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스페이스=김정영 기자] 대한항공이 미국 항공 모빌리티 기업 아처 에비에이션과 군용 AAM(첨단항공모빌리티)을, 미국 AI 방산기업 안두릴과 자율형 무인기를 각각 추진하는 가운데 아처와 안두릴이 독자 공동개발 플랫폼을 먼저 공개하면서 한·미 방산 협력의 주도권 구도에 새로운 질문이 던져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아처와 안두릴이 대한항공과 별도 협력을 이어가면서도 독자 공동 플랫폼을 먼저 공개한 데 대해 대한항공의 역할이 제한된 것 아니냐는 해석을 내놓는다. 그러나 공개 계약과 시간표를 검토하면 ‘뒤통수’나 ‘배제’로 단정할 근거는 아직 확인되지 않는다.
아처와 안두릴의 결합은 대한항공의 협력 발표 이후에 만들어진 구도가 아니다. 양사는 2024년 12월 핵심 국방 임무를 겨냥한 하이브리드 추진 수직이착륙기(VTOL)를 공동개발하는 독점 파트너십을 발표했다. 당시 아처는 방산사업과 일반 운영자금 확보를 위해 4억3000만달러의 추가 지분투자를 유치했으며, 누적 조달액은 약 20억달러라고 밝혔다.
이 선행 계약을 바탕으로 양사는 2026년 7월 영국 판버러 국제에어쇼에서 공통 플랫폼의 군용 모델 ‘썬더(Thunder)’와 상용 모델 ‘헤일로(Halo)’를 공개했다. 두 기체는 기체 구조, 직렬형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 핵심 시스템을 공유하면서 군용·상용의 서로 다른 임무 프로파일에 맞춰 구성되는 파생형이다. 썬더는 유인 공격·강습헬기와 협동하거나 독립 임무를 수행하도록 설계된 대형 자율 공격 회전익기이며, 첫 비행 목표 시점은 2027년이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이 플랫폼이 대한항공·아처 간 협력 대상으로 거론되는 유인 eVTOL ‘미드나잇’의 단순 군용 개조형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아처는 헤일로와 썬더를 자사의 약 8년간 eVTOL 개발·시험 경험을 바탕으로 새로 설계한 기체라고 설명했다. 따라서 ‘대한항공이 미드나잇을 한국군형으로 개조하는 AAM 사업’과 ‘아처·안두릴이 공동개발한 자율 하이브리드 VTOL 플랫폼’은 기술적 연계 가능성은 있어도 현재로선 계약 구조와 제품 단계가 다른 두 사업이다.
대한항공의 안두릴 협력도 실체는 분명하다. 양사는 2025년 4월 자율형 무인기 개발 MOU를 체결했고, 같은 해 8월 한국형 무인기 공동개발, 안두릴 제품의 면허생산 및 아시아·태평양 수출, 한국 내 ‘Arsenal South Korea’ 생산기지 검토를 포함한 협력합의서(TA)를 맺었다. 이는 단순 판매 대리점 계약보다 진전된 형태이지만, 최종 계약과 물량, 생산비중, 기술이전 범위, 수출 권역별 권한은 공개되지 않았다.
반면 아처·안두릴 공동 플랫폼에서 공식적으로 이름을 올린 헤일로의 전략적 출시 파트너는 대한항공이 아니라 일본 마루베니 에어로스페이스다. 마루베니와의 협력은 시장조사, 활용처 발굴, 향후 도입을 대상으로 하며, 아처는 추가 파트너를 연내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이것은 대한항공이 해당 플랫폼의 우선 도입자나 독점 생산 파트너로 지정되지 않았음을 뜻하지만, 대한항공이 기존 아처·안두릴 프로젝트에서 제외됐다는 증거까지 제공하지는 않는다.
다만 대한항공을 단순한 ‘여러 후보 중 하나’로만 규정하기에도 공개 계약은 만만치 않다. 아처는 2025년 10월 대한항공을 한국 내 미드나잇 eVTOL 도입의 독점 파트너로 선정했으며, 대한항공은 최대 100대 구매를 계획한다고 발표했다. 양사는 정부 사업을 시작점으로 미드나잇 기반 AAM의 상용화와 공동개발을 추진하기로 했고, 초기 국방 활용처로는 물자 보급과 인력 수송 등이 제시됐다.
즉 대한항공은 아처·안두릴의 썬더·헤일로 공동 플랫폼에는 아직 공식 파트너로 등장하지 않았지만, 미드나잇 사업에서는 한국 시장의 독점적 도입 창구라는 별도의 지위를 확보한 셈이다.
안두릴의 한국 전략 역시 대한항공 단일 채널에 의존하는 모습과는 거리가 있다. 안두릴은 서울에 첫 한국 사무소를 열고 전 보잉코리아 사장 권한대행인 존 킴을 한국 총괄로 임명했다. 회사는 향후 국내 방산기업과의 협력을 확대하겠다고 밝혔고, 공개 보도상 협력 대상에는 대한항공 외에도 HD현대, 현대로템 등이 포함된다.
결국 현재의 구도는 ‘대한항공이 앵커 파트너에서 후보군으로 밀려났다’고 단정할 단계는 아니다. 다만 아처와 안두릴은 썬더·헤일로의 공통 플랫폼 개발을 직접 주도하고, 한국에서는 대한항공을 포함한 복수 기업과 생산·현지화·운용 협력을 병행하고 있다. 다만 각 기업의 설계권, 소프트웨어 접근권, 지역별 판매권과 수익배분 구조는 공개되지 않았다.
항공방산업계 관계자는 "대한항공의 진짜 시험대는 한국형 무인기 공동개발의 최종 계약 체결 여부, 국내 생산 물량과 부품 국산화율, 소프트웨어·임무체계 접근권, 아태 수출권의 독점성, 그리고 썬더·헤일로 계열 플랫폼과의 실제 사업 연결 여부가 확인돼야 협력의 질을 평가할 수 있다"면서 "그 지표가 나오기 전까지 대한항공은 ‘미국 방산 신흥강자의 한국 진입 통로’일 수도, 아태 공급망의 핵심 생산·수출 거점이 될 수도 있는 양면적 위치에 서 있다"고 평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