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스페이스=이종화 기자] 사무실 복귀 명령은 협업과 혁신을 위한 경영 판단일까, 아니면 리더가 잃어버린 통제력과 위계를 되찾으려는 시도일까.
abc, itmedia, cbc, tinbergen, MyImpact, innovativehumancapital에 따르면, 259개 포춘500 기업 CEO 분석부터 1,612명 무작위 실험까지, 최근 연구들은 단순한 ‘재택 찬반’을 넘어 일하는 방식과 조직 권력의 관계를 다시 묻고 있다.
“뉴욕 수준의 연봉을 받고 싶다면 뉴욕에서 일해야 한다.” 코로나19 이후 원격근무를 둘러싼 논쟁에서 반복돼 온 이 같은 발언은 표면적으로는 생산성, 협업, 기업문화의 언어를 사용한다. 그러나 실제로 사무실 복귀를 가장 강하게 요구하는 리더가 무엇을 우려하는지는 별개의 질문이다. 최근 조직심리학 연구는 일부 리더의 원격근무 반대가 업무 성과 자체보다 권력과 지위, 인정 욕구와 연결될 수 있다는 결과를 내놓았다.
핵심은 ‘재택근무가 항상 더 낫다’는 결론이 아니다. 대면 협업이 필수적인 업무, 현장 인력이 중심인 산업, 보안·장비·교육 문제가 큰 조직에서는 사무실 근무가 합리적일 수 있다. 다만 전면 출근을 요구하는 이유가 성과지표가 아니라 리더의 통제 욕구라면, 조직은 인재 유지와 신뢰, 생산성 모두에서 더 큰 비용을 치를 수 있다는 경고다.
‘나르시시즘’이 예측한 원격근무 반대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의 마리사 샌델, 코트니 엘리엇, 애덤 그랜트 연구진은 올해 발표한 논문 「Worship Me at the Office Altar: Why Narcissistic Leaders Resist Remote Work」에서 리더의 자기애적 성향과 원격근무 반대의 연관성을 세 가지 연구로 검증했다. 논문은 ‘나르시시즘’을 임상적 진단명이 아니라 자신을 과도하게 높게 평가하고, 권력·특별대우·타인의 찬사에 민감한 성격 특성으로 다룬다.
첫 번째 연구에서 연구진은 포춘500 기업 CEO 259명을 분석했다. CEO의 연차보고서 사진 크기와 서명 크기, 보수 수준을 자기애 성향의 간접 지표로 삼고, 팬데믹 초기 공개 발언에서 원격근무를 얼마나 강하게 비판했는지를 대조했다. 그 결과 자기애 지표가 높은 CEO일수록 원격근무 저항이 높게 나타났으며, 이 관계는 권력과 지위에 대한 동기와 부분적으로 연결됐다. 다만 연구진은 의료·소매·물류처럼 현장근무가 필수인 산업에서는 이 해석을 그대로 적용하기 어렵다고 선을 그었다.
두 번째 연구는 미국의 관리자 359명을 대상으로 세 차례에 걸쳐 진행한 사전등록 설문조사였다. 리더의 자기애 성향이 강할수록 원격근무 반대가 커졌고, 그 사이에는 “타인을 통제하고 영향력을 행사하고 싶다”는 권력 동기와 “존경과 찬사를 받고 싶다”는 지위 동기가 작동했다. 특히 신뢰 수준, 외향성·성실성 등 빅파이브 성격특성, 마키아벨리즘과 사이코패시를 포함한 다른 다크 트라이어드 특성을 통제한 뒤에도 관계가 남았다는 점이 연구의 핵심이다.
세 번째는 리더 546명을 대상으로 한 실험이다. 연구진이 일시적으로 자기고양적 사고를 유도했을 때 원격근무에 대한 저항은 높아졌고, 그 경로는 지위 욕구보다 권력 욕구에서 더 뚜렷하게 나타났다. 즉, 이 연구가 제시하는 설명은 ‘원격근무가 게으름을 부른다’가 아니라, 비대면 환경이 일부 리더가 익숙하게 행사해온 통제 수단을 약화시킨다는 것이다.
