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스페이스=이은주 기자] 주가가 2008년 금융위기급 낙폭을 기록하는 가운데 소액주주 플랫폼 액트(ACT)가 삼성전자에 45조 5,000억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소각을 공식 요구하면서, 이사회를 향한 주주환원 압박이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
액트의 요구, 숫자로 본 근거
액트는 8월 3일부터 전자서명을 시작해 삼성전자 이사회에 주주서한을 전달할 계획이며, 사전 찬반투표에서는 참여 주식 13만 2,836주 전원(100%)이 찬성표를 던졌다. 요구의 핵심은 삼성전자가 스스로 밝힌 '잉여현금흐름(FCF) 50% 환원' 원칙을 배당이 아닌 자사주 매입·소각으로 집행하라는 것이다. 액트는 2분기 잉여현금을 약 91조원으로 추산하고, 그 절반인 45조 5,000억원 전액을 자사주에 투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수익률 계산도 근거로 제시됐다. 액트는 현재 저평가된 주가를 기준으로 자사주 매입의 기대수익률을 21.7%로, 배당 요구수익률을 13.7%로 각각 추산하며 자사주가 더 효율적인 환원 수단이라고 강조했다. 이상목 액트 대표는 "경쟁사들이 잉여현금의 100% 가까이를 주주에게 돌려주는 동안 삼성전자는 계획만 발표하고 현금 190조원을 쌓아두고 있다"며 마이크론과 키옥시아를 비교 사례로 들었다. 마이크론은 잉여현금의 100%를, 키옥시아는 분기 핵심 잉여현금 8,272억 엔 중 약 97%(8,000억 엔)를 자사주 매입에 쓰기로 했다는 것이다.
액트는 이번 요구가 끝이 아니라고 밝혔다. 자사주 매입과 영업이익 연동 성과급 제도를 안건으로 한 임시주주총회 소집도 추진할 예정이며, 2분기 말 기준 주주명부를 활용한 우편 발송도 회사와 협의해 진행하기로 했다. 앞서 지난 7월 24일에도 액트는 시가총액의 약 2.5%인 37조원 규모 자사주를 매입해 미국 ADR 상장에 활용하라는 별도 서한을 보낸 바 있어, 이번 캠페인은 한 달 새 두 번째 대규모 행동주의 압박이다.
금융위기급 낙폭과 이탈하는 외국인
캠페인이 시작된 8월 3일, 삼성전자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8.76% 급락한 23만 9,500원에 마감했으며, SK하이닉스도 8.79% 떨어진 156만 7,000원을 기록해 반도체 투톱이 동반 급락했다. 앞서 7월 29일 장중에는 직전 고점 대비 48% 하락해, 2008년 금융위기 당시 최대 낙폭(47%)과 맞먹는 수준까지 밀린 상태다.
외국인 이탈도 뚜렷하다. 한국거래소 집계 기준 삼성전자 외국인 지분율은 8월 3일 종가 기준 46.7%로, 2009년 금융위기 직후 이후 최저치까지 떨어졌다. 지분율은 올해 1월 5일 52.4%로 정점을 찍은 뒤 3월부터 50%선이 무너졌고, 최근 한 달간 외국인은 삼성전자 주식을 약 3조 4,000억원어치 순매도했다. 이날 하루만 외국인은 유가증권시장에서 2조 8,400억원, 삼성전자 단독으로는 9,000억원 넘게 팔아치웠다.
글로벌 벤치마크에서의 위상도 흔들리고 있다. 하나증권에 따르면 7월 기준 MSCI 신흥국지수 내 삼성전자 비중은 6%에 그친 반면 TSMC는 15%로, 격차가 9%포인트까지 벌어져 2015년 이후 11년 만에 최대 수준을 기록했다. 삼성전자는 6월 한때 8%까지 올랐던 비중을 한 달 만에 6%로 잃었다.
이재만 하나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는 TSMC보다 순이익 규모와 ROE, 배당수익률은 높고 PBR은 낮다"며 "펀더멘털 대비 과도한 비중 축소가 이뤄진 국면으로, 외국인의 순매수 전환 여부가 삼성전자와 코스피 반등의 핵심 변수가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90조 매입설과 이사회의 신중한 태도
자사주 매입을 둘러싼 논쟁은 이미 두 달 전부터 이어져 왔다. 지난 6월 24일 삼성전자가 다음 달부터 3년간 총 90조원(주식 2억 9,000만 주) 규모의 자사주를 분할 매입한다고 보도가 나왔으나, 삼성전자는 공시를 통해 "2026년 경영성과에 따른 주식보상 목적의 자사주 매입을 검토하고 있으나 구체적인 일정이나 규모는 확정된 바 없다"고 선을 그었다. 시장에서 거론된 90조원이라는 숫자는 회사가 제시한 확정치가 아니라 향후 지급 예정 물량을 바탕으로 추정된 값이라는 점도 분명히 했다.
이는 주주환원용 대규모 매입이 아니라, 지난해 도입한 성과연동 주식보상(PSU)과 성과 인센티브(OPI·LTI) 지급을 위한 재원 확보 성격이 강하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올해 1월 2조 5,000억원, 3월에는 3,700만 주(약 7조 1,743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임직원 보상 목적으로 매입해 이미 집행을 이어왔다. IB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현금성 자산 190조원가량을 보유해 여력은 충분하다고 보면서도, 반도체 투자와 대형 M&A 재원 확보를 고려하면 45조원 이상을 단기간에 자사주 매입에 투입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신중론도 나온다.
결국 관전 포인트는 삼성전자가 8월 말 예정된 재공시 시점에서 액트의 요구를 얼마나 반영한 환원안을 내놓을지, 그리고 그것이 임직원 보상용 물량 소진을 넘어선 순수 주주환원용 소각으로 이어질지에 달려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