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스페이스=이종화 기자] “휴대전화 플래시는 꺼주세요. 사진으로 담기 어려운 자연현상입니다. 카메라보다 눈에 많이 담아 가세요."
8월 6일 저녁, 경기 용인 에버랜드 로스트밸리 교육장 앞. 주키퍼의 짧은 안내가 끝나자 관람객들이 하나둘 휴대전화를 주머니에 넣었다. 잠시 뒤 실내 조명이 꺼졌고,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초록빛 점들이 천천히 모습을 드러냈다.
처음에는 한두 마리처럼 보였던 빛은 금세 숲 전체로 번졌다. 허공을 가로지르는 빛, 나뭇잎 위에 잠시 내려앉았다 다시 깜빡이는 빛. 반딧불이 1만3000여 마리가 만드는 장면은 화면으로 남기기보다 직접 눈으로 보는 편이 훨씬 선명했다. 여기저기서 “우와” 하는 짧은 탄성이 터졌고, 어린아이들은 어둠 속을 날아다니는 불빛을 따라 고개를 바쁘게 움직였다.
에버랜드의 ‘한여름밤의 반딧불이 축제’는 올해 처음 전면 무료로 운영된다. 에버랜드 입장객이라면 현장 선착순 대기로 참여할 수 있으며, 체험은 매일 오후 5시부터 9시까지 약 15분씩 진행된다. 7월 24일 시작한 축제에는 열흘 만에 2만명 이상이 찾았고, 보름 만에 누적 관람객 약 3만명을 기록했다.
체험은 단순히 반딧불이를 보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관람객들은 먼저 알, 애벌레, 번데기, 성충으로 이어지는 반딧불이의 한살이를 듣는다. 성충이 된 반딧불이가 빛을 내는 기간은 길어야 2주 남짓. 짝을 찾기 위해 빛을 내는 수컷은 날아다니고, 암컷은 한곳에 머물며 신호를 보낸다. “날아다니는 불빛 대부분이 수컷”이라는 설명을 들은 뒤 다시 체험장에 들어가면, 눈앞 풍경이 조금 다르게 보인다.
반딧불이 전담 수의사(?) 김진목 에버랜드 주키퍼는"15여명의 주키퍼들이 반딧불이 한마리의 발광을 위해 세심한 작업으로 1년간 공을 들였다"면서 "충격에 예민한 유충은 한 마리씩 옮겨야 할 정도로 섬세하게 다뤄진다"고 설명했다.
또 "깨끗한 물 뿐 아니라 먹이인 다슬기와 주변 생태계까지 갖춰져야 살아갈 수 있기 때문에 반도체공장에서 사용하는 미스트장비와 정수시설, 최적의 온도·습도를 관리하는 최첨단 시스템으로 반딧불이의 일생을 책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반딧불이의 여운이 남아 있을 때쯤, 다음 목적지는 사파리월드다. 조용한 전기버스가 방사장 안으로 들어서자 호랑이가 차량 가까이 다가와 주변을 살피고, 불곰은 큼직한 몸을 드러낸 채 천천히 길을 가로지른다. 낮의 사파리가 가족 나들이라면, 밤의 사파리는 조금 더 짜릿한 탐험에 가깝다.
‘나이트 사파리’에서는 낮에 그늘 아래 누워 있던 사자와 호랑이가 하나둘 움직이기 시작한다. 야행성인 맹수들은 저녁이 되면 활동량이 확연히 늘어나며, 관람객들에게 더욱 많은 볼거리를 제공한다. 사파리 안에는 현재 30마리의 동물이 나와있다.
정동희 에버랜드 동물원장은 “폭염 속 동물복지를 위해 사육장 곳곳에 쉘터와 그늘막을 설치하고, 습도 조절과 얼음과 비타민등의 영양제가 들어간 특식제공으로 체력관리도 강화하고 있다”며 “주키퍼들이 매일 건강 상태를 점검하고, 무더운 여름을 잘 이겨낼 수있도록 세심하게 관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프로그램은 매일 저녁 사파리월드에서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6월 12일 시작 후 열흘 동안 약 3만명, 운영 50일 만에 약 12만명이 탑승했다. 더운 오후보다 비교적 선선한 저녁에 동물을 만나려는 관람객이 몰린 결과다.
최근 공개된 아기 사자 ‘라온’도 놓치기 아쉽다. 지난 6월 태어난 수컷 라온은 출생 직후 어미를 잃어 현재 주키퍼들의 인공포육 아래 자라고 있다. 생후 두 달 무렵 몸무게는 5.5㎏을 넘겼으며, 이유식을 거쳐 고기를 먹기 시작한 단계다.
동물원은 폭염 기간 그늘막과 쉘터를 늘리고, 미스트·영양 관리와 건강 점검을 강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유리창 너머로 장난감을 물고 뛰어다니거나 호기심 가득한 표정으로 주변을 살피는 모습에 관람객들은 자연스럽게 발걸음을 멈춘다.
에버랜드의 여름밤 전략은 반딧불이, 나이트 사파리같은 동물 콘텐츠에만 머물지 않는다. 낮에는 워터 페스티벌, 해 질 무렵에는 반딧불이와 사파리, 밤에는 워터 디제잉 파티 ‘밤밤 서머 나이트’, 문라이트 퍼레이드, 불꽃쇼로 동선을 잇는다.
금요일과 토요일에는 운영시간을 오후 11시까지 연장하고, 광복절 연휴인 14일부터 16일까지도 같은 시간까지 야간 개장을 확대한다. 오후 6시 이후 입장 가능한 야간권을 별도로 운영하는 것도 폭염 속 시간대 수요를 겨냥한 조치다. 낮에는 햇볕을 피해 쉬었다가, 해 질 무렵부터 천천히 입장해도 충분히 즐길 거리가 이어진다.
폭염은 동물원 동물과 테마파크에 위기이지만, 동시에 체류 방식의 재편을 요구하는 변수이기도 하다. 한낮의 스릴과 물놀이만으로는 길어진 여름을 버티기 어렵다. 에버랜드는 그 빈자리를 반딧불이의 미세한 빛, 밤에 움직이는 맹수, 공연과 불꽃으로 채우고 있다.
더위를 피하기 위해 찾은 밤이 어느새 목적지가 되는 것, 에버랜드가 보여주는 변화는 바로 그 지점에 있다. 올여름 에버랜드에서 가장 먼저 기억에 남는 것은 롤러코스터의 속도보다, 어둠 속에서 조용히 반짝이던 작은 불빛일지 모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