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스페이스=이승원 기자] 우주항공청이 그룹 빅뱅을 1호 홍보대사로 위촉하고 국민 메시지를 누리호 5호에 싣는 ‘드림캡슐 프로젝트’를 추진한다. 다만 이번 프로젝트의 본질은 K-팝(K-POP)과 우주를 결합한 상징적 캠페인에만 있지 않다. 누리호 5차 발사는 국내 첫 양산형 초소형 군집위성 5기를 포함한 총 15기를 궤도에 보내는 대규모 임무이자, 한국 우주산업이 단발성 개발 체계에서 반복 발사·민간 주도 운용 체계로 이동하는 시험대다.
‘국민의 꿈’과 발사체의 결합
우주항공청은 8월 14일 빅뱅을 초대 홍보대사로 위촉했다. 빅뱅은 누리호 발사와 달 탐사 등 우주청 핵심 사업의 대국민 소통 활동에 참여하며, 첫 프로젝트로 누리호 5차 발사와 연계한 드림캡슐을 앞세운다. 국민은 8월 14일부터 31일까지 우주청 홈페이지 및 SNS의 드림캡슐 페이지에 꿈과 응원 메시지를 남길 수 있고, 참가자는 누리호 탑승을 상징하는 ‘보딩패스’를 받는다.
빅뱅의 데뷔 20주년 마이크로사이트에는 전 세계 팬덤 ‘V.I.P’의 메시지를 별도로 받는다. 이 메시지는 1974년 전파망원경을 통해 인류 정보를 우주로 보낸 ‘아레시보 메시지’에서 착안한 코드 이미지로 변환돼 누리호 5호에 실릴 예정이다. 즉, 이번 캠페인은 단순히 텍스트를 우주로 보내는 이벤트가 아니라, 대중의 참여 기록을 디지털 데이터로 전환해 국가 우주개발 임무에 결합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프로젝트의 성패를 ‘메시지 접수 건수’나 스타의 화제성으로만 판단하기는 어렵다. 홍보대사와 팬덤의 역할은 우주개발에 대한 심리적 거리감을 줄이는 데 있고, 기술적 성과는 누리호가 실을 위성들이 계획된 궤도에서 실제 임무를 수행하는지에 달려 있다.
15기 위성, 누리호의 가장 복잡한 임무
누리호 5차 발사는 초소형 군집위성 2~6호 5기와 부탑재위성 10기, 총 15기를 태양동기궤도에 투입하는 계획이다. 이는 누리호 프로그램에서 가장 많은 위성을 한 번에 실어 나르는 임무로 평가된다.
핵심 탑재체인 초소형 군집위성 2~6호는 KAIST 인공위성연구소와 우주항공청이 개발한 동일 설계 기반의 첫 양산형 위성군이다. 이 위성들은 각각 100kg 미만급으로, 1m급 흑백 영상과 4m급 컬러 영상을 촬영할 수 있는 전자광학 카메라를 갖춘다.
2024년 4월 발사된 시제 1호와 2026년 1월 발사된 검증위성의 운용 결과를 바탕으로, 2~6호에는 군집 운용과 추력 성능 보완이 반영됐다. 계획대로 2027년까지 총 10기의 군집위성이 갖춰지면 한반도와 주변 해역을 하루 3회 이상 촬영하고, 동일 지점을 24시간 안에 재방문하는 체계가 가능해진다. 활용처도 재난·재해 대응부터 국가안보 관측까지 넓다.
10월 발사, ‘홍보 일정’보다 검증 일정
누리호 5차 발사는 당초 6월로 계획됐지만 이후 8월, 9월을 거쳐 10월로 일정이 조정됐다. 직접적인 이유는 주탑재 위성인 초소형 군집위성의 추력기 성능 보완과 재시험이다. 위성의 추력기는 궤도 조정·유지와 군집비행 간격 유지에 필수적인 장치이므로, 발사를 늦추더라도 검증을 완료하겠다는 판단은 기술적으로 불가피한 선택에 가깝다.
우주항공청은 성능이 기대치에 미치지 못한 추력기를 교체했고, 추가 시험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최종 발사일은 8월 말 발사관리위원회에서 정할 예정이며, 현재로선 10월 발사가 유력하다.
이 지연은 우주청이 반복 발사 체계의 신뢰성을 어떻게 축적하는지를 보여주는 장면이기도 하다. 특히 5차 발사부터는 민간 기업이 발사 과정에서 주도적 역할을 맡는 방향이 제시됐다. 기술 일정의 압박보다 위성·발사체·발사장·우주물체 충돌 가능성까지 종합 점검하는 절차를 우선한다는 점에서, ‘발사 성공’의 기준은 발사 순간의 점화가 아니라 위성의 정상 운용까지로 넓어지고 있다.
팬덤 외교와 산업정책의 만남
우주항공청이 빅뱅을 선택한 이유는 우주사업의 대중적 인지도를 끌어올리기 위해서다. 기관 출범 이후 첫 홍보대사를 K-pop 그룹에 맡긴 것은, 기술관료 중심의 우주정책 언어를 문화·팬덤·참여형 디지털 콘텐츠로 바꾸려는 시도로 읽힌다. 빅뱅의 글로벌 팬덤 메시지를 우주로 보내는 장치는 국내 홍보를 넘어 한국의 우주개발 서사를 해외 대중에게 확산하는 통로가 될 수 있다.
다만 정책 홍보의 지속성은 유명인의 참여보다 측정 가능한 성과 공개에 달려 있다. 드림캡슐 참여 건수, 팬덤의 국가별 분포, 메시지 데이터화 방식, 실제 탑재 범위와 방식, 위성 투입 이후의 임무 수행 결과 등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홍보 캠페인이 우주정책의 신뢰를 높이려면 감성적 참여를 기술·예산·성과의 공개로 이어가야 한다는 뜻이다.
우주항공청은 2035년까지 우주항공 기업을 1,200곳으로 늘리고 글로벌 시장 점유율 3.0% 달성을 목표로 제시했다. 또 재사용 발사체를 통해 발사 비용을 누리호의 10분의 1 수준으로 낮추겠다는 계획도 내놨다. 빅뱅과 드림캡슐은 이 거대한 산업정책의 입구에 놓인 대중 소통 장치다. 반면 누리호 5차 발사의 15기 위성, 특히 5기의 양산형 군집위성이 궤도에서 제공할 관측 데이터는 그 정책이 실제 산업 경쟁력으로 이어지는지를 판가름할 첫 번째 결과물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