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스페이스=이종화 기자] 무더위를 피해 서울 시내 한 스타벅스 매장을 찾은 직장인 A씨는 문 앞에서부터 걸음을 멈췄다. 시원한 냉기를 느끼려 매장에 들어섰지만, 눈에 들어온 건 빈 좌석 하나 없이 꽉 찬 테이블뿐이었다. 노트북을 펼쳐놓고 공부에 몰두한 사람, 헤드셋을 낀 채 업무에 집중한 사람, 커피 한 잔을 앞에 두고 몇 시간째 수다를 이어가는 무리, 스마트폰만 들여다보며 시간을 보내는 손님까지. 누구 하나 자리를 뜰 기색이 없었다.
한 시간 가까이 서서 기다렸지만 상황은 달라지지 않았다. 결국 A씨는 발걸음을 돌려 근처 다른 카페로 향했지만, 그곳 역시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폭염을 피해 몰려든 인파로 좌석은 이미 만석이었고, 테이크아웃 잔을 든 손님들만 아쉬운 표정으로 카페 문을 나서고 있었다.
커피 한 잔의 대가로 몇 시간짜리 '피서 좌석'을 확보한 이들과, 정작 커피를 마시러 온 손님이 자리를 뺏기는 이 낯익은 풍경은 올여름 더 자주, 더 짙게 반복되고 있다.
연일 이어지는 폭염 속에 전기요금 부담까지 커지면서, 시원한 매장과 무료 와이파이를 찾아 카페로 피신하는 '피서족'이 부쩍 늘고 있다. 집 냉방비를 아끼려는 알뜰족부터 장시간 머물며 더위를 식히는 이들까지 몰리면서, 스타벅스를 비롯한 주요 카페 매장은 한여름 대낮에도 좌석이 가득 차는 진풍경이 펼쳐진다.
문제는 이런 '避暑(피서)형 이용객'이 늘어날수록 카페의 오랜 딜레마인 좌석 회전율 저하가 한층 더 심화된다는 점이다. 실제로 스타벅스코리아는 매출이 늘어도 영업이익은 줄어드는 역설적 성적표를 받았는데, 폭염철 장시간 체류객 증가는 이 수익성 악화 구조에 새로운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스타벅스코리아, 커피매출 3.2조에도 영업이익률은 고작 5%
스타벅스코리아를 운영하는 SCK컴퍼니의 지난해 매출은 3조2380억원으로 전년(3조1000억원대) 대비 4.4%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1730억원으로 9.3%(177억원) 줄었고 영업이익률은 6.15%에서 5.34%로 0.81%포인트 하락했다. '많이 팔고도 덜 남기는' 이 구조적 역설의 이면에는 원가·인건비 부담과 함께, 자리 회전율이라는 오래된 카페 사회학의 문제가 숨어 있다.
전문가들은 원가 상승, 저가 커피 브랜드(메가MGC커피 4000여점, 컴포즈커피 3000여점)의 급성장, 매출의 약 5%를 미국 본사에 지급하는 로열티 구조, 그리고 2000여개 매장 전체를 직영으로 운영하는 고비용 구조를 복합 원인으로 지목한다.
특히 스타벅스코리아는 자동화·키오스크 확산 흐름에도 '대면 서비스' 철학을 고수하며 직접고용 체제를 유지해, 미국·중국 본사가 사업 축소와 구조조정에 나선 것과 달리 한국은 고비용 구조를 그대로 안고 성장세를 이어가는 특이한 시장으로 분류된다.
저가커피 3대장 영업이익률, 컴포즈커피 48%·메가커피 22%·더벤티 15%
반면 저가커피 3대장인 메가커피, 컴포즈커피, 더벤티의 영업이익률은 모두 두자리수이다. 컴포즈커피의 영업이익률은 2024년 기준 무려 48%였다.
메가커피 운영사 엠지씨글로벌(구 앤하우스)의 2025년 매출액은 6469억3600만원, 영업이익은 1114억원으로 영업이익률은 17.2%에 달했다. 2024년 21.7%에서 소폭 내려간 수치다. 컴포즈커피의 2025년 매출액은 3003억4840만원, 영업이익은 399억원으로 전년(48%)보다 영업이익률이 3분의 1토막난 13.3%로 나타났다. 더벤티(에스앤씨세인)의 2023년 매출액 919억원, 영업이익 134억원으로 영업이익률 역시 두자릿수인 14.6%에 달했다.
