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스페이스=이은주 기자] 국내 단일종목 레버리지·인버스 ETF가 상장된 지 약 두 달 만에 증권사 위탁매매 수수료 수익이 893억5000만원에 이른 것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자산운용사의 운용보수 수익 36억6500만원보다 약 24.4배 많은 규모다. 상품을 설계·운용하는 운용사보다 거래를 중개하는 증권사가 훨씬 큰 몫을 가져가는 구조가 초기 시장에서 뚜렷하게 나타난 셈이다.
김재섭 국민의힘 의원실이 금융감독원에서 제출받아 11일 공개한 자료를 토대로 mbn 단독 보도에 따르면, 단일종목 레버리지·인버스 ETF가 처음 상장된 5월 27일부터 7월 31일까지 증권사 36곳의 위탁매매 수수료 수익은 총 893억5000만원이었다. 증권사 한 곳당 평균 24억8194만원을 벌어들인 계산이다. 이 기간을 상장일 포함 66일로 단순 환산하면 증권사 전체가 하루 약 13억5000만원, 개별 증권사가 하루 평균 약 3750만원의 수수료 수익을 올린 셈이다.
이번 상품군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의 일간 등락률을 대체로 두 배로 추종하도록 설계됐다. 5월 27일 국내 시장에 단일종목 기반 레버리지·인버스 상품 16종이 상장됐고, 운용사 8곳이 경쟁에 뛰어들었다. 출범 당시 운용보수는 미래에셋자산운용 상품이 연 0.0901% 수준으로 가장 낮았고, 삼성자산운용 상품은 연 0.29%로 약 3.2배 차이를 보였다.
문제는 투자자가 일상적으로 확인하는 운용보수율만으로는 전체 비용을 파악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운용보수는 ETF 순자산에서 매일 나눠 차감되는 비용인 반면, 위탁매매 수수료는 투자자가 사고팔 때마다 발생한다. 특히 일일 수익률의 두 배를 추종하는 상품은 장기 보유보다 단기 매매 수요가 커지기 쉬운 구조여서, 회전율이 높아질수록 증권사 수수료 수입은 운용보수보다 빠르게 늘어날 수 있다.
이번에 공개된 수치만 비교하면 893억5000만원을 36억6500만원으로 나눈 값은 약 24.38배다. 운용보수가 “상품을 보유한 시간”에 따라 누적된다면, 위탁 수수료는 “얼마나 자주 사고팔았는지”에 따라 커진다. 레버리지 ETF 시장에서 비용의 중심이 상품 자체의 연간 보수보다 투자자의 매매 행동으로 이동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운용보수 경쟁과 거래 수수료의 역전
자산운용사들이 초기 시장점유율 확보를 위해 보수 인하 경쟁을 벌인 것과 달리, 증권사 수익은 거래 빈도에 비례해 확대됐다. 금융감독원이 국회에 제출한 자료상 16개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의 5월 27일~7월 28일 잠정 운용보수는 36억6500만원이었다. 삼성자산운용은 ‘KODEX 삼성전자 단일종목 레버리지’와 ‘KODEX SK하이닉스 단일종목 레버리지’ 2개 상품에서 30억2900만원을 거둬 전체의 약 83%를 차지했다.
특히 893억5000만원은 거래대금이 아니라 증권사가 얻은 위탁매매 수수료 수익이다. 거래대금을 역산하려면 증권사별 실제 적용 수수료율, 무료·할인 계좌 비중, 유관기관 제비용 포함 여부가 필요하다. 현재 공개된 숫자만으로 거래대금이나 투자자 손실액을 단정하는 것은 무리다. 반대로 말하면, 당국이 상품별 거래대금만 제시하고 고객이 실제 부담한 매매비용을 충분히 공개하지 않는다면 투자자는 총비용을 정확히 비교하기 어렵다.
위험 경고 뒤따른 규제 강화
당국은 출범 전부터 이 상품을 고위험 상품으로 분류했다. 금융위원회는 신규 투자자에게 일반교육 1시간과 심화교육 1시간 등 총 2시간의 사전교육 및 기본예탁금 1000만원을 요구했고, 손실 감내 범위 안에서 투자해야 한다고 안내했다.
그러나 출시 후 변동성이 커지자 규제는 더 강화됐다. 금융위원회는 7월 16일 신규 상장을 잠정 중단하고 광고를 금지했으며,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의 기본예탁금을 현금 3000만원으로 상향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기존에는 주식·ETF·채권 같은 대용증권을 인정비율 70%로 반영해 1000만원 요건을 충족할 수 있었지만, 개편 후에는 대용증권을 인정하지 않고 현금만 인정하도록 했다.
금융위는 이어 해당 조치를 7월 31일부터 조기 시행해, 현금 3000만원을 넘게 보유한 투자자만 국내외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을 신규 매수하거나 추가 매수할 수 있도록 했다. 투자 접근성을 낮추는 규제 강화는 상품의 위험성이 단순한 사전교육이나 1000만원 예탁금만으로 관리되기 어려웠다는 정책적 판단으로 읽힌다.
‘낮은 보수’가 ‘낮은 비용’은 아니다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는 보수율만 보면 일반 ETF와 큰 차이가 없어 보일 수 있다. 실제 일부 상품은 연 0.1% 안팎의 총보수를 내세웠다. 하지만 투자자가 부담하는 비용은 연간 보수율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매수·매도 수수료, 호가 스프레드, ETF 시장가격과 순자산가치 간 괴리, 그리고 일일 재조정에 따른 누적 성과 왜곡 가능성까지 함께 봐야 한다.
예컨대 기초주가가 첫날 10% 하락한 뒤 다음 날 11.1% 상승해 원래 가격으로 돌아왔다고 가정해 보자. 기초주식은 누적으로 제자리지만, 일간 수익률의 두 배를 추종하는 레버리지 상품은 첫날 20% 하락 후 다음 날 약 22.2% 상승해도 원금에 미치지 못한다. 여기에 잦은 매매가 더해지면 위탁 수수료가 누적된다. 레버리지 상품의 위험은 ‘두 배 수익’의 가능성뿐 아니라, 변동성 장세에서 복리효과와 매매비용이 함께 손실을 확대할 수 있다는 데 있다.
따라서 이번 893억5000만원은 단지 증권업계의 단기 수익 기록으로만 볼 사안이 아니다. 상품 출시 후 두 달여 만에 운용보수의 24배가 넘는 중개 수수료가 발생했다는 것은, 국내 단일종목 레버리지 시장의 초기 경쟁이 운용 역량이나 장기 성과보다 단기 거래 회전과 주문 유치에 기울었을 가능성을 제기한다.
정책당국과 증권사는 상품별 거래대금, 매수·매도 회전율, 고객군별 수수료율, 무료수수료 적용 비중, 스프레드, 괴리율, 투자자 실현·평가손익을 같은 기준일로 묶어 공시할 필요가 있다. 투자자에게 필요한 것은 “연 0.09%”라는 보수율 광고가 아니라, 한 번의 거래와 반복 매매를 거친 뒤 실제로 얼마를 비용으로 냈는지 확인할 수 있는 총비용 정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