사무실은 일터이자 ‘권력의 무대’
대면 환경에서는 직급과 권한이 물리적 공간에 새겨진다. 임원실의 크기, 좌석 배치, 회의실에서의 발언 순서, 복도에서의 우연한 마주침, 즉석 회의 소집은 모두 조직의 위계를 가시화한다. 반대로 화상회의와 메신저 중심의 원격 환경에서는 발언권과 정보 접근성이 일부 평준화되고, 직원은 카메라를 끄거나 메시지에 나중에 답할 수 있다. 직급이 높다는 사실만으로 즉각적인 주목과 복종을 확보하기 어려워지는 셈이다.
연구진은 이를 ‘미디어 풍부성’의 차이로 설명했다. 대면 소통은 표정·시선·목소리·공간 같은 비언어적 신호가 많아 권위와 친밀감, 압박을 동시에 전달하기 쉽다. 반면 원격 환경은 이런 신호를 줄이고, 리더가 구성원의 반응을 실시간으로 읽거나 통제하는 능력도 제한한다. 연구 논문은 자기애적 리더가 바로 이 지점에서 권력과 지위가 위협받는다고 인식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렇다고 모든 사무실 복귀 정책을 ‘상사의 자아’로 설명할 수는 없다. 신입사원 온보딩, 창의적 문제 해결, 암묵지 전수, 팀 간 조율은 대면에서 더 효율적일 수 있다. 실제로 2024년 Nature에 실린 연구는 관리자 집단에서는 하이브리드 근무가 퇴직률을 낮추는 효과가 뚜렷하지 않았다고 봤다. 관리자는 사람을 조율하고 관계를 형성하는 역할 비중이 크기 때문이다.
문제는 정책의 근거다. 출근 횟수를 늘리기 전에 기업은 “어떤 업무를, 어느 팀이, 어떤 성과를 위해 대면으로 해야 하는가”를 수치로 답해야 한다. 협업이 필요하다는 선언과 협업 성과가 실제로 개선됐다는 증거는 다르다.
성과보다 ‘유지율’에서 선명해진 차이
원격·하이브리드 근무의 성과 논쟁에서 가장 신뢰도 높은 근거 중 하나는 스탠퍼드대 니컬러스 블룸 연구팀이 중국 여행 플랫폼 트립닷컴 직원 1,612명을 대상으로 시행한 6개월 무작위 대조실험이다. 연구진은 한 집단에는 주 5일 출근을, 다른 집단에는 주 3일 출근·주 2일 재택을 적용했다.
결과는 단순했다. 하이브리드 근무자의 자발적 퇴직률은 전면 출근 집단보다 약 3분의 1 낮아졌고, 직무만족도는 높아졌다. 반면 이후 2년간의 인사평가와 승진, 컴퓨터 엔지니어의 코드 작성량에서는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불이익이 확인되지 않았다. 장거리 통근자, 여성, 비관리자에서 퇴직 감소 효과가 특히 컸다.
이 결과는 ‘재택근무가 생산성을 높인다’는 보편 명제가 아니라, 적어도 주 2일 재택·주 3일 출근이라는 설계가 성과를 훼손하지 않으면서 이직을 줄일 수 있다는 뜻이다. 흥미로운 점은 실험 전 관리자 395명이 하이브리드 근무가 생산성을 평균 2.6% 떨어뜨릴 것이라고 봤지만, 실험 뒤 인식은 평균 1.0% 개선 쪽으로 바뀌었다는 대목이다. 관리자의 직관과 실제 성과가 일치하지 않을 수 있음을 보여준다.
사무실 복귀 명령의 기업 성과도 냉정하게 볼 필요가 있다. S&P500 기업을 분석한 연구에서는 복귀 명령 뒤 직원 직무만족도는 유의하게 하락했지만, 재무성과나 기업가치가 유의하게 개선됐다는 증거는 확인되지 않았다. 연구진은 기업가치 제고 기대가 복귀 명령의 충분한 설명이 되지 않는다고 해석했다.
