삼았다.
방미심위는 18일 통신심의소위원회에서 폴리마켓이 형법상 도박 방조 및 도박장소 개설을 목적으로 하는 정보에 해당하고, 국민체육진흥법상 금지되는 ‘유사행위’를 목적으로 하는 정보에도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특히 ‘8월 서울 강수량’처럼 국내 이용자의 관심을 직접 겨냥할 수 있는 사안을 시장화한 점을 들어, 단순한 해외 서비스가 아니라 국내에서 실질적인 불법 도박 환경을 제공한다고 봤다.
심의 논리는 명확하다. 이용자는 특정 사건의 실제 발생 여부에 따라 정산받고, 틀린 쪽의 지분은 사실상 가치가 사라진다. 예측 정확도에 보상을 주는 금융상품 또는 여론조사 도구라고 주장할 수는 있지만, 당국의 시각에서는 이용자 자금이 상반된 결과에 배치되고 결과에 따라 승패가 갈리는 승자독식형 구조다. 이 때문에 ‘거래’라는 표현이 거래의 경제적 실질까지 바꾸지는 못한다는 것이다.
‘탈중앙화’ 주장이 넘지 못한 선
폴리마켓은 비수탁형 P2P 거래와 블록체인 스마트컨트랙트 방식으로 작동하기 때문에 이용자 자금을 직접 보관·집금하지 않고, 도박의 ‘주재자’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한국어 서비스를 삭제했고 원화 결제도 지원하지 않는다는 점도 국내 법령 적용 대상이 아니라는 논리로 제시했다.
그러나 방미심위는 기술적 분산성과 규제 책임의 분산성을 동일시하지 않았다. 플랫폼 운영자가 시장을 개설하고, 거래 규칙을 정하며, 계약의 조건과 결과 판정·정산 체계를 설계·운영한다면 거래 환경을 조성하고 통제하는 역할을 수행한다는 판단이다.
실제로 미국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도 2022년 폴리마켓이 블록체인 스마트컨트랙트를 활용했더라도 이벤트 기반 이진옵션 계약의 생성·정의·호스팅·결제 기능을 수행했다고 봤다. CFTC는 이를 등록되지 않은 거래시설 운영으로 판단해 폴리마켓 운영사 블록라타이즈(Blockratize)에 140만달러의 민사제재금을 부과하고, 비준수 시장의 청산과 위법행위 중단을 명령했다.
CFTC는 당시 폴리마켓이 2020년 6월께부터 운영됐고, 출범 이후 900개가 넘는 이벤트 시장을 제공했다고 밝혔다. 이는 ‘스마트컨트랙트가 자동으로 집행했으므로 운영자가 없다’는 주장과 달리, 시장의 생성부터 조건 설정, 결과 확정까지 플랫폼 사업자의 조직적 역할이 존재했음을 보여주는 규제 판단으로 해석할 수 있다.
숫자로 본 규제의 배경
폴리마켓 차단은 작은 틈새 서비스에 대한 단순한 콘텐츠 심의가 아니라, 급속히 커진 글로벌 예측시장에 대한 이용자보호 조치라는 성격이 강하다. 온체인 기반 집계 사이트 폴리데이터에 따르면 폴리마켓의 누적 거래액은 약 324억3000만달러, 누적 거래 건수는 약 9억5080만건, 고유 거래자는 약 301만명으로 집계된다. 다만 이 수치는 개인 실명 이용자가 아니라 지갑 주소 기반 수치이므로 실제 이용자 수와는 차이가 있을 수 있다.
2026년 월별 거래 규모도 상당하다. 폴리데이터 집계에서 2026년 6월 거래액은 53억1000만달러, 활성 거래자는 약 62만9652명이었고, 7월에는 거래액 17억9000만달러와 활성 거래자 약 45만601명이 집계됐다. 8월에는 18일 현재 약 3억9970만달러 규모의 거래와 약 15만9215명의 활성 거래자가 기록됐다. 플랫폼의 성장 자체가 위법성을 뜻하지는 않지만, 국내 이용자에게 개방될 경우 사행성·자금세탁·분쟁 해결·미성년자 접근 등의 위험도 거래 규모에 비례해 커질 수 있다는 것이 규제당국의 우려다.
