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스페이스=김희선 기자] 행동주의펀드 쿼드자산운용이 영원무역에 2차 공개 주주서한을 검토하는 가운데, 영원무역이 국세청 특별세무조사와 오너 일가 보수 논란까지 겹친 복합 리스크에 직면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행동주의 이슈가 부각된 가운데 6일 영원무역 주가는 전 거래일보다 7.71% 오른 9만5000원, 지주사 영원무역홀딩스는 6.90% 오른 20만3000원으로 동반 상승했다.
두 달간의 공방, 무엇이 오갔나
쿼드자산운용은 지난 6월 30일 영원무역 의결권 있는 보통주 1.7%(75만5935주)를 보유한 주주 자격으로 57쪽 분량의 공개서한을 이사회에 보냈다. 요구사항은 세 가지로 ▲총주주환원율 70% 확대 ▲불합리한 내부거래 제거 ▲성과와 연동된 경영진 보상체계 구축이었다. 회신 기한은 7월 31일로 제시됐다.
영원무역은 기한을 지켜 답변서를 보냈지만 외부에는 공개하지 않고 쿼드운용에만 전달했다. 쿼드운용은 답변 내용을 검토한 뒤 "문제 해소에는 부족하다"고 판단, 추가 설명을 요구하는 2차 공개서한의 구체적 내용과 공개 시점을 검토 중이다. 영원무역이 보낸 비공개 답변서 자체를 공개할 수 있는지도 살펴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헐값 매각, 그리고 갑작스러운 흑자 전환
행동주의펀드 쿼드자산운용이 영원무역에 보낸 첫 공개서한에서 '불필요한 내부거래'의 대표 사례로 지목한 곳은 방글라데시 소재 시스템통합(SI) 법인 텍스타일벤처스, 정식 명칭 텍비전(BD)리미티드(Tekvision BD Limited, TVL)다. 2019년 설립된 이 회사는 창사 이래 단 한 번도 매출을 낸 적이 없었다. 영원무역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 말 기준 TVL의 자본총계는 마이너스 28억원으로 완전자본잠식 상태였고, 영원무역이 자회사로 보유하던 기간 누적 순손실은 약 30억원에 달했다.
영원무역은 2025년 1분기 이 부실 자회사의 지분을 영원무역홀딩스(51%)와 성래은 영원무역그룹 부회장(49%)에게 넘겼다. 매각 대금은 단 1억2000만원이었다. 자본총계가 마이너스인 회사를 사실상 헐값에 오너 일가와 지주사 측에 넘긴 셈이다.
그런데 소유주가 바뀌자 회사의 실적은 극적으로 달라졌다. TVL은 2025년 2분기부터 영원무역과 거래를 시작해 그해 연간 매출 96억원, 당기순이익 38억원을 기록했다. 창사 이래 첫 흑자였고, 매각 1년 만에 자본잠식도 해소됐다. 문제는 이 실적의 기반이다. 96억원 매출 가운데 95억원, 즉 99%가 영원무역과의 거래에서 나왔다.
독자적인 외부 매출 기반은 전혀 없이 영원무역이 몰아준 일감만으로 만들어진 숫자였다. 영원무역 사업보고서의 특수관계자 거래 내역에도 2025년 TVL과의 거래에서 발생한 기타비용 95억2695만원이 그대로 잡혀 있다.
거래만 밀어준게 아니다…자금까지 지원했다
거래 규모만 늘어난 게 아니다. 영원무역은 TVL에 자금까지 대줬다. 매각 전까지 전혀 없던 대여금이 2025년 들어 새로 생겼는데, 한 매체 집계로는 연말 기준 영원무역이 TVL에 지급하지 않은 미지급 대금이 89억원, 별도로 빌려준 대여금이 81억원이었다고 전했다. 수치에는 다소 차이가 있지만, 매출·비용 거래를 넘어 실질적인 자금 이전까지 이뤄졌다는 지적은 공통적이다.
