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스페이스=이종화 기자] CJ제일제당이 스페인 참치캔 브랜드 ‘칼보(Calvo)’를 국내에 공식 론칭하면서, 40년 넘게 동원F&B가 장악해온 참치캔 시장에 경쟁의 균열이 생길지 주목된다.
CJ제일제당은 12일 100% 스페인산 올리브유를 담은 ‘올리브오일 참치’와 100% 유럽산 해바라기유를 사용한 ‘해바라기유 참치’ 2종을 출시한다고 밝혔다. 참치·오일·소금 세 가지 원재료만 사용하고, 필름을 벗겨 여는 ‘Easy Flip’ 포장을 적용한 것이 차별점이다. CJ제일제당은 지난달 롯데홈쇼핑 첫 판매에서 약 2500세트가 1시간 만에 완판됐다고 밝혔다.
CJ제일제당의 두번째 참치시장 '출사표'
CJ제일제당의 참치시장 진출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이미 2011년 7월 ‘프레시안 워터 튜나(Water Tuna)’를 출시하며 국내 참치캔 시장에 진입했다. 기름 대신 물을 사용한 저지방·저칼로리 제품으로, 알바코어·프리미엄 통살·요리용 살코기 등 3종을 내놨습니다. 당시 CJ는 약 4000억원 규모로 평가되던 참치캔 시장을 공략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동원F&B의 유통망과 브랜드 장악력이 절대적이었고, ‘기름 참치’에 익숙한 소비자에게 물 담금 참치의 담백한 콘셉트가 크게 확산되지 못했다. 결국 소비자 반응을 얻지 못해 CJ제일제당은 참치 통조림 시장에서 철수한 바 있다.
국내 참치캔 시장은 사실상 ‘동원 천하’로 불린다. 한국원양산업협회는 국내 참치 통조림 시장을 연간 약 3만8000톤, 매출 약 3441억원 규모로 추산했으며 동원F&B의 점유율을 82%로 제시했다. 대형마트 중심의 유통 구조도 뚜렷하다. 대형마트 판매 비중은 47.7%로 집계됐다. 시장조사기관 닐슨IQ코리아 자료를 인용한 보도에서도 동원F&B의 2024년 참치캔 점유율은 80%를 웃돌았고, 동원참치의 연매출은 5000억원 이상으로 집계됐다.
그러나 동원의 압도적 우위가 영구적이라는 뜻은 아니다. 2025년 상반기 동원참치의 국내 점유율은 79.0%로, 직전 반기 81.4%보다 2.4%포인트 하락했다. 단 한 개의 수입 프리미엄 브랜드가 이 변동을 심화시킬 것이라고 단언할 수는 없지만, 시장이 동원 중심의 ‘범용 기름참치’에서 다원화될 여지가 생기고 있음을 보여주는 신호도 감지된다.
‘프리미엄 오일’이 만드는 새 경쟁
칼보의 경쟁력은 단순히 ‘수입 참치’라는 데 있지 않다. 브랜드를 보유한 스페인 나우테라(Nauterra·옛 Grupo Calvo)는 2024년 매출 7억2700만유로를 기록했다. 전년보다 4.4% 증가한 수치다. 칼보는 스페인 참치 통조림 제조사 브랜드 부문 선두로 평가받고 있으며, 2024년 한 해에만 현지 소비자 가구 70만 곳 이상을 새로 확보했다.
칼보는 국내 주력 제품의 문법을 달리한다는 점에서 예의주시할 만하다. 기존 국내 참치캔 시장이 기름담금 살코기참치 중심으로 형성된 반면, 칼보는 오일을 단순 보존액이 아니라 맛과 조리 경험의 핵심으로 내세운다. 국물을 버리지 않고 샐러드, 샌드위치, 파스타에 쓰도록 설계한 제품이다. 칼보가 3000만유로를 투자해 만들어낸 Easy Flip은 기존 금속 캔 뚜껑과 달리 필름을 벗기는 방식이며, 회사는 이 포장 기술을 ‘Real Peel’ 기술 기반이라고 소개한다.
국내 소비자 반응은 초기 단계다. 인스타그램과 숏폼 콘텐츠에서는 올리브유 풍미, 샐러드·브런치 활용성, 손 베일 위험이 적은 개봉 방식을 강조하는 게시물이 이어지고 있다. 홈쇼핑 2500여 세트 완판 역시 유의미한 출발이지만, 대규모 소매시장 점유율 변화로 연결됐다고 판단하기에는 판매기간과 공급 물량이 제한적이다.