저가커피와 스타벅스의 수익성 격차, 왜 벌어지나
이처럼 저가 커피 프랜차이즈들이 스타벅스 대비 훨씬 높은 이익률을 내는 배경에는 근본적으로 다른 사업 모델 차이에 있다. 저가 커피 브랜드는 대부분 가맹 사업 구조를 택해, 본사는 매장 인테리어·원두 등 원재료 공급과 가맹비·로열티 수익만 취하고 인건비·임대료 같은 고정비 부담은 가맹점주가 떠안는다. 반면 스타벅스코리아는 국내 매장 전체를 직영으로 운영하며 본사가 인건비, 임대료, 관리비를 모두 부담하는 구조라 매출이 늘어도 그만큼 비용도 함께 늘어나는 이중 부담을 안고 있다.
여기에 좌석 회전율 문제가 이 격차를 더 벌리는 구조적 요인으로 작용한다. 저가 커피 브랜드는 대부분 소형 매장에 좌석 수를 최소화하거나 테이크아웃·드라이브스루 중심으로 운영해 애초에 '장시간 체류'라는 변수 자체를 사업 모델에서 배제했다. 반면 스타벅스는 넓은 매장 면적과 편안한 좌석, '제3의 공간'이라는 브랜드 철학을 핵심 경쟁력으로 내세운 만큼, 회전율이 낮아져도 이를 구조적으로 막을 명분이 약하다.
결국 저가 커피가 '적게 남겨도 빠르게 많이 파는' 박리다매 모델로 고정비를 최소화한 반면, 스타벅스는 '공간과 서비스의 가치'를 팔아온 대가로 그 공간을 오래 점유하는 손님까지 함께 감당해야 하는 역설적 처지에 놓인 셈이다.
'카공족'이라는 이름의 회전율 방정식
한국리서치 조사에서는 응답자의 47%가 카공족 때문에 카페에 앉을 자리가 없었던 경험을 '자주' 혹은 '종종' 했다고 답했고, 40%는 카공족이 자리를 오래 비워두는 모습을 목격한 적이 있다고 밝혔다. 최근 여론조사 앱 '서치통'이 국민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도 73.2%가 "카공족이 문제 있다"고 답했으며, 그 이유로 '장시간 자리 점유로 회전율이 감소하기 때문'(48.77%)이 가장 많이 꼽혔다.
수치로 환산하면 문제는 더 선명해진다. 한 연구원은 '2018년 외식업 경영 실태 조사 보고서'를 근거로, 테이블 8개짜리 매장에서 4134원짜리 커피 한 잔을 마셨을 때 손익분기점을 맞추려면 테이블당 체류 시간이 1시간 42분을 넘지 않아야 한다고 추산했다. '2024 외식업체 경영실태 조사 보고서' 수치로 다시 계산하면 이 손익분기 체류시간은 1시간 31분으로 더 짧아졌다.
즉 원가 상승분을 감당하려면 회전율은 갈수록 더 빨라져야 하는데, 현실은 정반대로 흐르고 있는 셈이다. 실제 한 스타벅스 매장에는 좌석을 오래 비워두면 정리하겠다는 안내문이 붙어 온라인상 갑론을박을 낳기도 했다. 다만 장시간 좌석을 점유했다는 이유만으로 카공족을 법적으로 제재할 근거는 현재로선 없다.
철학적으로 본 카페 공간… '제3의 공간'의 배신
이 딜레마를 사회학적으로 설명하는 개념이 미국 사회학자 레이 올든버그(Ray Oldenburg)가 제시한 '제3의 공간(third place)' 이론이다. 올든버그는 집(제1의 공간)과 직장(제2의 공간) 외에 개인이 자발적이고 격식 없이 모이는 공적 장소를 '제3의 공간'으로 정의했으며, 이는 중립적 공간이자 참여자 모두가 평등한 장소, 대화가 주된 활동인 장소라는 특징을 갖는다.
카페는 발생 초기부터 이러한 제3의 공간적 성격을 내재해 왔고, 근대 서구 시민사회에서는 개인주의와 민주주의에 필요한 '사회적 마음'을 배양한 공간으로 평가받았다.
문제는 스타벅스가 스스로 표방한 이 '제3의 공간' 전략이 지금은 부메랑이 되고 있다는 점이다. 국내 연구에서도 카페의 제3의 공간적 특성은 편안성, 개방성, 상호작용성, 유희성, 다양성 다섯 가지로 정리되며, 힐링 공간·소통 공간·개인화된 공간·노마드 공간 등 복합적 기능을 수행한다고 분석된다.
그러나 '누구에게나 열려 있고 오래 머물러도 좋은 공간'이라는 철학이, 회전율이라는 자본주의적 효율성과 정면으로 충돌하는 순간 카페는 역설에 빠진다. 스타벅스가 전 세계 매뉴얼로 강조하는 'Just Say Yes' 응대 원칙은 고객의 요구를 거절하지 않는다는 친절의 철학이지만, 동시에 장시간 좌석을 점유하는 이용자에게 퇴거를 요청하기 어렵게 만드는 구조적 모순을 낳는다.
