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스페이스=이종화 기자] 한국에서 가장 많이 등록된 강아지 이름은 '코코'와 '보리'로 나타났다. 한국 신생아 이름 1위가 남아 '이준(1593건)', 여아 '이서(2514건)'라면, 한국 반려견 이름 1위는 '코코'인 셈이다.
대법원 전자가족관계등록시스템 출생신고 통계에 따르면, 2024년 기준 남아 이름은 이준에 이어 하준, 도윤, 은우, 시우, 서준, 선우, 유준, 수호, 도현이 뒤를 이었고, 여아 이름은 이서(2514건)와 서아(2440건)가 근소한 차이로 1·2위를 다투며 지유, 하린, 하윤, 아윤, 지아, 지안, 시아, 아린이 상위권을 형성했다. '이준'은 최근 5년 연속 남아 이름 1위를 지키며 확고한 부동의 자리를 지키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 동물등록제와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의 '한국 반려동물 보고서' 집계 결과 2024~2025년 한국에서 가장 많이 등록된 강아지 이름은 '코코'로, 3만2000건이 넘는 등록 사례가 확인됐다. 이는 단순한 유행어를 넘어 한국 사회가 반려동물을 가족 구성원으로 받아들이는 방식 자체를 보여주는 문화적 지표로 해석된다.
2025년 대한민국 반려견 이름 순위
농림축산식품부 동물등록 자료와 반려동물 커뮤니티·SNS·애견카페 통계를 종합하면 2024~2025년 한국 강아지 이름 상위권은 '코코-보리-콩이-초코-두부' 순으로 고착화된 양상을 보인다. '코코' 16391마리, '보리' 15116마리, '콩이' 13721마리, '초코' 13387마리, '두부' 9244마리로 집계됐으며, 이어 호두(8092마리), 별이(7966마리), 사랑이(7881마리), 까미(7818마리), 몽이(7240마리)가 TOP10을 형성했다.
메리츠화재 펫보험 가입 데이터와 서울시 '펫 스마트라이프' 공공데이터를 활용한 2025년 조사에서도 발음이 쉬운 2음절 이름과 모색(털색)을 연상시키는 이름이 여전히 강세를 보인다는 결과가 확인됐다. 2025년 상반기 별도 집계에서는 '하늘-코코-구름-뭉치-초코' 순으로 상위권이 재편되며 2글자 이름이 전체의 78%를 차지했고, 자연을 연상시키는 이름이 65% 증가goTek.
반면 음식 이름 비중은 20% 감소한 것으로 나타나 트렌드가 미세하게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성별로 나누면 암컷은 모카·하니·두리·솜이·루루처럼 부드러운 어감이, 수컷은 보리·초코·몽이·코코·뭉치처럼 듬직한 어감이 선호되는 경향이 뚜렷하다.

이름을 짓는다는 것, 존재를 호명하는 철학적 행위
이름을 붙이는 행위는 하이데거적 관점에서 보면 존재를 '세계-안-존재'로 편입시키는 최초의 언어적 사건이다. 반려견에게 이름을 지어주는 순간, 그 동물은 더 이상 익명의 '개'라는 종(種)적 범주에 머물지 않고 고유한 서사를 가진 개별 존재로 격상된다.
국내 반려동물 작명 콘텐츠들이 공통적으로 강조하듯 '코코'는 코코아처럼 달콤한 성격을, '보리'는 건강하게 자라라는 기원을, '별이'는 특별하고 소중한 존재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이는 마르틴 부버가 말한 '나와 너(Ich und Du)'의 관계, 곧 대상을 도구적 존재('그것')가 아니라 인격적 관계('너')로 전환시키는 언어적 의례에 가깝다.
문학적으로 보면 이름은 하나의 압축된 서사시다. 한국의 반려견 이름 상당수가 음식(초코, 두부, 호두, 콩이)이나 자연물(별이, 하늘, 구름)에서 따온 것은 우연이 아니라, 일상 속 가장 친밀하고 소박한 사물에서 애정의 언어를 길어 올리는 한국적 정서의 반영이다. 이는 서구권에서 셀럽이나 캐릭터, 신화적 존재(루나, 벨라, 아줄라)에서 이름을 따오는 경향과 대비되는데, 한국식 명명이 '일상의 신성화'를 지향한다면 서구식 명명은 '초월적 존재의 소환'을 지향한다고 분석할 수 있다.
작명 시 고려하는 요인들…발음, 정체성, 그리고 관계의 미래
반려견 작명 실전 가이드들을 종합하면 이름 결정에는 몇 가지 반복적 요인이 작용한다. 첫째는 청각적 효율성으로, 거센소리나 된소리가 포함된 짧은 2음절 이름(코코, 콩이, 똘이)이 개의 인지·반응 속도를 높인다는 실용적 근거가 제시된다. 둘째는 외형적 특징의 반영으로, 털색(까미=검은색, 두부=흰색, 초코=갈색)이나 체형이 이름에 직접 투영되는 경우가 많다. 셋째는 소망의 투사로, '사랑이', '해피', '보리'처럼 반려동물의 건강과 행복, 그리고 반려인의 정서적 바람이 이름 안에 응축된다.
결국 한국식 반려견 이름 짓기는 발터 벤야민이 언급한 '언어의 아우라'와 닿아 있다. 대량 생산되는 유행어적 이름(코코, 루나)이 반복될수록 그 이름의 고유한 아우라는 옅어지지만, 동시에 그 반복성 자체가 한 시대의 반려문화를 관통하는 집단적 무의식을 드러낸다.
'코코'라는 이름을 부르는 수만 명의 견주들은 서로 알지 못하지만, 같은 소리로 각자의 존재를 호명하며 보이지 않는 언어 공동체를 형성하고 있는 셈이다. 이름 하나에 발음의 편의성과 애정의 서사, 그리고 시대의 유행이 동시에 응축된다는 점에서, 반려견의 이름은 21세기 한국인의 가족관과 정서 구조를 읽어내는 가장 미시적이면서도 정직한 텍스트라 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