쿼드운용의 지적과 요구
쿼드자산운용은 이를 두고 "TVL 매각과 거래 집중을 통해 최대주주 측으로 이익이 이전됐을 소지가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자본잠식 상태에서 오너 일가에 싼값에 넘긴 뒤 회사(영원무역)의 일감을 몰아줘 단기간에 정상 기업으로 탈바꿈시킨 구조 자체가, 일반주주는 배제된 채 최대주주 측에만 이익이 돌아가는 전형적인 '터널링(자산·이익 이전)' 사례라는 것이다. 이에 쿼드운용은 서한을 통해 TVL을 다시 영원무역이 재인수하라고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부동산 거래도 논란거리다. 영원무역은 2010년 대구 만촌동 부지를 57억원에 매입해 2012년 그룹 지배구조 최상단 회사 YMSA에 60억원에 매각했는데, YMSA가 이를 개발한 뒤 2023년 영원무역이 587억원에 되사들였다. 9배 넘는 가격 재매입 과정에서 YMSA는 315원의 개발·처분이익을 거뒀다. 여기에 영원무역이 원부자재를 조달하는 YMSA의 최근 10년 평균 매출 89%가 영원무역에서 나온다는 점, 방글라데시 제조법인 YHT 지분을 두 차례에 걸쳐 총 1191억원에 사들인 이력도 함께 거론된다.
국세청까지 들여다보는 특수관계자 거래
이 사안은 세무당국의 시선도 끌었다.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은 7월 10일 영원무역 본사에 조사관을 투입해 회계장부와 세무자료를 확보했는데, 조사4국은 통상 탈세나 비자금 조성 의혹이 포착됐을 때 투입되는 비정기 특별조사 조직이다. 국세청은 영원무역과 오너 일가 소유 계열사 간 거래에서 용역비·원자재 가격 왜곡을 통한 이익 이전이나 세금 탈루 가능성을 검증 중인 것으로 전해지며, 그 중심에 TVL 거래가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번 세무조사는 별개 사안과도 맞물려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성기학 회장이 2021~2023년 대기업집단 지정을 피하려 계열사 82개(자산 합계 3조2400억원)를 지정자료에서 누락했다며 검찰에 고발했고, 서울중앙지검은 지난 3월 성 회장을 벌금 1억원에 약식기소했다. 오너 일가 지분이 있는 광고대행사 래이앤코 등 소규모 계열사와의 내부거래도 이번 조사에서 함께 검토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성과 따로, 보수 따로
쿼드운용이 지목한 세 번째 문제는 경영진 보상체계다. 2022~2024년 영원무역 영업이익은 8230억원에서 3156억원으로 62% 줄고 ROE는 26.8%에서 12.3%로 반토막 났지만, 같은 기간 성래은 부회장의 보수는 300% 늘었다. 2024년 기준 성 부회장의 영원무역·영원무역홀딩스 합산 보수는 121억6300만원으로, 최태원 SK그룹 회장(82억원)이나 구광모 LG그룹 회장(71억원)보다 많았다.
문제는 상여금 산정 기준이 해마다 바뀌었다는 점이다. 실적이 좋았던 2022년엔 '전년 대비' 증가율을 기준으로 삼았지만, 실적이 뒷걸음친 2023년엔 기준을 '2020년 대비' 3년 성장률로 바꿔 상여를 6배 가까이(4억7000만원→27억4500만원) 늘렸다. 경제개혁연구소는 영원그룹을 지배주주-전문경영인 보수 격차가 국내 기업집단 중 가장 큰 곳으로 지목했고(격차 최대 10.7배), 한국ESG기준원은 지난해 영원무역의 지배구조(G) 등급을 B+에서 C로 낮췄다.
쿼드운용은 대안으로 총주주수익률(TSR)의 이사회 평가 반영과, 실적·목표 PBR·ROE 달성을 조건으로 하는 양도제한조건부주식(RSU) 전 이사 도입을 제안했다. S&P500 기업의 93%가 이미 성과연동주식(PSU)을 채택하고 있다는 점도 근거로 들었다.
저평가는 실제 수치로도 확인된다
쿼드운용에 따르면 영원무역의 PBR은 2014년 2.4배에서 올해 6월 기준 0.8배로 떨어졌다. 같은 기간 매출은 156%, 영업이익은 161% 성장했음에도 나타난 저평가다. 회사는 지난해 말 기준 순현금 1조1000억원을 포함해 총 1조5000억원 규모의 유휴자산(시가총액의 36%·48%)을 보유하고 있는데, OEM 사업 투하자본이익률(ROIC) 17.5%에 비해 이 유휴자산의 수익률은 2.1%에 불과해 전체 수익성을 갉아먹고 있다는 게 쿼드운용의 분석이다. 쿼드운용은 지배구조 개선이 이뤄지면 PBR이 2.3배까지 재평가될 수 있다고 봤다.
