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스페이스=이승원 기자] 중국이 로봇 개를 통해 향후 달 연구 기지를 순찰하고, 위험 요소를 사전에 탐지하며, 우주인이 과학적으로 가치 있는 암석을 찾는 작업을 보조하는 역할을 맡을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이는 실제 탑재나 배치가 확정된 사업이 아니라, 중국의 유인 달 착륙과 국제달연구기지(ILRS) 계획을 뒷받침하기 위해 제시된 운용 청사진이라는 점이다.
중국우주기술연구원(CAST) 연구진은 지난 7월 학술지 《Chinese Space Science and Technology》에 게재한 연구에서 우주비행사 3명과 지능형 로봇이 협업하는 달 표면 탐사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이 구상에서는 우주인 1명이 로봇 개 2대를 운용해 위험 지형과 이동 경로를 사전 정찰하고, 다른 1명은 암석 채취와 과학 관측을 수행한다. 세 번째 우주인은 밴 크기의 가압 로버 안에서 전체 임무를 조율하고 필요할 경우 다른 로봇을 통제한다. 연구진은 이 모델을 ‘우주인의 의사결정’과 ‘자율로봇의 작업 수행’을 결합하는 체계로 설명했다.
‘순찰견’이 아니라 달 현장 작업자
로봇 개의 핵심 가치는 인간이 우주복을 입고 직접 수행할 때 위험·시간·생명유지 자원이 크게 드는 작업을 분담하는 데 있다. 연구진이 제시한 역할에는 지형 정찰과 위험 탐지, 암석·수빙 탐색뿐 아니라 자원 채굴, 용암동굴 탐사, 현지 자원 기반 건설 지원, 기지 내 점검과 청소, 식물 관리, 식사 준비까지 포함된다. 고립된 달 환경에서 우주인과 대화하며 심리적 부담을 덜어주는 보조 역할도 거론됐다.
이는 중국이 로봇 개라는 단일 플랫폼을 도입한다기보다, 달 기지 운영을 사람이 감독하고 로봇이 반복·위험 업무를 맡는 분업체계로 재설계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다리가 네 개인 로봇은 바퀴형 로버가 접근하기 어려운 암석 지대, 경사지, 동굴 내부에서 이동 유연성을 가질 수 있다. 중국 베이징대 연구팀은 앞서 2025년 중국 헤이룽장성의 용암동굴과 유사 환경에서 달 탐사용 로봇 개 시제품 2종을 시험한 바 있어, 이번 청사진은 독립된 아이디어만이 아니라 관련 지상 시험과 맞물린 흐름으로 볼 수 있다.
달 남극이 핵심인 이유
중국의 로봇 운용 구상은 ILRS의 후보 지역인 달 남극과 직결된다. 달 극지의 영구음영지역(PSR)은 태양빛이 닿지 않아 수빙이 장기간 보존될 수 있는 곳이며, NASA의 달정찰궤도선(LRO) 분석은 수빙이 남극 주변의 대형 영구음영 분화구뿐 아니라 남위 77도 부근까지 넓게 분포할 가능성을 제시했다. 가장 차가운 지점은 75K, 섭씨 약 영하 198도 이하로 추정된다.
극저온은 수빙 보존에는 유리하지만, 로봇 운용에는 배터리 성능, 윤활, 센서 결빙, 통신, 열관리 측면에서 큰 부담이다. 달 표면은 햇빛 아래 약 섭씨 127도까지 올라갈 수 있는 반면 어둠 속에서는 약 영하 173도까지 떨어지며, 극지의 깊은 분화구에서는 영하 246도 이하가 관측됐다. 따라서 로봇 개 계획의 성패는 보행 성능 자체보다 극저온 전력계, 방진·방사선 내성, 자율항법, 지구와의 통신 지연 속 인간-로봇 협업을 얼마나 검증하느냐에 달려 있다.
탐사 성과를 기지 건설로 잇는 일정
중국의 달 계획은 단계적으로 구체화되고 있다. 중국국가항천국(CNSA)은 2024년 6월 창어 6호를 통해 인류 최초의 달 뒷면 시료 1,935.3g을 지구로 가져왔다. 중국은 이어 창어 7호를 통해 달 남극의 표면 환경과 토양, 수빙 존재를 조사하고, 창어 8호에서는 현지 자원 활용 기술을 검증한다는 계획을 제시해 왔다.
중국 유인우주국(CMSA)은 2030년 이전 중국 우주인의 달 착륙을 목표로 삼고 있다. 계획상 유인우주선과 달착륙선을 각각 별도의 발사체로 달 궤도에 보낸 뒤 도킹시키는 방식이며, 창정-10호, 멍저우 유인우주선, 란웨 달착륙선, 우주복, 유인 달 탐사차의 시제품 제작 및 지상시험이 진행 중이다.
ILRS는 2035년까지 달 남극에 기본형 기지를 구축하고 2040년대에 확장형 모델을 완성한다는 두 단계 계획이다. 2025년 기준으로 17개 국가·국제기구와 50곳 이상의 국제 연구기관이 참여 의사를 밝혔으며, 초기 기본형은 남극을 중심으로 약 100km 범위의 과학연구 역량을 갖추는 방향으로 제시됐다.
기술 과시보다 ‘운영비 절감’ 전략
이번 제안의 본질은 로봇 개의 외형이나 화제성보다, 제한된 유인 인력으로 기지를 어떻게 운영할 것인가에 있다. 달 착륙 인원은 제한적이고, 선외활동은 우주복·산소·전력·안전관리 비용이 동반된다. 중국 연구진이 우주인 3명 중 1명을 지휘·통제 역할에 두고, 로봇 개 2대를 정찰에 투입하는 구조를 상정한 배경도 여기에 있다.
그러나 현 단계에서 로봇 개의 질량, 전력원, 항속거리, 적재능력, 통신방식, 달 탑재 시점은 공개되지 않았다. 다시 말해 ‘중국이 로봇 개를 달에 배치하기로 확정했다’기보다는, 창어 7·8호와 2030년 이전 유인 착륙, 2035년 ILRS 기본형 건설을 잇는 과정에서 인간의 판단력과 기계의 자율성을 결합하려는 장기 운용 개념이 공개된 것으로 해석하는 것이 객관적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