동원참치가 마주한 세 가지 부담
당장 동원F&B가 시장지배력을 잃을 가능성은 낮다. 연 5000억원 이상의 브랜드 매출, 폭넓은 유통망, 선물세트·가정간편식·조미료로 이어지는 높은 브랜드 인지도는 후발주자가 단기간에 넘기 어려운 진입장벽이다. 하지만 칼보의 국내 진입은 동원참치가 그동안 누적해 온 가격·용량·품질 신뢰의 부담을 다시 부각시킬 수 있다.
첫째는 가격 부담이다. 동원F&B는 꾸준히 가격을 인상했고, 참치 원어, 식용유, 물류비 등 원가 상승을 인상 배경으로 들었다. 원가 압력 자체는 업계 공통의 문제였지만, 시장지배적 브랜드의 연속 인상은 소비자에게 대체재 탐색의 계기가 될 수 있다.
둘째는 ‘슈링크플레이션’ 논란이다. 동원F&B는 2023년 편의점 등에서 판매하던 라이트스탠다드 100g 제품을 90g으로 변경하면서도 편의점 판매가격 3300원을 유지했다. 회사는 소용량 선호와 채널별 가격정책을 이유로 들었지만, 소비자 입장에서는 중량이 10% 줄어든 만큼 단위가격 상승으로 체감될 수밖에 없다. 칼보가 원재료 단순화와 오일 품질을 앞세울 경우, 동원은 가격이 아니라 제품당 원재료·중량·영양성분·조리 편의성을 더 투명하게 비교받게 될 가능성이 있다.
셋째는 품질 신뢰의 관리다. 동원참치에는 과거 이물 관련 사건이 있었다. 칼날로 추정되는 이물질 신고 뒤 동일 날짜·동일 생산라인의 라이트스탠다드 및 프리미엄 참치캔을 자발적으로 리콜했다. 2016년에는 검은색 이물질 신고가 급증하자 식품의약품안전처가 특정 기간 위탁생산된 동원마일드참치의 유통·판매를 잠정 금지했고, 결국 약 117만 캔을 회수하겠다고 밝혔다. 당시 회사는 고열 공정 중 일부 성분이 검게 변색된 것으로 인체에 무해하다고 설명했다.
수입 프리미엄 브랜드가 ‘세 가지 원재료’, ‘오일을 버리지 않는 참치’, ‘안전한 개봉’을 집중적으로 내세울 때, 과거 이물 회수 경험같은 식품 안전 이슈는 발생 시점이 오래됐더라도 소비자 신뢰 관리의 과제로 동원 참치가 재소환될 수 있다.
참치시장 ‘점유율 지각변동’의 조건
시장점유율 관점에서 칼보의 첫 번째 타깃은 동원참치 전체가 아니라 올리브유·샐러드·고단백 식단·홈브런치 수요가 겹치는 프리미엄 세그먼트가 될 가능성이 높다. 특히 한국 원양산업협회는 태국 등 동남아 제품은 가격 경쟁력, 이탈리아 등 유럽산 제품은 프리미엄 브랜드 전략을 앞세워 점유율을 넓히고 있다고 진단했다. 국내 참치 통조림 산업이 이젠 본격적으로 수입 제품과의 경쟁에 직면했다는 분석이다.
CJ제일제당의 강점은 칼보를 단순 수입 상품으로 두지 않고 CJ더마켓, 컬리, 쿠팡, B마트 등 온라인 채널과 대형마트·백화점으로 동시 확장할 수 있다는 데 있다. 출시 초기에는 CJ더마켓에서 최대 40% 할인 행사를 진행해 가격 진입장벽을 낮추고 있다. CJ제일제당이 보유한 햇반·샐러드·소스·간편식과의 교차 판촉까지 본격화할 경우, 동원F&B에는 ‘참치캔 브랜드’가 아니라 건강식·간편식 식단 안에서 경쟁해야 하는 국면이 열릴 수 있다.
결국 이번 경쟁의 핵심은 ‘누가 더 많은 참치캔을 파느냐’보다 ‘참치캔을 어떤 식품으로 재정의하느냐’에 있다. 동원참치가 오랜 기간 구축한 대중성과 유통 지배력에 맞서, CJ제일제당과 칼보는 원재료 단순성·오일의 풍미·유럽산 프리미엄·개봉 편의성을 내걸었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CJ제일제당은 칼보를 통해 ▲할인 종료 뒤의 반복구매율 ▲동일 중량 기준 실구매가격 ▲대형마트 상시 진열률 ▲온라인 리뷰의 품질·재구매 평가 ▲프리미엄 오일 참치 카테고리의 실제 매출 확대를 증명해야 하는 과제가 우선이다"면서도 "최근의 헬시플레저 열풍과 함께 파인다이닝 니즈와 고객 마음까지 잡는다면, 동원의 참치시장 점유율에 유의미한 타격은 충분히 가능할 것으로 보여진다"고 의견을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