외국인 투자자도 움직인다
영원무역 외국인 지분율은 약 30% 수준으로, 첫 공개서한 이후 여러 외국계 투자자가 쿼드운용에 접촉해 지지 의사를 밝혔고 일부는 지분을 추가 매입한 것으로 전해졌다. 영원무역 측은 "관련 사항을 신중하게 검토해 필요 절차에 따라 대응하고 있다"며 "향후에도 주주와 기업가치 제고를 위해 노력할 것"이라는 원론적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2차 공개서한이 나올 경우 첫 서한 답변에 대한 '추가 설명 요구'와 함께 국세청 세무조사 관련 내용도 상당 부분 다뤄질 전망이다. 세무조사 결과에 따라 세금 추징뿐 아니라 내부거래·승계 구조 전반에 대한 추가 검증과 법적 공방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이 나온다.
옷장 속 브랜드 절반은 '영원무역産'…매출 1위는 룰루레몬, 최장수 파트너는 노스페이스
백화점 아웃도어 매장에 걸린 상당수 브랜드들이 영원무역의 손을 거쳐 만들어진다. 방글라데시, 베트남, 엘살바도르, 에티오피아에 흩어진 해외 생산법인 공장에서 약 40여 개 글로벌 브랜드의 옷과 신발, 가방을 위탁생산(OEM)하는 이 회사는 정작 소비자에게는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숨은 제조 강자'다. 패션업계에서는 '의류업계의 TSMC'라 불린다.
영원무역 제조OEM 사업부의 매출 기준 최대 고객사는 요가복 브랜드로 유명한 룰루레몬이다. 그 뒤를 잇는 2위가 같은 집안의 노스페이스이고, 3위는 독일 워크웨어 브랜드 엥겔베르트 슈트라우스다. 여기에 아크테릭스, 파타고니아, 살로몬 등 프리미엄 아웃도어 브랜드와 나이키, 아디다스, 언더아머, 퓨마 같은 대형 스포츠웨어 브랜드까지 고객사 명단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랄프로렌, 잭울프스킨, 에이비씨마트 등 캐주얼·유통 채널 브랜드와의 거래도 있다.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이런 제조OEM 부문이 영원무역 전체 매출의 약 60%를 차지하는 핵심 축이다.
OEM을 넘어선 자체 브랜드와 유통 사업
영원무역은 단순 위탁생산에 머물지 않고 자체 브랜드도 함께 운영한다. 엠비오(MBEO), 센터폴(Centerpole), 나파피리(Napapijri) 등이 대표적인 자체 브랜드로, 이들을 통해 리테일 시장에서도 입지를 넓히고 있다. 여기에 스위스 자전거 브랜드 스캇(SCOTT) 사업부도 별도로 두고 있어, 의류·신발 중심의 OEM 사업과는 결이 다른 스포츠용품 영역까지 아우른다.
국내 소비자에게 가장 익숙한 접점은 계열사 영원아웃도어를 통한 노스페이스 유통이다. 1997년부터 국내 라이선스 판매를 시작한 노스페이스는 국내에서만 판매되는 자체 기획 라인 '노스페이스 화이트라벨'까지 별도로 운영하며, 기획과 디자인부터 유통까지 영원아웃도어가 전담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영원무역그룹은 해외 브랜드를 위해 만드는 '보이지 않는 공장'과, 그 브랜드 중 하나(노스페이스)를 국내에서 직접 파는 '보이는 유통사'라는 두 얼굴을 함께 지닌 셈이다.
비상장 가족회사 YMSA가 지주사 역할…대기업집단으로 지정
영원무역그룹은 비상장 가족회사 와이엠에스에이(YMSA)가 지주사 영원무역홀딩스와 자회사 영원무역을 차례로 지배하는 구조다. 성기학 회장과 차녀 성래은 부회장이 YMSA 지분 100%를 나눠 갖고 있고, 이들은 영원무역 지분을 직접 보유하지 않으면서도 YMSA를 통해 그룹 전체를 지배한다. 그룹은 2024년 자산 5조원을 넘어 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됐으며, 산하에 영원무역·영원무역홀딩스·영원아웃도어·와이엠에스에이·이케이텍·스캇노스아시아·래이앤코·솜통 등이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