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스페이스=이은주 기자] 구윤철 경제부총리가 "최근 주가지수가 안정화되고 있다"고 밝힌 지 약 두 시간 만에 코스피는 5%대 폭락과 함께 매도 사이드카를 맞았다. 정부의 낙관적 진단과 시장의 실제 움직임 사이의 간극이 이날 하루 만에 고스란히 드러난 셈이다.
6일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1.81% 낮은 6,478.75로 출발한 뒤 반도체 대형주를 중심으로 매도가 몰리며 낙폭을 키웠다. 오전 10시 18분경 코스피200 선물지수가 전일 종가 대비 5.04% 떨어진 987.24를 기록하자 한국거래소는 5분간 프로그램 매도호가 효력을 정지하는 매도 사이드카를 발동했다.
장중 한때 지수는 6,238선까지 밀려 5.46% 하락률을 기록했고, 이날 발동된 사이드카는 올해 들어 24번째 매도 사이드카이자 매수·매도를 합쳐 46번째로, 종전 연간 최다였던 2008년의 26회를 이미 훌쩍 넘어섰다. 코스피는 결국 전장보다 4.58% 내린 6,296.38로 마감했다.
수급 측면에서는 외국인이 3조3,274억원, 기관이 1,218억원 규모의 순매도를 기록하며 지수를 끌어내렸고, 개인은 3조3,391억원을 순매수하며 물량을 받아냈다. 시총 상위주 중 삼성전자는 6.30% 내린 23만원선, SK하이닉스는 10.37% 폭락한 150만원 아래로 밀려났으며, SK그룹 지주사 격인 SK도 9.4% 하락했다. 같은 날 일본 닛케이225(-0.93%)와 대만 가권지수(-0.48%) 하락률과 비교하면 한국 시장의 낙폭은 유독 두드러졌다.
이날 급락의 직접적 트리거는 전날 밤 뉴욕증시에서 나온 반도체·AI 대형주 약세였다. 구글 모기업 알파벳은 수석과학자 제프 딘의 퇴사 소식에 4.06% 하락했고, AMD는 매출 전망이 시장 기대치를 밑돌며 7.04% 급락했다. 샌디스크 역시 실적 우려로 정규장에서 5.4%, 시간외에서도 7%대 추가 하락을 겪었고,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는 1.40% 밀렸다.
여기에 SK하이닉스의 낸드 자회사 솔리다임의 나스닥 상장 추진설에 따른 주식가치 희석 우려까지 겹치면서 국내 반도체주 투자심리가 더 위축됐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메모리 관련 투자심리 위축이 지수 약세를 주도했다"고 평가했다.
같은 날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비상경제본부 회의 겸 경제·구조혁신 관계장관회의에서 구윤철 부총리는 "한국 경제는 그 어느 때보다 견실하고 전례 없는 성과를 시현 중"이라며 "성장, 수출, 물가, 소비·기업심리지수 등 실물과 거시지표 모두 견조한 흐름을 지속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정부는 증시 변동성 완화를 위해 신속하게 대응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주가지수도 안정화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나 이 발언이 나온 지 불과 두 시간여 만에 코스피200 선물은 5% 넘게 미끄러졌고, 매도 사이드카가 발동되며 지수는 6,300선 아래로 무너졌다. 구 부총리의 발언은 앞서 블룸버그가 제기한 한국 증시 우려에 대한 공개 반박이었다는 점에서, 반박 이후 곧바로 발생한 급락은 아이러니를 더했다.
구 부총리의 발언은 블룸버그 칼럼니스트 슐리 렌이 지난 3일 게재한 '한국도 투자 부적격 국가가 되고 있다(South Korea Is Becoming Uninvestable, Too)' 칼럼을 정면으로 겨냥한 것이다. 칼럼은 코스피가 27거래일 만에 거의 40% 폭락했고, 하루 5% 이상 등락한 날이 33거래일에 달해 같은 기간 일본 닛케이225(4거래일)나 홍콩 항셍지수(0거래일)보다 훨씬 변동성이 컸다고 지적했다.
원인으로는 지난 5월 정부가 허용한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의 기계적 리밸런싱 매매를 꼽았으며, SK하이닉스 관련 레버리지 ETF 일부는 6월 고점 대비 최대 84% 급락해 약 36만개 계좌가 반대매매로 강제 청산됐고 이 중 62%가 35세 이하 투자자로 추정된다고 분석했다. 국민연금이 국내 주식 비중을 늘려 매도를 자제한 결정 역시 시장 안정판 기능을 약화시켰다는 지적도 담겼다.
이에 앞서 금융위원회는 5일 밤 별도 입장문을 내고 칼럼이 인용한 수치의 출처가 불명확하며 자체 데이터와 크게 다르다고 반박했다. 금융위는 "한국이 글로벌 AI 시장의 대체 불가능한 공급망이자 투자처로 부상하는 상황에서 근거가 불분명한 수치로 투자 부적격 판정을 받을 우려는 전혀 없다"고 밝혔다.
일부 해외 투자은행은 이번 급락을 구조적 하락이 아닌 단기 조정으로 본다. 골드만삭스는 이번 변동성의 원인으로 메모리 사이클 지속성 우려,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매도, 단기 모멘텀 투자자 이탈, 기술적 과열 조정 등을 지목하면서도 12개월 코스피 목표치 1만2,000을 유지했다.
이는 현 수준 대비 약 92%의 추가 상승 여력을 의미하며, 2030년까지 이어질 메모리 공급 부족과 컴퓨팅 수요 확대가 근거로 제시됐다. 다만 올해 발생한 사이드카 발동이 역대 연간 최다치인 2008년 26회를 이미 두 배 가까이 넘어선 46회에 달했다는 점은, 정부의 "안정화" 진단과 시장 내부의 극심한 변동성 사이에 여전히 상당한 온도차가 존재함을 보여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