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스페이스=이승원 기자] 일론 머스크가 그린 스페이스X의 다음 장은 화성이 아니라 달이다. 로봇이 먼저 달에 내려가 위성 공장을 짓고, 인간은 그 뒤를 따른다는 구상인데, 상장 후 첫 실적 발표라는 무게감 있는 자리에서 나온 발언이라 시장의 관심이 집중됐다.
일론 머스크는 스페이스X 최초의 공개 실적 발표를 통해 달에 인간형 로봇을 보내 공장과 산업 인프라를 구축하겠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그는 이 계획이 "완전히 미친 소리처럼 들릴 수 있다"고 인정하면서도, 결국 반드시 실현될 일이라고 강조했다.
teslarati, moneycontrol, wionews, notateslaapp에 따르면, 8월 4일(현지시각) 공개된 2분기 실적은 화려한 비전과 대조적으로 손실이 뚜렷했다. 매출은 78억달러로 전년 대비 92% 급증했고 조정 EBITDA는 35억달러를 기록했지만, 우주사업과 AI사업 부문에서 각각 5억4200만달러(약 7,715억원)와 12억5,700만달러(약 1조7,893억원)의 분기 손실이 발생했다. 이 손실은 스타링크 위성통신 중심의 통신사업 수익으로 상당 부분 상쇄됐고, 전체 영업손실은 1억4,300만달러(약 2,036억원)로 집계됐다. 우주 부문 매출은 9억6,200만달러였지만 스타십 개발 투자로 조정 EBITDA는 2억500만달러 손실을 냈다.
머스크가 실적 발표에서 밝힌 구상은 자율 로봇을 스타십에 실어 달 표토(레골리스) 층에 먼저 내려보내고, 이들이 태양광 기반의 '질량 가속기(mass driver)'를 포함한 인프라를 조립한다는 것이다. 이 가속기는 로켓 연료 없이 전자기력으로 화물을 달 표면에서 우주로 밀어내는 시스템으로, 달의 중력이 지구보다 약해 발사에 필요한 에너지가 지구 대비 약 20배 적다는 점이 경제성의 핵심 근거다.
계획은 단순한 발언이 아니라 지난 6월 IPO를 앞두고 제출한 규제 서류에도 구체적으로 담겼다. 서류는 "대규모 AI 컴퓨트 위성을 생산하는 공장"을 달 제조전략의 핵심 축으로 명시했고, 알루미늄·티타늄·실리콘 등 원자재를 달 표토에서 채굴해 위성 제작에 쓰겠다는 계획을 담았다. 반도체 등 핵심 부품은 지구에서 실어 나른다.
아스트로랩 CEO 재릿 매튜스는 "누구도 인간이 달에서 렌치를 들고 작업하는 노동력을 상상하지 않는다"며 공장 전체가 조립형 완전 로봇 시스템으로 구축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애리조나주 우주위원이자 팬텀스페이스 CEO인 짐 캔트렐은 테슬라의 휴머노이드 로봇 옵티머스가 그 노동력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물론 달 환경은 가혹하다. 미세하고 정전기를 띤 달 먼지는 태양광 패널 성능을 떨어뜨리고, 표면 온도는 영하 300도(화씨)에서 물의 끓는점 이상까지 요동친다. 텍사스A&M대 건설과학과 패트릭 수어먼 교수는 그럼에도 "달에서 제품을 생산한다는 발상 자체는 비현실적이지 않다"며, 미 항공우주국(NASA)이 2032년까지 원자로를 갖춘 상설 달 기지를 구축하겠다는 일정을 세운 점을 근거로 들었다.
달 공장 구상과 별개로 스페이스X는 엔비디아와의 파트너십을 통해 궤도 데이터센터 위성 '스타마인드 AI-1(Starmind AI-1)'을 공동 설계한다고 발표했다. 각 위성에는 엔비디아의 루빈 GPU와 베라 CPU가 탑재된다. 프로토타입 위성 시험은 2027년 상반기로 예정돼 있고, 개발이 순조로울 경우 같은 해 하반기부터 텍사스 바스트롭에 새로 짓는 '기가샛(Gigasat) 팩토리'에서 대량 생산에 들어간다. 위성 1기당 최대 150kW의 전력을 생산하며, 최종적으로 100만 대 규모 구성을 통해 총 150GW의 전력 생산 용량을 갖추는 것이 목표로 제시됐다.
레인메이커증권 매니징디렉터 그렉 마틴은 화성이 왕복 26개월에 걸리는 여정인 반면 달은 이틀 거리에 불과하다는 점에서 "투자자 입장에서 달이 훨씬 받아들이기 쉬운 목표"라고 평가했다. 전 스페이스X 엔지니어이자 튜리온스페이스 CEO인 라이언 웨스터달은 머스크의 일정이 "보통 몇 년씩 낙관적으로 어긋난다"면서도 데이터센터 위성과 핵융합 연료로 주목받는 헬륨-3가 달 사업의 실질적 수익 모델이 될 수 있다고 봤다.
NASA도 향후 7년간 달 기지 개발에 200억달러를 추가 투입하기로 한 상태다. 반면 캔트렐은 이번 구상을 "순전한 미친 소리(pure insanity)"라 부르면서도 "머스크는 결국 해낼 것"이라며 스페이스X를 하나의 "국가 건설" 프로젝트에 비유했다. 다만 아직 구체적인 건설 일정이나 비용 계획은 공개되지 않았다는 점은 여러 매체가 공통으로 지적하는 한계다.
발표 직후 스페이스X(티커 SPCX)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6.14% 오른 114.92달러에 거래됐고, 시가총액은 약 1조5,000억달러 규모로 형성됐다. 파트너로 언급된 엔비디아(NVDA)는 218.99달러로 소폭(-0.10%) 하락 마감했다. 6월 상장 이후 첫 실적 발표에서 나온 이번 구상은 손실 규모가 두 자릿수 억달러 단위임에도, 시장이 여전히 머스크의 장기 비전에 베팅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