프랑스 당국이 공개한 수치도 주목할 만하다. 프랑스 국가도박청(ANJ)은 2026년 6월 폴리마켓의 프랑스 내 방문이 57만8751회, 순방문자가 20만5057명에 이르렀다고 밝혔다. ANJ는 2024년 11월부터 해당 서비스의 무허가 도박성 여부를 검토했고, 지오블로킹에도 우회가 발생했다고 판단했다. 결국 2026년 7월 16일 프랑스 인터넷접속사업자들에게 폴리마켓 차단을 명령했다.
해외도 ‘무허가 도박’으로 접근
한국의 접속차단은 고립된 결정이 아니다. 프랑스 ANJ는 예측시장 서비스를 무허가 도박·베팅 서비스로 분류했고, 이용자 중독 위험과 시장 무결성 훼손 가능성을 차단 사유로 들었다. 특히 날씨 베팅과 관련해 기상 관측장치가 해킹됐을 가능성이 제기돼 프랑스 파리 검찰의 사이버범죄 부서가 2026년 5월 4일 수사에 착수했다고 ANJ는 밝혔다.
ANJ가 지적한 또 다른 쟁점은 이용자 확인이다. 프랑스·유럽 이용자에게 제공되는 폴리마켓 환경에서 이용자 신원 확인(KYC) 장치가 부재했다고 판단했으며, 이는 자금의 출처 확인, 미성년자 접근 통제, 이상거래 탐지, 이용자 보호와 직결되는 문제다. 프랑스는 2025년 한 해 무허가 도박 사이트와 관련해 1290개 URL을 차단한 바 있다.
호주 통신미디어청(ACMA) 역시 2025년 7~9월 인터랙티브 도박 규제 집행 보고서에서 폴리마켓 운영사 어드벤처 원 QSS(Adventure One QSS Inc.)에 대해 무허가 인터랙티브 도박 서비스 제공을 이유로 공식 경고를 발령했다고 밝혔다. 같은 기간 ACMA는 30개 도박 사이트 관련 조사 29건을 마쳤고, 44건의 법 위반을 확인했으며, 71개 URL을 인터넷서비스사업자 차단 대상으로 넘겼다.
차단의 의미와 남은 쟁점
방미심위 판단의 본질은 “블록체인 위에서 이뤄지는가”가 아니라 “국내 이용자를 상대로 우연성 사건에 돈을 걸게 하고, 결과에 따라 재산상 이익을 승자독식으로 배분하는가”에 있다. 폴리마켓이 한국어·원화 지원을 중단했다고 해도, 국내 관심사를 시장으로 만들고 국내 이용자가 가상자산을 통해 접근·거래할 수 있다면 규제 공백을 그대로 둘 수 없다는 결론이다.
다만 접속차단만으로 이용자 보호가 완결되지는 않는다. 가상자산 지갑과 VPN을 결합한 우회 접속 가능성, 해외 플랫폼의 시장명·도메인 변경, 이용자 손실과 분쟁 발생 시 구제수단 부재는 계속 남는다. 프랑스 역시 기존의 금융거래 제한과 지오블로킹이 실제로 우회됐다고 판단한 뒤 ISP 차단으로 조치를 강화했다.
결국 예측시장은 정보 집계 기능과 사행성 위험을 동시에 가진 혼합형 서비스다. 한국의 이번 결정은 그중 이용자 통제 밖 사건에 금전적 이해관계를 결합하고, 플랫폼 사업자가 시장 설계와 거래 환경을 제공하며, 국내 이용자에게 접근 가능하게 만든 부분을 도박 규제의 영역으로 본 것이다. ‘탈중앙화’는 기술적 구조일 뿐, 이용자 보호와 법적 책임을 자동으로 탈중앙화하지는 못한다는 점이 이번 차단 결정의 핵심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