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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테크

[빅테크칼럼] "정치인보다 AI 챗봇 더 신뢰" AI 우수성 보다 정치권 실망이 더 큰 이유…신뢰 이전 현상과 선거 민주주의에 던지는 경고

 

[뉴스스페이스=김정영 기자] 사람들은 선출된 정치인보다 AI 챗봇을 더 신뢰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전 세계 유권자들이 선출직 정치인보다 AI 챗봇을 더 신뢰한다고 답한 설문 결과가 잇따라 발표되면서, 민주주의 제도에 대한 불신이 얼마나 깊어졌는지를 보여주는 구체적인 수치들이 쌓이고 있다. 진짜 문제는 이 신뢰가 AI의 우수성이 아니라 정치권에 대한 극심한 실망에서 비롯됐다는 점이다.

 

숫자로 확인된 신뢰의 붕괴

 

블룸버그 8월 5일(현지시간) 보도에 따르면, 글로벌 AI 연구단체 컬렉티브 인텔리전스 프로젝트(CIP)가 70개국 6,000명 이상을 대상으로 7차에 걸쳐 실시한 조사에서, 응답자의 58%가 AI 챗봇을 선출직 대표보다 더 신뢰한다고 답했다. AI에 대한 신뢰도는 종교 지도자, 기업, 공무원보다 높게 나타났고 가정의와 공공 연구기관만이 AI보다 앞섰다. 정부 대신 AI가 결정을 내리는 것이 더 나을 것이라는 응답도 37%에 달했으며, 세금·허가·면허 같은 지역 행정 사안에서 AI의 의사결정 지원을 선호한다는 응답은 절반에 가까웠다.

 

이 같은 인식은 각국의 개별 여론조사에서도 뒷받침된다. 영국 앨런튜링연구소 산하 신흥기술안보센터(CETaS)의 조사에서는 영국민의 59%가 "어떤 정당의 정치인도 진실을 말하리라 거의 믿지 않는다"고 답했다. 미국에서는 지난 6월 마케트 로스쿨 여론조사에서 성인의 63%가 연방정부를 "가끔만" 신뢰한다고 답했고, "항상 또는 대부분 신뢰한다"는 응답은 18%에 불과했다. 4월 발표된 하버드 청년여론조사(52차)에서는 18~29세 응답자의 33%만이 2026년 중간선거가 공정하게 치러질 것이라 믿었으며, 연방정부에 대한 신뢰는 15%로 이 조사가 시작된 이래 최저치를 기록했다.

 

챗봇이 채운 정치의 빈자리


이 같은 신뢰 이전 현상의 배경으로 전문가들은 챗봇의 심리적 매력을 지목한다. 뉴욕대 정신·윤리·정책센터의 제프 세보 소장은 블룸버그 보도를 인용한 클린테크니카 기사에서 "챗봇은 항상 이용 가능하고 한 명의 사용자에게만 집중하며 인내심 있게 모든 질문에 답한다"며 "반면 정치인은 흔히 거리감 있고 무반응적이며 자기 이익만 좇는 것으로 비친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이런 인식은 실험을 통해서도 확인됐다. 독일 파사우대 연구팀이 영국 BBC1 토론 프로그램 '퀘스천 타임' 발언을 바탕으로 GPT-4 터보가 생성한 정치인 흉내 답변과 실제 인간 답변을 영국 성인 948명에게 비교하도록 했더니, 참가자 대부분이 AI가 만든 답변을 실제 정치인의 발언보다 더 진정성 있고 일관되며 질문에 부합하는 것으로 평가했다. 이 차이는 모든 평가 항목에서 통계적으로 유의미했다.

 

그러나 챗봇도 완벽하지 않다


문제는 이런 높은 신뢰가 실제 정확성과는 거리가 있다는 점이다. 영국 시민단체 데모스(Demos)가 2026년 스코틀랜드 지방선거를 앞두고 챗GPT, 구글 제미나이, 구글 AI오버뷰, 그록, 레플리카 등 5개 서비스를 하루 동안 테스트한 결과, 전체 응답의 34.1%가 사실 오류를 포함했다. 선거일을 잘못 안내하거나 존재하지 않는 후보를 만들어내고, 있지도 않은 스캔들을 지어내는 경우도 있었다. 같은 조사에서 영국 성인의 47%는 챗봇의 부정확한 선거 정보를 우려했고, 49%는 챗봇을 소셜미디어와 마찬가지로 신뢰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한국 여론조사에서도 비슷한 양면성이 드러났다. 한국일보가 소개한 조사에서는 대화형 AI에 대한 전반적 신뢰도가 37%였으나, "AI가 정치적으로 편향될 수 있다"는 안내를 받은 뒤에는 신뢰도가 26%로 떨어졌다. 로이터저널리즘연구소의 '2026 디지털 뉴스 리포트'도 유사한 간극을 보여준다. 뉴스용 AI 챗봇 주간 이용률은 전년 7%에서 10%로 늘었지만, 챗봇이 전달하는 뉴스에 대한 신뢰도는 세계 평균 20%에 불과했고 영국은 6%로 가장 낮았다. 같은 조사에서 전체 뉴스 신뢰도 역시 37%로 집계 이래 최저치를 기록했다.

 

선거 민주주의에 던지는 경고


이 같은 신뢰 이전 현상은 신생 민주주의 국가에서 더 큰 위험 요인으로 지목된다. 2027년 총선을 앞둔 케냐에서는 디지털 환경에 익숙한 젊은 유권자 수백만 명이 공식 선거 정보보다 챗봇에 의존할 가능성이 큰데, 이미 2022년 총선에서도 딥페이크와 AI 봇, 미세타깃 허위정보 캠페인이 유권자를 오도한 사례가 확인된 바 있다. 오슬로센터 보고서는 세대적으로 부상하는 Z세대 유권자층을 감안할 때 AI발 허위정보 대응이 이전보다 훨씬 시급하다고 경고했다.

 

CETaS 역시 이전 연구에서 AI가 선거 결과를 직접 뒤집었다는 결정적 증거는 아직 없지만, 선거 전 단계에서 후보자 명예를 훼손하거나 유권자 태도를 조작하고 투표일 임박 시 정보 공간을 교란하며 선거 후에는 결과 자체의 정당성을 훼손하는 방식으로 민주적 신뢰를 잠식하는 2차적 위험이 크다고 지적했다. 결국 정치인에 대한 불신이 알고리즘에 대한 막연한 신뢰로 전이되는 현상은, AI 기술 자체에 대한 지지라기보다 기존 정치 시스템에 대한 국제적 거부 반응의 다른 이름일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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