해법은 없나?…3시간 룰과 그 이상의 상상력
체류시간 제한이나 추가 주문 유도 같은 아이디어는 이미 업계 안팎에서 논의되고 있다. 스타벅스는 특화 매장(스페셜 스토어), 리저브 매장, 이동형 커피 트레일러 '스:벅차' 등으로 공간 전략을 다변화하고 있으며, 논커피·주류·컵빙수 등 비커피 상품군을 확대해 객단가를 끌어올리는 방향으로 승부수를 던지고 있다.
커피프랜차이즈 업계 관계자는 "스타벅스는 2160곳 매장 모두 직영 운영이라 강력한 브랜드 통제력, 브랜드 일관성, 동일한 품질과 서비스라는 장점이 있지만, 반면에 막대한 고정비 부담이라는 양날의 검을 동시에 안고 있다"면서 "내부적으로 다양한 방식의 운영 효율화가 진행 중이지만 현재 한국의 카페문화를 유지한 채 비용 구조 전반을 바꾸는 데는 시간이 많이 필요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과학적으로 보면 회전율 문제는 결국 '유한한 좌석 자원의 배분 최적화' 문제이며, 3시간 제한이나 추가 주문 유도는 시간당 매출을 늘리는 가장 직접적인 레버다. 그러나 철학적으로 보면 이는 스타벅스가 스스로 만들어낸 '제3의 공간' 브랜드 이미지와, 자본의 효율성 논리 사이에서 어느 쪽 정체성을 우선할 것인가라는 근본적 선택의 문제이기도 하다.
문화적으로는 한국 특유의 '카공족' 현상, 즉 경쟁적 교육열과 좁은 주거 공간, 스터디카페 문화가 결합된 독특한 사회현상이 전이된 한국의 카페문화와 서구의 제3의 공간 개념이 어떻게 충돌·변주되는지를 보여주는 흥미로운 사례로 남을 것이다.
돈을 냈다고 내 것은 아니다… '공유공간에도 매너는 필수'
여기서 또 하나 반드시 짚어야 할 근본적인 인식의 전환점이 있다. 커피 한 잔을 결제했다는 사실이 그 자리를 무한정 '내 소유'로 만들어주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카페의 좌석은 개인이 구매한 사유재가 아니라, 다음 손님이 도착하기 전까지 잠시 빌려 쓰는 '임시 대여 공간'이자 '공유공간'에 가깝다. 자동차를 렌트했을 때 반납 시간을 지키고 내부를 깨끗이 정리해 돌려주는 것이 상식이듯, 카페 좌석 역시 사용 후에는 다음 이용자를 위해 정돈하고 자리를 비워주는 최소한의 매너가 전제돼야 한다.
문제는 이러한 '공공사유(公共私有)'의 개념, 즉 개인이 잠시 점유하지만 본질적으로는 공동체 전체가 함께 쓰는 자원이라는 인식이 국내 카페 문화에서는 아직 충분히 자리 잡지 못했다는 데 있다. 도서관 열람실이 개인 소유물이 아니듯, 카페 테이블 역시 결제 순간부터 영구적으로 귀속되는 사적 영역이 아니다.
그러나 '돈을 냈으니 내가 원하는 만큼 써도 된다'는 소비자 인식이 통용되는 순간, 카페는 '모두의 제3의 공간'에서 '먼저 차지한 사람만의 배타적 공간'으로 변질된다. 이는 스타벅스가 표방해온 개방성과 상호작용성이라는 제3의 공간 철학과도 정면으로 충돌하는 지점이다.
결국 해법의 출발점은 제도적 규제보다 앞서, 카페라는 공간을 대하는 시민적 감수성 회복에 있다. 좌석을 이용한 뒤 깨끗한 상태로 반납하듯 비워주는 것, 다음 손님의 순서를 존중하는 것은 법적 강제가 아니라 공유공간에 대한 최소한의 사회적 계약이다.
폭염이라는 특수한 상황이 이 계약을 시험하고 있는 지금, 스타벅스를 비롯한 카페 업계와 이용자 모두에게 필요한 것은 3시간 룰과 같은 제도적 장치에 대한 고민과 함께 '이 공간은 나만의 것이 아니다'라는 성숙한 공유 의식일 것이다.























































