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스페이스=김희선 기자]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유명 연예인을 앞세운 건강·미용 제품 광고 여섯 건을 잇달아 '허위·과장 광고'로 판정하며 30조원대 시장의 신뢰 기반을 흔들고 있다. 배우 유진·장나라, 방송인 장영란·서정희에 이어 가수 소유와 개그맨 홍현희까지, 국민에게 친숙한 얼굴들이 내세운 '효과'가 사실은 법이 금지한 과장이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식약처는 지난 6일 유진씨가 모델인 얼굴 마사지기 '듀얼소닉 옵티멈'(229만원)에 대해 '은은하게 리프팅'이라는 표현과 무단 사용된 의료기기 GMP 인증 마크를 문제 삼아 허위 광고로 판정했다. 장나라씨가 광고한 '풀쎄라 PRO'(40만~100만원)도 '안면 피부 리프팅 효과가 입증됐다'는 표현으로 소비자를 의료기기 수준의 효능이 있는 것처럼 현혹했다는 판정을 받았다.
장영란씨가 대표로 있는 업체의 다이어트제 '영라뉴'는 '위가 작아져 폭식이 불가능하다'는 문구를 사용했는데, 이 제품은 쿠팡 리뷰만 2,600개에 달할 만큼 이미 광범위하게 유통된 상태다. 서정희씨가 모델인 식용유 '올리브 올라이브 올리브오일'은 단순 식품임에도 '저속 노화를 돕는다'며 의약품 수준의 효능을 암시했다.
이보다 앞선 7월 22일에는 가수 소유씨가 모델인 다이어트 보조제('체지방 올 킬')와 홍현희씨가 모델인 종아리 마사지기('혈액순환 도움')도 같은 이유로 거짓·과장 광고 판정을 받았다. 문제는 적발 이후에도 홍현희씨의 압박 마사지기가 CJ올리브영 온라인몰에서 8만 6,000원에 여전히 판매되고 있었다는 점이다. 정부 제재가 시장에서 실질적 효력을 갖지 못한다는 방증이다.
이번 사태는 우연이 아니라 구조적 문제다.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식약처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건강기능식품 부당광고 적발 건수는 2022년 3,864건에서 2024년 4,406건으로 매년 증가했고, 2025년 8월 기준으로는 이미 5,214건을 기록해 역대 최다치를 넘어섰다.
최근 5년간 누적 적발 건수는 무려 2만 2,948건에 달하며, 이 가운데 질병 예방·치료 효능을 표방한 광고가 34%(7,710건)로 가장 많았고 거짓·과장 광고가 29%(6,660건)로 뒤를 이었다. 국내 건강기능식품 시장 규모는 연 6.4조원에 이르고 가구 구매경험률이 82.1%에 달할 만큼 대중화된 만큼, 허위 광고가 미치는 피해 범위도 그만큼 넓다는 뜻이다.
더 큰 문제는 처벌의 실효성이다. '건강기능식품에 관한 법률'은 위반 시 5년 이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 벌금을 규정하지만 실제 형사처벌로 이어지는 사례는 드물고, 과징금 상한도 관련 매출액의 2%에 불과해 대형 업체에는 '솜방망이'에 그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정부는 과징금 상한을 10%까지 높이는 입법을 추진 중이다.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는 이미 오래전부터 연예인 보증광고의 허위성에 엄격하다. FTC의 '보증 및 추천 가이드'는 연예인이라 해도 광고 내용이 허위이거나 근거가 없으면 광고주와 함께 개인적으로도 법적 책임을 진다고 명시하고 있다. 최근에는 광고주들이 관련 조항을 알고도 위반하면 위반 건당 최대 4만 3,792달러(약 6,000만원)의 징벌적 벌금을 부과할 수 있는 '처벌 권한'까지 발동하겠다고 700여 개 기업에 경고장을 보냈다.
국내에서도 2019년 공정거래위원회가 대가를 밝히지 않은 인플루언서 광고에 대해 최초로 7개 업체에 총 2억 6,9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한 바 있지만, 이번 사례들과 비교하면 제재 수준은 여전히 미미하다.
연예인의 얼굴은 신뢰의 상징이지만, 그 얼굴 옆에 붙은 문구가 법적으로 허용된 표현인지는 전혀 다른 문제다. '리프팅', '체지방 올킬', '혈액순환 도움', '저속 노화' 같은 표현은 일반 공산품이나 식품이 아니라 의료기기·의약품 수준의 검증을 요구하는 말들이다.
소비자단체 전문가들은 "소비자는 제품이 의료기기 인증(GMP)이나 건강기능식품 기능성 인정을 실제로 받았는지, 판매 페이지의 '식약처 인증' 문구가 진짜인지 직접 확인하는 습관이 필요하다"면서 "정부의 접속 차단과 행정처분이 실효성을 가지려면, 적발 이후에도 버젓이 판매를 이어가는 유통망에 대한 후속 점검이 병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