또 다른 연구는 링크드인 경력 이력으로 300만명이 넘는 기술·금융 인력의 이동을 추적해, S&P500 기업의 복귀 명령 이후 이직이 비정상적으로 늘어났다고 분석했다. 이탈은 여성, 고숙련 인력, 고위 경력자에서 더 두드러졌고, 공석을 채우는 기간은 길어지며 전체 채용률도 낮아지는 경향을 보였다.
한국 기업이 봐야 할 숫자
한국의 현실은 미국 빅테크와 같지 않다. 통계청의 2024년 8월 근로형태별 부가조사에 따르면 임금근로자 가운데 유연근무제 활용 비율은 15.0%였고, 전년보다 0.6%포인트 낮아졌다. 정규직은 20.1%가 유연근무제를 활용했다. 재택근무뿐 아니라 시차출퇴근제·선택근로제 등을 포괄한 수치이지만, 팬데믹 이후 유연한 근무 방식이 빠르게 일상화되지 못했음을 보여준다.
대기업의 재택근무도 축소 흐름을 보였다. 한국경영자총협회가 매출 상위 50대 기업 가운데 응답한 31개사를 조사한 결과, 2023년 당시 재택근무를 시행 중인 기업은 58.1%였다. 시행 기업 중 61.9%는 ‘필요 인원을 선별하거나 개별 신청을 받는 방식’을 택했고, 응답 기업의 64.5%는 앞으로 재택근무가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돌아갈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초기 도입기의 고용노동부 조사에서는 다른 신호도 나타났다. 5인 이상 사업장 인사담당자 400명과 근로자 878명을 대상으로 한 2020년 조사에서 재택근무 경험 근로자의 91.3%가 만족한다고 답했고, 73.9%는 업무효율이 높아졌다고 평가했다. 팬데믹이라는 특수 상황의 조사이므로 현재의 생산성 근거로 일반화할 수는 없지만, 한국 노동자가 유연근무를 일방적으로 ‘복지’로만 인식하지 않았다는 점은 확인된다.
‘출근 일수’가 아닌 ‘업무 설계’를 묻다
기업이 필요한 것은 전면 재택과 주 5일 출근의 이분법이 아니다. 우선 직무를 세 부류로 나눌 수 있다. 고객 접점·현장 운영·보안 업무처럼 대면이 필수인 일, 아이디어 발산·교육·의사결정처럼 대면의 효익이 큰 일, 그리고 문서 작성·분석·개발처럼 집중 근무가 가능한 일이다. 출근 정책은 이 구분을 토대로 설계돼야 한다.
둘째, 성과를 ‘얼마나 오래 사무실에 있었는가’가 아니라 산출물·품질·고객 만족·협업 지연·이직률로 측정해야 한다. 예컨대 팀별 하이브리드 근무를 6개월간 시험한 뒤 프로젝트 납기, 오류율, 회의 시간, 자발적 퇴사, 채용 소요 기간을 전면 출근팀과 비교하는 방식이다. 이때 관리자가 느끼는 통제감은 성과지표가 아니라 별도로 점검해야 할 리더십 변수다.
셋째, 사무실에 나오는 날의 목적을 분명히 해야 한다. 모든 직원이 같은 요일에 출근해 각자 화상회의만 하는 구조라면 통근의 비용은 남고 대면의 장점은 사라진다. 팀 단위 협업, 멘토링, 고객 미팅, 복잡한 의사결정처럼 ‘함께 있을 때만 생기는 가치’에 사무실 시간을 배치하는 것이 더 합리적이다.
사무실 복귀 논쟁의 본질은 재택근무를 허용할 것인가의 문제가 아니다. 리더가 구성원을 성과로 관리할 수 있는가, 아니면 눈앞에 두고 통제해야만 안심하는가의 문제에 가깝다. ‘출근하라’는 명령이 생산성의 언어를 빌릴 수는 있다. 하지만 기업이 정말 검증해야 할 것은 출근일 수가 아니라 그 명령이 성과·협업·인재 유지라는 세 가지 숫자를 실제로 개선했는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