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스페이스=김희선 기자] 롯데지주가 롯데카드로부터 대표이사 명의의 사과 공문을 받았다고 4일 밝히면서, 두 회사가 사실상 별개 기업임에도 소비자 오인이 반복되는 구조적 문제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영업정지 1.5개월 확정, 사과 공문 발송
금융위원회는 지난달 31일 롯데카드에 대한 영업 일부정지 1.5개월과 과징금 처분을 확정했다. 이는 지난해 8월 발생한 해킹으로 고객 297만명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사고에 따른 제재로, 당초 금융감독원이 사전 통지했던 영업정지 4.5개월·과징금 50억원 안보다 크게 완화된 수준이다.
금융위는 "내부 직원 유출로 발생한 카드 3사 사태와는 성격이 다르다"는 점과 피해 회복 노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제재 수위를 낮췄다고 설명했다. 이번 조치로 롯데카드는 다음달 1일부터 9월 15일까지 신규 회원 대상 신용·체크·선불카드 발급이 금지되며, 기존 회원의 카드론, 현금서비스, 리볼빙 신규 신청과 이용한도 증액 등은 정상적으로 이용할 수 있다.
롯데카드는 이번 제재 확정에 발맞춰 대표이사 명의로 롯데지주와 각 계열사에 사과 공문을 전달, "이번 조치로 롯데지주 및 각 계열사 고객분들께 불편을 끼쳐드린 점에 대해 사과드린다"며 "업무 일부정지 기간에도 롯데 계열사를 이용하는 고객들이 불편을 겪지 않도록 응대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2019년 계열 분리, 그러나 브랜드는 그대로
롯데카드와 롯데그룹의 결별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롯데그룹은 2017년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면서 일반 지주사가 금융 계열사를 소유할 수 없다는 '금산분리' 원칙에 따라 롯데카드와 롯데손해보험을 매각해야 했다. 이에 따라 2019년 10월 MBK파트너스-우리은행 컨소시엄이 롯데카드 지분을 인수해 최대주주로 올라서면서 롯데카드는 롯데그룹 자회사에서 공식 탈퇴했다. 매각 당시 롯데지주가 보유하던 롯데카드 지분은 93.8%에 달했다.
문제는 매각 이후에도 '롯데'라는 이름이 그대로 유지됐다는 점이다. MBK파트너스는 대중 인지도와 충성 고객층을 고려해 카드사명을 존속시키기로 했고, 인수 당시 일정액의 로열티를 지급하는 조건으로 롯데 브랜드 사용권 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롯데그룹 측은 별도의 브랜드 사용료를 받지 않는다고 설명했으며, 매각가에 이런 조건이 이미 반영됐을 가능성을 시사했다. 현재도 롯데쇼핑이 롯데카드 지분 20%를 보유하고 있는데, 이는 경영 참여 목적이 아닌 유통·협업 관계 유지를 위한 것이라는 게 롯데 측 설명이다.
지난해 해킹 사고 때도 반복된 항의
이번 사과 공문은 사실 새로운 갈등이 아니라 지난해 벌어진 갈등의 '2라운드'에 가깝다. 롯데카드에서 대규모 해킹 사고가 발생하자 롯데그룹은 지난해 9월 21일 "롯데카드는 롯데그룹 계열사가 아니다"라고 공식 입장을 내고, 브랜드 이미지 훼손과 고객 신뢰도 하락에 대해 롯데카드 측에 강력히 항의하며 고객 피해 최소화를 위한 신속한 조치를 촉구했다.
롯데 측은 당시 "롯데카드가 아직 롯데 브랜드를 쓰고 있고 유통·식품·관광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협력 관계를 맺어 롯데그룹 계열사로 인식하는 소비자가 많다"고 지적했다. 이에 롯데카드는 지난해 9월 18일 대표이사 명의로 사과 공문을 보냈고, 고객 보호 조치를 즉시 시행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올해 7월 31일 영업정지 제재가 최종 확정되자 롯데지주는 재차 안내문을 통해 "롯데그룹은 2017년 지주사 출범 이후 2019년 롯데카드 지분을 MBK파트너스에 매각하며 계열에서 분리했다"며 "매각 이후 MBK파트너스가 롯데카드의 최대주주로서 경영을 하고 있다"고 강조, 롯데카드의 경영 및 제재 사안이 현재 롯데그룹과는 직접적 관련이 없다는 점을 다시 못박았다.
이번 사태는 사모펀드가 대주주인 금융사가 대기업 계열사 이름을 그대로 쓰는 데서 오는 '평판 리스크 전이' 문제를 재차 드러냈다는 평가다. 실제로 롯데카드 영업정지 제재를 둘러싼 논란 속에서 MBK파트너스의 사모펀드식 경영 책임론이 다시 불거졌고, 최근 홈플러스 사태와 맞물려 사모펀드 경영에 대한 비판이 확산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롯데그룹으로서는 지분 관계가 완전히 정리됐음에도 브랜드 사용 계약이라는 '족쇄' 때문에 매번 해명과 항의를 반복해야 하는 딜레마에 놓여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